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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들 수학과 과학이 떨어진다."
지난주 수요일 이메일로 배달된 뉴욕타임즈의 탑 스토리다.
95년에 4학년 학생들이 국제적으로 치른 수학과 과학 시험에서는 미국 학생들이 우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8학년이 된 그 학생들이 다시 치른 수학과 과학 시험에서는 겨우 평균을 유지했다는 거야.

38개국에서 18만 명이 시험을 보았는데 싱가포르, 대만, 러시아, 캐나다, 핀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호주의 학생들보다도 성적이 떨어졌다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더군. 아니 성적이 떨어진 사실만이 아니라 애들 교육을 이끌어갈 리더가 없고 보다 효과적인 수학과 과학교육을 위해 시험해 보고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걸 안타까워 하더라.

내가 이 기사를 유심히 읽은 까닭은 마침 요즘 내가 우리 아이의 산수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 이번 학기부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전에 안 하던 새로운 산수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기 때문이었어.
확실히 우리 아이 산수가 다른 과목보다 약하거든.

근데,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여기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보다 영어 따라가기는 좀 힘들어해도 산수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잘 하는 걸 많이 봤어. 지금 우리 아이가 3학년(한국에선 4학년)인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바로 두 주 전부터 곱하기를 배운다. 한국에서는 몇 학년부터 배우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학년인데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은 벌써 구구단을 척척 외우더라구.

여기선 한 달 전에 이제 곧 곱셈을 시작하니 집에서 예습을 시키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지난 두 주 동안 우리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했다. 덕분에 아이가 쉽고 재밌게 곱셈을 따라가는 것 같은데 아이가 익혀야 할 내용은 구구단이 아니라 십이십이단(?)이었다는 걸 며칠 전에야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내가 배운 대로 2단부터 9단까지 적어 주고 외워 보라고 했거든. 그런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구구단의(multiplication box) 내용은 1단부터 시작해서 12단까지였다.

그리고, 미국아이들이 산수가 떨어진다는 걸 걱정해서인지 교육자들만 믿다가는 안 될 것 같아서인지 이 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이 나서서 이번 학기부터 썬샤인 산수(Sunshine Math)라는 걸 시작했는데 한국으로 말하면 일종의 주말 학습지 같은 거다. 플로리다 주의 어느 학군에서 하는데 그쪽에서 반응이 좋아 이 학교에도 들여왔대.

학부모회에서 썬샤인 산수 위원회를 만들고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카페테리아에서 시험지를 나눠주지. 근데 모든 학생들이 이걸 다 하는 것은 아니고 참여하기를 원하는 아이들만 따로 사인을 하게 하고 그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다. 여기는 뭐든지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과외 활동은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인해 놓은 종이를 보니까 절반 정도가 참여하는 것 같다.

10개에서 15개 문항 정도 되는 문제를 풀어 시험지를 내면 자원봉사 하는 썬샤인 산수 위원회 학부모들이 채점을 하고 틀린 답안은 문제를 푸는 과정을 자세히 다 적어서 보내 준다.

이번 가을 학기 썬샤인 산수는 바로 지난 주로 끝났고 이번 주에 시험지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다 푼 학생들에게(문제를 다 맞춘 학생이 아니다) 상장을 주고 아이스크림 파티를 해줬어.

그런데, 이 썬샤인 산수를 시작하기 전에 학부모들이 지도할 때 꼭 지키라고 당부하는 한가지 규칙이 있었어. 그건, 절대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방법을 찾도록 하라는 거지.

문제를 풀다 보면 꽤 어려운 것도 있어서 엄마랑 아이랑 한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씨름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아이가 썬샤인 산수를 하는 가정에서는 모두들 목요일 저녁이면 부모나 아이나 이것 때문에 힘든 저녁을 보내야 한다고들 말해.

한번은 파운드와 온스를 계산하는 문제가 나왔는데 파운드와 온스를 아직 모르는 우리 아이는 이걸 못 풀겠다고 "Help!"를 외치고 나는 1파운드는 16온스라는 실마리를 알려줬어.

근데, 아이 교육에 지극한 정성을 쏟는 한 미국 엄마는 끝까지 안 가르쳐 주었대. 어디를 보면 그걸 찾을 수 있는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과 인터넷 사이트만 알려주고. 나는 이런 식의 교육방법이 미국아이들이 수학은 다른 나라에 뒤져도 리서치에는 강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단편적인 사실 하나만 놓고 이렇게 말하면 위험하겠지만 3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봐도 그렇다. 우리 아이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미국의 50개 주중에 한 주를 택해 그 주에 대한 내용을 부모의 지도 아래 연구해서 다른 아이들이 주 이름을 맞출 수 있는 단서 박스(Clue Box)를 만들어 가는 거였다. 그러니까 한 반의 20명이 모두 다른 주를 연구해 가고 자기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함께 공부를 해 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얼마나 창의성 있게 만들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창의성 있는 단서 박스를 만들기 위해 우리 아이와 나는 인터넷과 책, 사전을 뒤져 아이가 맡은 켄터키 주에 관한 자료들을 찾아내고 못쓰는 보자기, 종이 접시와 잡지책, 아이스 바 스틱, 색종이, 나무젓가락, 한국의 종이 접기까지 동원해 일주일 내내 숙제를 하는데 지금부터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면 리서치 하나는 끝내 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구.

아이와 함께 썬샤인 산수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아이는 엄마가 선생님을 하면 Mrs. Chang's Creative Caterpillars(장 선생님의 독창적인 송충이들)라고 반 이름을 정하래. 근데 나는 Mrs. Chang's Challengers(장 선생님의 도전자들)라고 정할 거야. 내가 여기서 선생님을 할 일은 없겠지만 말야. 느닷없이 무슨 말이냐구? 다음에 계속하지.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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