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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이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과 보상을 외치며 시위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임이 지난 11월 29일로 437차나 계속되었고 이제 그들의 그 끈질긴 항의가 동남아의 다른 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오는 12월 7일 일본에서 그 할머니들이 모여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 법정"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내 마음은 한편으론 그 할머니들의 끈질긴 투혼에 뜨거운 경외를 드리면서 한편으로는 그 상징적 모의 법정이 과연 일본 본토에서 일본인들에게 얼마만한 공명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까에 대한 염려와 애닯음을 느낀다.

437차라면 근 8년 이상 한주도 빠지지 않고 모였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 끈질기고 집요한 항의 모임을 지금까지 지켜 본 주한 일본대사가 그 문제 해결을 위하여 얼마나 진지하게 본국이나 한국의 담당자들과 상의했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 없다. 할머니들의 그 피눈물나는 한맺힌 투쟁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안타깝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역사적 죄가 문제에 대하여 지금부터 5년 전 그러니까 해방 50년이 되는 해에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젊은 (당시 32세) 유대인 역사학도인 다니엘 골드하겐이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 히틀러의 자의적 사형 집행자들, 부제: 극히 정상적인 독일인과 유대인 학살)을 제출하였는데, 그 논문이 그해 미국 최고의 논문으로 선정되고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대서특필되자 독일 전체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그는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며 시카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였던 아버지에게 6살때 부터 유대인 학살에 관해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결국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들어온 자기 민족의 참혹한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26년만에 7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으로 재정립한 것이고 독일 한 복판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그의 논지는 의외로 평이하고 간단한 것이었다. 히틀러치하의 독일인들은 유대인들을 멸종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으며 유럽에서 독일인들만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왜냐하면 독일만 그 행위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간단한 그의 논제를 입증하기 위해 2년 이상을 독일 문서보관소를 뒤져서 당시 나치의 101 경찰연대가 유대인 학살에 참여했던 기록을 찾아냈고, 그 기록들을 자신의 논제를 뒷받침해주는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급해진 독일이 그를 초청해서 쟁쟁한 독일 역사학자들과 TV 토론을 주선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지금까지 독일의 역사학자들이 나치 시대의 과오를 독일의 철저한 명령 체계 시스템과 완벽한 그 이행 때문이라고 주장해 옴으로써 문제를 은폐시켜 왔다고 주장하고 자신은 지금까지 가해자들의 자의성이 간과되어 온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부분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독일어도 잘 하면서 고의로 영어로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역사적 피해국의 한 국민으로서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 한국에서는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대사관 앞 항의가 크게 보도되고 있었는 데 나는 정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50년이 지나도록 그녀들의 참상에 관한 정확한 자료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고 어느 역사 학자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일본에서 역사 자료 보관소를 뒤져서 그 자료를 발굴하여 입증함으로써 일본의 지도층에게 일격을 가해 보려는 시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이제 다 부서지고 노쇠한 몸으로 당사자들만이 그저 반향 없는 마지막 투혼의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죄과 문제는 미국이 일본 한복판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린 만큼에 해당하는 정신적 파장을 일본의 정계, 문화계, 학계에 불러일으키지 않는 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유럽에서 파장과 공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를 나는 독일의 경우 유대인 역사학자 골드하겐에서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 한 역사학자가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일본의 정신계를 강타할 수 있을지? 그때가 오면 굳이 노구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50년이 지나서까지 스스로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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