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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난리가 났다. 한편의 우스광스러운 폭소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세계인이 즐겨보는 스릴 넘치는 드라마의 연출가이자 일등공신은 단연 미국의 괴상한 선거방식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패배할 수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미국의 선거제도가 바로 이러한 희대의 코미디 사건을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이로인해 고어와 부시, 민주당과 공화당, 그 지지자들 간의 대권을 둘러싼 싸움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일파만파 증폭되어 매우 심각한 선거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아메리카 선거사상 유례가 없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약 3000여표로 추정된다는 부재자 투표를 제외하고 약 600만명이나 되는 플로리다주 투표자수 중에서 현재 300여표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니 비율로 따지면 0.005% 내외의 아주 근소한 차이다. 이는 부재자 투표결과에 따라 극적인 역전도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결과가 어찌 나올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만일 최종 결론이 민주당 고어가 불과 몇백표 정도의 극히 미세한 차이로 패배하게 되면 문제가 결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력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 가능성이 커졌다.

투표용지의 결정적 결함으로 인해 고어의 지지표 상당수가 뷰캐넌에게로 잘못 가거나 약 1만9천여표가 이로 인해 무효표 처리가 됐느니, 흑인 등 소수민족의 투표를 고의적으로 방훼했다느니, 12월18일 대통령 선거인단이 대선 투표를 실시할 때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이 제외되더라도 헌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학자들이 해석하고 있다느니. 등등등.

이와 같이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로서는 결코 승복하기 힘든 명백한 문제점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심지어 뷰캐넌 개혁당 후보마저 투표용지의 결함을 지적하며 고어 지지표가 자신의 표로 잘못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섰다. 이러한 것이 단지 패배자의 억지가 아니라 설득력있는 충분한 근거들로 인해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당연히 법적소송도 불사하거나 재투표를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겠다.

그런데 아메리카 대통령 선거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동북아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남의 나라 선거를 놓고 왈가불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미국에게 전시 군사작전권까지 위임하고, 점령군과 같은 초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한미행정협정이 버젓이 살아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거가 결코 남의 나라 선거일수만은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공화당 부시보다는 민주당 고어의 당선을 내심 기대하게 된다. 물론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보수주의 정당으로서의 본질적인 차이는 그리 크지 않겠지만, 굳이 따져보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우리에게는 조금 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민주당 정부의 변화된 한반도 정책을 바탕으로 추진중인 대북관계 개선은 비록 한계는 있을지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분명 공화당과는 구별되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공화당이 되면 동북아의 안정과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평화무드가 어느 정도 흐름이 끊기거나 소강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크다 할수 있다. 어쩌면 불가피한 측면 또한 없지 않다고 할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가 당선되더라도 공화당 정부는 기존 민주당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희망사항일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계량적 산술적 상호주의'의 원조가 바로 미국 공화당내 강경파이고, 또한 미국을 움직이는 군산복합체와 패권주의를 신봉하는 냉전보수세력의 정치적 둥지가 바로 공화당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한 상태에서 대권까지 쥐게 된다면 당연히 매파가 힘을 얻게 될것이고 그간 클린턴 정부의 유화정책을 비판하게 될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물론 공화당이라고 해서 현재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정세를 종전으로 돌리고자 하는 강경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아셈이나 유엔총회 결의 등 전세계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화와 화해협력을 적극 지지지원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공화당 정부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화당 정부도 어느 정도는 그동안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거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강경 드라이브를 펼치고자 할 때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종전의 냉전정책으로 급격히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주변정세가 또다시 경색해지고 우리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입장과 의지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크나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한반도와 우리 민족이 처한 슬픈 현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자"라고 천명한 6.15선언의 1항의 원칙을 튼튼히 지켜나가면 그 누구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우리 민족의 희망찬 대장정을 가로 막지는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지금 멀리 미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대의 폭소 드라마(?)가 어찌 결론이 나든 남북이 서로 힘을 합쳐 주변강국을 적절히 활용하고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아가는 것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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