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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특별검사제 요구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이른바 동방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특별검사제를 통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 의혹 사건만 터지면 특검제 요구가 나오는 상황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동방게이트 사건 수사만은 철저히 진행되어 또 다시 축소 은폐수사 논란이 초래되는 일이 없기를 진작부터 촉구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 10월 25일에 게재된 "이번 수사는 단 한번에 끝내자"에서 나는 이렇게 호소하였다.

"검찰 수사가 끝나도 축소은폐 논란만 확대되고 결국 재수사가 진행되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중략) 벌써부터 정치권 로비의혹과 관련하여 여야간의 공방이 뜨겁다. (중략)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때처럼 변죽만 울리는 어설픈 수사를 했다가는 또 다시 난리가 날 판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하여 한 번에 끝내도록 하자"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도 상황은 반대로 전개되고 말았다. 도대체 검찰이 엉망인 것인지, 야당이 상습적인 것인지, 검찰이 수사만 했다하면 번번이 그 결과가 무시되고 특검제 요구가 나오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될 지 모를정도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태로 이 사건이 덮여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이 사건의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서는 정국의 혼돈이 진정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이 사건이 어디 보통 일인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포함한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는가 하면, 이에 반발한 당사자들은 야당 의원들을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낸 판국이다.

여든 야든 어느 한쪽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도대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명히 가려내지 않고서는 우리 정치의 도덕성을 말할 길이 없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왔던 정현준 씨와 이경자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관계 인사의 관련가능성에 대해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은 새빨간 거짓말을 하며 국회를 농락했고 국민을 농락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진실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다는 구실은 의혹사건 수사때마다 검찰이 반복해온 변명이었다. 그러나 피의자들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검찰이라면, 도대체 그 수사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 역시 검찰수사는 금융부정쪽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여부이다. 이 부분에 대한 명쾌한 설명없이는 검찰수사가 끝나도 이 사건은 끝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검찰은 이경자 씨의 최측근 인물로 정관계로비의 핵심인물로 주목되는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과 오기준 신양팩토링 사장이 해외로 도피를 막지못하여, 정치권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의지를 의심받은 바 있다.

도대체 검찰은 왜 이렇게 미적거리는가. 정현준 씨가 개설한 사설펀드 가입자들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여 실명과 차명을 가려내고,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실제 가입자를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그동안 거론된 '실세 정치인'들이 정말 관련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야당측이 근거없이 무고행위를 한 것인지 가려낼 수 있는 일 아닌가. 그리고 야당측이 요구한 정현준 씨 발행 어음과 수표들에 대한 추적에 대해 왜 응답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인가.

이 사건은 이른바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사회적 파장의 정도가 다른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도대체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를 검찰은 책임을 지고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국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권 공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있을 때마다 특검제 요구가 나오고, 그러한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야말로 말 그대로 '검찰권의 공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검찰이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로비의혹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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