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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의 폭로로 터져나온 벤처기업 로비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은 이제 주식시세 조작이나 불법대출 문제를 넘어 권력형 비리 여부를 밝혀내야 하는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갔다.

불법대출의 당사자인 정현준 사장이 어째서 정치권 로비 사실을 나서서 주장하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현재까지 그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벤처기업-관계-정계의 3자 유착 구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처한 금융감독원의 석연치않은 태도는 전직 국장 한 사람의 연루를 넘어, 금감원 조직내 상당수 인사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미 '사설펀드 1억 투자' 사실을 알고 있던 금감원이 이를 부인했다가 다시 사실로 확인하는 등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여 '말못할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건을 덮으려다가 더 큰 재앙를 막기 위해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정치권 로비 의혹 부분이다. 야당은 24일의 국정감사를 통해 여권 인사들의 관련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였다.

이경자 부회장이 '정치권 실세'들과 '청와대 높은 분'과의 친분을 자랑하고 다녔다, 여당 의원들이 로비대상이 되었다, 여당 의원들이 그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다, 사직동팀이 10월초에 정 사장과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했다는 등의 주장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야당측의 주장대로라면 이 사건은 현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야당측은 "…했다는 설이 있다"거나 "…했다는 정보가 있다"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측이 꺼내놓은 말들은 정치공세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엄청난 내용의 것들이다. 야당도 자신의 주장에 대한 보다 책임있는 근거제시가 필요하다.

사건 당사자들인 정현준 사장과 이경자 부회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여야의 주장이 또한 엇갈리고 있다. 진실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를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로비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경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 사건의 핵심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준 사장은 자신이 불법대출받은 114억원 가운데 40억원을 이경자 부회장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고, 불법대출받은 나머지 4백억원도 자신의 계좌에는 입금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낙 액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 돈의 행방을 추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 있다.

서울지검은 이 사건의 파문이 커지자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신속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신속한 수사가 이미 드러난 사실만을 가지고 서둘러 수사를 종결해버리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검찰 수사가 끝나도 축소은폐 논란만 확대되고 결국 재수사가 진행되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금융감독원 간부들의 연루 여부는 물론이고, 정치권 로비의혹이 낱낱이 파헤쳐져야 한다.

벌써부터 정치권 로비의혹과 관련하여 여야간의 공방이 뜨겁다. 검찰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심을 잡는 강력한 수사를 벌여야만 뒷탈이 없다.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때처럼 변죽만 울리는 어설픈 수사를 했다가는 또 다시 난리가 날 판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하여 한 번에 끝내도록 하자. 경제도 어려운데 다시 이 사건만 가지고 몇 달을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검찰총장 탄핵안 제출이 부당한지 여부는 검찰의 항의성명을 통해 가늠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로 가늠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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