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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98년 7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키부츠에서 생활한 이야기들을 <샬롬! 이스라엘>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여행을 마치고, 다시 키부츠에 돌아왔다. 이제는 한국에 있는 집은 고향집 같이 느껴진다. 자질구레한 사물함과 침대를 빼면, 내 방을 꾸미고 있는 것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이제는 키부츠가 집처럼 편안하다. 아마도 이제 완전히 적응이 된 것 같다.

나는 방을 바꿨다. 한 달 이상을 함께 지내던 네덜란드의 캐더린과 세이프린은 이집트로 여행을 가면서 키부츠를 완전히 떠났다. 그 대신 내 방은 새로 오는 발룬티어들을 위해 비워 놓고, 나는 옆방으로 이사를 했다. 옆방에도 역시 네덜란드 룸메이트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나이는 무지 어리다. 캐더린과 세이프린이 20살을 넘긴 성숙한 여인이었다면, 도린과 말루즈는 18살, 17살의 고등학교 여학생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나보다 더 성숙하게 발육이 되어 있다. 거기에다가 나와 더 친했던 말루즈는 키가 178㎝이다. 말루즈의 장래 희망도 모델을 거쳐 영화배우가 되는 것. 그래서일까? 평소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말루즈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말루즈는 사람을 쉽게 사귀는 편이 못되기 때문에.... 사실 그녀는 흑백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왠지 싫은 느낌이 드는 사람은 아예 사귈 생각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니 황송할 따름이다. 내가 17살 짜리와 서로 친구라면, 한국에 있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을 할까?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한국에서는 나이라는 것 때문에 진정한 관계가 성립이 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예의 없이 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성립되지 않으니,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는 것 같다. (며칠전, 나이가 한 살 많은 동료에게, 좋은 친구야~~라고 말했더니, 내가 너 친구야?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아.... 라고...내가 말한 친구의 의미는 보다 광범위 한 것임에도 불구...가슴에 화살 => 흑!)

하지만, 이 곳에서는 모두가 친구다. 말루즈는 그녀의 엄마와 함께 키부츠에 왔는데, 엄마인 마리온은 45살이다. 하지만 그녀도 나의 친구다. 그녀와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된 것 같다. 그녀는 나에게 말루즈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온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묻는다. 결혼과 출산, 이혼, 여자로서 혼자 가정을 꾸린다는 것, 네덜란드에 관한 여러 가지의 궁금점들까지 말이다.

도린은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똘똘한 친구다. 생각보다 네덜란드 여자들이 굉장히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성적이 조금 안 좋아도, 의사가 정 되고 싶으면, 네덜란드 학생들은 벨기에로 의과대학을 다닌다. 벨기에는 프랑스와 가까운 남쪽에서는 불어를 쓰고, 네덜란드와 가까운 북쪽에서는 더치, 즉 네덜란드어를 쓰기 때문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벨기에서 대학을 다녀도 유학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여튼, 방도 바뀌고, 룸메이트들도 바뀌고, 여행을 갔다온 후, 키부츠 생활에 있어서의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키부츠에서는 발룬티어들에게 피크닉이나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다른 키부츠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이틀 정도 여행을 보내준다고 하는데, 내가 있던 크파 길라디 키부츠에서는 두 달에 한번씩, 샤바트인 토요일에 피크닉 정도의 소풍을 보내준다.

우리가 간 곳은 요르단 강이다.
우리 나라처럼 강이 많은 나라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요르단 강은 이스라엘에서 단 하나 뿐인,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또 환경적으로도 너무나 중요한 강이다.
또한, 요르단 강은 갈릴리 호수와 사해를 이어주는 강이다.

키부츠에서 요르단 강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가 제일 처음 한 것은 카약.
2명에서, 4명 정도,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서 강을 내려가는 것이다. 요르단 강은 그 너비가 굉장히 좁다. 넓은 곳도 한강의 10분의 1이나 될까? 우리가 지칭하는 산의 계곡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시간 정도 카약을 타고, 하류에 모인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 이스라엘 음식인 케밥도 굽고, 스테이크도 굽고, 소시지도 굽고, 준비해 온 빵에다가, 오이나 당근, 양파, 상치, 피클정도, 음료수를 대강 점심으로 먹었다. 간식으로 감자칩도 먹고.

날씨는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남자들은 맥주병과 감자칩을 들고 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맥주를 마시는 발룬티어들이 몇 있고, 여자들은 저마다 선탠을 한다고 햇볕에 누워있기도 하고, 늦은 바비큐를 여전히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저 한가로운 여름날의 피크닉이라고나 할까?

벨기에에서 의대를 다니는 네덜란드 친구 잉거가 우리에게 뛰어와 소리쳤다.
"이봐, 물가로 가자, 물에서 떠내려가기를 하는 거야, 재미있을 거라구!"
마침, 점심을 과하게 먹고 수다를 떨던 여성무리들은 모두 "그래, 배도 부른데 운동해봐!"라는 정신으로 무장을 하고, 다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설마, 그래도 이 몸에 이 덩치가 떠내려갈까? 가라앉겠지......
하지만, 요르단 강의 물살은 정말 너무도 세어서, 물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신기하게도 절루 떠내려 가는 것이었다. 얼굴도 물에 안 집어넣어도 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모두 O.K이다. 그렇게 한 20미터를 떠내려가면 물살이 약해지는데, 그 부분은 깊이가 굉장히 깊다. 한 4에서 5미터는 되는 것 같다. 다시 물에서 떠내려가기를 하려면, 왔던 물살을 헤쳐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게 굉장히 힘이 든다. 물살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떠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하니, 살이 엄청 빠진 기분이었다.
나중에 이스라엘을 여행하실 분이 있으면, 북쪽의 요르단 강을 가보기를 권한다. 돈도 안드는 물살타기..... 살까지 빠지고, 재미도 있으니 당근 일석이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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