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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 곳 칠갑산에도 지금 심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농업기술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만, 강우량이 49.5mm란다. 비가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농군들은 촉각이 곤두선다.

센터에서는 하우스 관리가 잘 되었는지 물어본다. 비바람 치면 함께 걱정해 주는 이 있어 그래도 흐뭇하다.

오늘 한낮에는 이곳 특산물인 구기자와 고추를 따던 손길이 무척 바빴다. 낮의 숨가쁜 수확에 허리가 휘어질 듯 아프지만 밖의 바람 소리와 비가 지붕을 할퀴고 가는 소리만 맘을 어지럽힌다.

옆에 나가떨어진 그가 안쓰럽지만 작년에도 추석 전후에 연이어 내린 소낙비로 미처 손쓸 틈이 없이 폐농을 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새삼 머리를 뒤흔든다.

아니 올해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 아직까지 구기자도 잘 커주어서 4번 수확에 들어갔고 고추도 병해충없이 잘 자라주었다. 수입구기자 걱정만 없으면, 그래도 수입이 꽤 괜찮았는데 아침에 구기자 병해충발생 속보가 날아들었다.

구기자가 사람 몸에 좋다는 건 천하가 알고 있지만 작은 미물까지 맛보려 들다니 안될 일이다. 하우스 비가림 시설로 탄저병이 거의 생기지 않지만 노지에서는 생기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오후에 공주KBS 처녀 리포터가 와서 <지금은 충남시대>에 방송할 구기자 자랑을 하란다. "구기자는 불로초여, 몇 달만 먹어봐-"

구기자의 성분 가운데 베타인과 루틴이 있어 간에 좋고 성선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해서 '한국산 비아그라'라고 했더니만 빙긋이 웃기만 한다. "정말이여 거짓이 아닌 거여!"

8월 초부터 11월까지 구기자를 따는데 처음 따는 구기자일수록 품질이 좋다. 이 곳에서는 집집마다 열풍건조기가 있는데 60도 이하에서 24시간 건조를 시킨다. 여름 구기자는 건조할 때 엑기스가 빠져나와 엉겨 붙으면 잘 떨어지질 않는다. 말하자면 진액이다. 가을 구기자보다 품질이 좋은 것이다.

9월 1일부터 2일 동안 청양고추 축제가 열린다.
이 곳 청양고추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재배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키고자 마련한 행사인데 태풍이 도와주질 않는다. 농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에서 아줌마들 나들이 하기가 쉽지 않겠지? 고추따기 행사도-
청양읍 지천변 고수부지 행사장이 물에 잠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어르신들을 위한 구기자 한과, 구기주, 다림차 등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아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 농주 몇 잔에 일년 시름을 달래고 마을 주민들의 털털한 목소리도 한껏 높아질텐데.

그래, 내일 날이 개면 고추포대를 매고 이어달리기 행사나 참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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