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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정치권의 기류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정권의 급진적 대북 통일 정책이 계층간의 이념적 위화감을 조성, 국가 분열의 위기감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나는 현정부의 대북정책이 급진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나온 이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게 된다. 이산가족 상봉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굳이 그런 발언을 내놓는 진의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 총재의 그같은 발언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조성될 '눈물정국'에 대비하는 포석이라고 말한다. 8월 중순에 눈물정국이 조성되면 모든 국민의 시선이 거기로 집중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국의 주도권은 여권이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우려라는 것이다.

그러니 야당으로서 현정부의 일방적인 정국주도권 장악을 견제할 필요가 있고, 이 총재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다시 목소리를 높인 것도 그같은 맥락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분석들이 사실과 거리가 있기를 바란다. 사실 나는 '눈물정국'이라는 말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말을 정당에서 만들었는지 기자들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이념조차 넘어선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정략적으로 바라보는 냄새가 그 말에서는 물씬 풍겨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눈물정국에는 우리 함께 눈물을 흘리자고. 상봉한 가족도 눈물을 흘리고 TV를 시청하는 국민들도 눈물을 흘리고, 그리고 여당도 야당도 다같이 눈물을 흘리자. 거기에 무슨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이 있고, 여당이니 야당이니 하는 정파가 있겠는가.

어떻게 이루어진 만남인가. 이것이 어디 상봉하는 가족들만의 만남일 수 있겠는가. 이 만남이 있기까지 우리 민족이 걸어야 했던 피투성이 형극의 길이 어찌 생각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둥켜안은 가족들의 한맺힌 사연은 우리 민족의 사연이고 우리 역사의 사연인데, 우리 어찌 함께 울지않을 수 있겠는가.

여든 야든 그앞에서 '눈물정국' 운운하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은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니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야당에게 주문하고 싶다. 얼마동안 야당기사가 언론에 좀 덜 나면 어떠한가. 정부여당의 입지가 조금 유리해지면 어떠한가. 민족사의 거대한 흐름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이해타산이다.

큰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마음을 비우자. 상봉과 재이별의 애절함이 남과 북을 덮어버리는 그 기간만이라도 정치를 잊자. 그리고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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