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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에서 계층 양극화 현상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칼럼니스트 아키오 오가와는 6일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쓴 칼럼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여 자세히 말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칼럼 주요 내용이다.

최근 <불평등사회 일본>이라는 책을 쓴 동경대 조교수인 도시키 사토는 일본이 대체로 평등사회라는 세간의 이미지를 반박하였다.

그는 지난 1985년부터 일본사회에서는 유산계층과 무산계층간의 균열이 나타나 최근에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토 교수의 말을 인용하였다.

일본 정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가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본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평등사회라는 인식은 일본 안팎에서 있어왔다.

사토 교수는 이 책에서 전후 일본의 경제성장은 많은 일자리와 근로계층의 직업 이동을 가져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근로계층을 6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하위 사무근로자들의 자녀들은 그들 아버지들을 따라 같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위 육체근로자들은 자영업이나 영세업에 종사한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6가지 그룹 중 자영업이나 농민들은 1985년 이후로 일본의 경제성장이 멈춰 직업기회가 상실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반면에 전문직 종사자, 관료, 대기업 간부 등은 자녀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교육비에 많은 소득을 지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사토 교수는 소수의 고위 유산계층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근로계층 중 10% - 많아야 20% - 정도가 고위 사무직근로자에 속하며 이들과 사회 나머지 계층과의 틈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사토 교수는 이러한 계층 양극화 현상이 가져다주는 문제점 중 하나로, 고위 계층의 자녀들이 좋은 환경에서 출발하여 좋은 직장을 얻어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이 자기 부모들의 재산과 노력 덕택이 아니라 자신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생각은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사토 교수는 평가하였다.

그는 고위 유산계층 자녀들이 보이는 이같은 행태는 거품경제를 야기한 관료들이 자기들의 정책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꼬집었다. 사토 교수는 더욱이 야당인 민주당이 적자생존의 자유시장을 찬양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부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와 반대로 많은 하위 계층들에게는 절망과 분노감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진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토 교수의 분석과 달리 교육 기회의 불균등으로 인한 계층 양극화 현상을 주목한 요 오가와 선생님(공립 고등학교 교사)은 <공립 고등학교, 어디로 잘못 가는가?>라는 책을 통해 이같은 점을 논하고 있다.

그의 책에서는 1970년대부터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 공립 중/고등학교가 많이 설립되어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이농자들의 자녀들을 수용하였지만 이에 상응하는 교육의 질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가와 선생은 농촌 출신 자녀들이 많은 대도시 주변의 공교육 기관은 교육의 질 하락과 학부모들의 가정교육 부재로 실패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런 사정으로 상위계층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사립학교로 옮기고 있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기들이 하위계층에 속하며 미래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분야에서 계층 양극화문제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교토대학의 도시아키 다시바나키 교수는 1988년 <일본의 경제 균열>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다시바나키 교수는 고위 사무계층이 그들의 높은 봉급과 재산 등으로 자신들의 특권을 어떻게 공고화해 나가는가를 추적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복지체제의 미흡으로 평등사회가 아니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같은 계층 양극화 현상의 완화를 위해 오가와 선생은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의 철폐를 통해 판에 박은 사회인을 양산하는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사토 교수와 다시바나키 교수는 연금, 실업자 보호 등 복지체제의 확대를 통해 평등사회에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유럽 국가들이 지출하는 복지예산의 1/3-1/2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이 이끄는 현 연립내각은 매년 50조 엔을 공공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2-3배로 평가된다. 이런 막대한 예산 지출과 복지 수준간의 불균형 극복을 위해서는 낭비적인 공공사업 지출을 막고 그 예산을 복지체제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아키오 오가와는 결론 맺고 있다.

세간의 평가와 달리 일본 사회의 계층 양극화 현상은 일본보다 경제발달 수준이나 복지체제 그리고 지방자치도에서 낮은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하겠다. 특히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며 공공사업 투자를 많이 하면서도 서민들의 실질적 복지에 와닿지 못한다고 평가되는 현정부의 복지정책에 주는 교훈은 작지 않을 것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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