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 43명의 법학교수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삼성 에버랜드 대표이사·이사·감사 전원 및 주주계열회사 대표이사 전원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서울지검에 제출했다.

그리고 이들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삼성해고노동자복직투쟁위원회 등 8개 단체와 함께 <삼성 등 재벌의 불법세습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불법세습 공대위)>를 구성, 일명 '스탑 삼성 캠페인 (stop-samsumg campaign)'을 시작했다.

삼성의 심장에 날리는 직격탄.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인 삼성그룹의 총수를 형사고발한 용감한 법학 교수들. 그 중심에는 곽노현(방송대 법학과) 교수가 있다.

관련기사
법대교수 43명, 이건희회장 고발
'불법세습 공대위'가 말하는 <삼성불법세습 10문 10답>
그는 44억원으로 4조원을 벌었다 - 곽노현

7월 18일 오후 1시가 조금 못돼 곽 교수는 광화문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곽 교수는 "이재용(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씨가 3년만에 삼성그룹의 대주주가 된 것은 경제쿠데타에 해당한다"며 "이는 한국사회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권력 찬탈 행위"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검찰에서 자신들이 제출한 고발장을 조정환 검사에게 배당한 것에 대해 "적당히 불기소 처분하려는 메세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곽 교수를 비롯한 43명의 법학교수 고발인단은 조정환 검사가 지난 2월 삼성SDS 사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며 담당검사 교체를 요구한 상태다.

곽교수는 "우리들의 논리에 삼성은 뚜렷한 말을 못하고 있다"며 "제발 이 문제를 가지고 삼성과 공개적인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정의와 상식의 논리'는 무엇일까.

- 지난 6월 29일 43명의 법학교수들이 모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이사 및 감사 전원, 삼성에버랜드 주주계열회사 대표이사 전원을 형사고발 했는데, 43명이라면 전체 법학 교수의 몇 %나 되는가.

"전국 법학 교수가 800명 정도니까 5%에 해당한다."

- 이렇게 조직적으로 법학교수들이 나선 사례가 있는지.

"법학 교수들이 모여 형사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 5·17 군사쿠데타와 관련해 검찰이 기소권 없음을 결정했을 때 137명이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고, 37명의 법학교수가 삼성SDS 관련 2차 재판에서 의견서를 제출했었다. 그러나 교수들이 직접 형사고발을 한 것은 국내외를 막록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 43명의 교수는 앞으로 삼성으로부터 연구지원 등을 포기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삼성의 협박이나 회유는 없었는지.

"그런 것은 없었다. 법학 교수들이 이건희 회장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제출할 때는 단지 삼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어떤 재벌기업으로부터도 연구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각오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삼성은 한국에서 표준적인 기업이라 삼성을 공격하면 모든 재벌의 적이 된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삼성에 대항한 일이 아니라 모든 재벌과의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 왜 하필이면 삼성인지. 다른 재벌도 많이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부가 세습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아닌가.

"그건 간단하다. 삼성의 불법세습 과정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세습은 지난 3년간 중앙일간지를 비롯해 보도가 된 상황이다. 삼성의 잘못이 드러났다는 것은 역사의 뜻이다. 삼성은 주도면밀하기로 소문난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이다. 그 주도면밀한 삼성의 잘못이 드러났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다 그렇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 곽 교수를 비롯한 43명의 교수들은 다른 법이 아닌 '형법'을 들고 나왔다. 왜 다른 법들도 있는데 하필이면 형사법인가.

"우리가 문제삼는 본질은 계열사가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에게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총수의 아들에게 총수자신이 혹은 총수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의 이사가 주식의 초저가 발행을 결의한 것이다. 이것과 관계된 법규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는 회사법인데 이는 주주의 손해를 만회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의 주주만이 요구할 수가 있다. 삼성의 비상장계열사는 주주가 계열사 아니면 총수 일가이다. 결국 그룹총수일가나 계열사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성립이 않된다. 과연 그들이 하겠는가.

둘째는 공정거래법이다. 삼성의 불법 세습을 공정거래법으로 보면 계열사가 총수일가에게 부당지원한 '불공정거래'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SDS에 과징금을 매긴 사례가 있다. 하지만 봐라. 회사로서는 총수에게 헐값으로 주식을 넘기는 것도 모자라 또다시 과징금을 내서 손해를 봤지만 정작 총수일가는 아무런 손해가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으로는 정의가 회복되지 않는다.

셋째는 세법이다. 세법은 주식의 헐값 발행을 '특수관계에 의한 실질증여'로 봐서 증여세를 추징할 수 있다. 그런데 증여세를 매기려면 세법상 실질증여액이 있어야 한다. 실질증여액은 실거래액에서 세법상 주식평가액을 뺀 금액이다. 그러나 계열사들은 실거래액을 세법상의 주식평가액으로 해버렸다. 그래서 실질증여액이 없는 셈으로 나와 현재로서는 증여세 추진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회사법, 공정거래법, 세법으로는 정의를 세울 수 없다. 그래서 형사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 좀더 구체적인 고발 혐의에 대해 묻겠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이사·감사들에게 왜 특별배임(상법 제622조)과 업무상 배임(형법 제356조) 혐의가 있는가.

"어떤 회사의 이사나 감사가 저지른 업무상 배임을 상법으로는 '특별 배임'이라고 부른다. 즉, 이사나 감사가 법적 책임을 위배해서 본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다.

삼성에 아무런 직책이 없는, 하버드대학에서 공부중인 이재용 씨라는 제3자에게 재산을 몰아줄 목적으로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해 회사에 들어올 자본이 들어오지 못했다. 이러한 헐값발행은 에버랜드의 이사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특별배임의 전형적인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혐의에는 왜 해당하는가.

"업무상 배임이 50억이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적용되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이 사안에서는 에버랜드 주식의 적정가가 얼마인가에 따라 배임액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 교수들은 배임액이 50억은 물론 넘는다고 본다. 최소한 수천억은 될 것이다."

- 이건희 회장에게는 특수교사(제34조 제2항) 혐의가 추가되어 있다.

"교사(敎唆, 남을 부추겨 못된 일을 하게 함-편집자주) 중에서 자신의 지휘나 감독을 받는 자를 부추겨 범죄 행위에 이르게 했을 때 특수교사라 한다. 계열사 이사들의 범죄는 이건희 회장이 지휘한 것이다.

단순히 친구를 꼬신 것이라면 단순교사지만 자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을 꼬셨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는 1/2까지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이 사건의 몸통은 이건희 회장이다."

- 그렇다면 곽 교수가 보기에 이건희 회장에게 어느정도의 형량이 나와야 '정의'가 회복되는 것으로 보는가.

"그 물음에는 이렇게 답하겠다. 이제 한국사회에서 정권의 쿠데타는 불가능하다. 이런 마당에 한국재벌의 경영권을 도둑질하는 것은 얼마나 큰 죄인가. 이재용 씨가 3년만에 삼성그룹의 대주주가 된 것은 주식의 헐값 발행을 통해 그룹 지배권을 유지·재생산하기 위한 경제쿠데타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의 권력 찬탈 행위다. 여기에 어떤 형이 적당한지는 일반 시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