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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사례로 본 한국 디지털 영화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3시 시청강당에서 열렸다. 김홍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디지털에 대한 관심만큼 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모였다. 그 첫 발제 황동미(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의 내용을 중계한다.

디지털 비디오 영화의 국내 제작 현황

디지털 영화제작이라는 용어는 디지털 이미지 처리, 하드 디스크를 이용한 화면 저장, 컴퓨터 통신과 같이 컴퓨터를 이용한 새로운 영화제작 방법과 기존의 영화제작 기술 일부를 통합한 방법을 의미한다.

77년 조지 루카스가 영화 <스타워즈>에서 기존의 영화제작 관행에 비추어 놀라운 변화에 해당하는 놀랄만한 특수 시각효과를 시험했었다.

그의 실험과 성공 이후로 꾸준히 발전해 온 디지털 기술의 영화 도입은 두 축으로 발전해왔다. 한 축은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들여서 관객들의 변화된 기호에 맞추어 가면서 스펙터클을 중시하는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위한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는 흐름이다.

이 흐름의 주요 역할은 '찍는 영화에서 그리는 영화'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영화들이 맡고 있다.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나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 같은 영화들에서 실제로는 도저히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들을 정교한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실제처럼 보이도록 그려 넣는다.

또한 이런 바람은 애니메이션에도 거세게 불어서 전통적인 셀기법을 벗어나서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추세가 변해가고 있다. 지난 겨울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디즈니 픽사의 <토이스토리>나 콜롬비아의 <스튜어트 리틀>같은 영화는 애니메이션 또는 실사와의 합성으로 기존에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여러 가지 표현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한 평론가가 말했듯이 눈앞에 뛰어 다니는 것들이 '데이터 덩어리'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기술 수준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런 흐름은 필름으로 제작하는 복잡한 과정이 생략되면서 많은 제작비를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한 저예산영화들, 실제로 미국독립영화의 축제, 선댄스영화제에서 7~80%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99년 최대의 화제작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22,000달러(우리 돈 약 2천 7백 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서 미국에서만 1,101개 극장에서 개봉을 하고, 99년 10월까지 개봉 석달 남에 40,530,000달러 (우리 돈 약 17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 영화가 이토록 적은 돈을 들여서 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한 후 편집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필름으로 전환을 해 극장에서 상영을 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유럽의 도그마 집단도 역시 디지털 비디오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98년 덴마크의 토마스 빈터부르크 감독이 만든 <셀러브레이션>은 덴마크, 영국, 미국, 호주,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개봉되었었다. 후자로 언급된 흐름, 값싸고 가벼운 장비를 이용해 제작비를 낮춰 누구나 쉽게 영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서 인디펜던트 영화인들에게 특히 반가운 이런 흐름을 우리는 쉽게 DV 영화라 한다.

국내에선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데뷔한 임상수 감독이 연출하는 두 번째 장편 <눈물>이 디지털로 촬영, 키네코를 거쳐 필름으로 극장 상영을 준비하고 있고,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또한 3D 애니메이션 <괴> SF 영화 역시 디지털 영화로 기획, 현재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총 제작비 3억원을 예상하고 있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족하는 촬영을 마친 상태이며 이후 HD 포맷의 새로운 영화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한 <봉자> 역시 디지털로 촬영하여 키네코를 거쳐 필름으로 상영한다. <봉자>가 극장에서 개봉하면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디지털 비디오로 촬영된 일반 상업영화가 관객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DV포맷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제규 필름의 김진성 감독은 Sony사의 W900이라는 HDTV카메라로 촬영 중이며, 이 카메라는 24프레임으로 촬영하여 기존의 30프레임에서 24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닌 국내 최초의 HD 영화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방인>의 문승욱 감독도 <베케이션>이라는 영화를 디지털로 준비중이다.

방송쪽에선 MBC 프로덕션이 구비한 HD급 카메라와 장비를 이용, 자체 디지털 영화 제작을 위해 현재 시나리오 공모를 하고 있고, 장진 감독은 수다프로덕션을 차리고 '요절복통 삼인삼색'이라는 제목으로 세 감독들의 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단 장진 감독과 김지운 감독의 참여가 확정된 상태다.

디지네가사에서는 박기형, 프루트챈(홍콩), 나카다 히데오(일본) 3인의 감독이 각각 10억의 제작비 규모로 디지털 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지난 2월 달에 밝힌 바 있다.

독립영화 진영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지상 감독의 <그 여자 이야기>라는 저예산 디지털 영화를 촬영, 후반 작업 중이다. 총 예산 1억 5천만원 정도의 장편 영화로 현재 제작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부산아시아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남기웅 감독의 단편 <강철>은 비디오를 이용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미학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간단한 특수 분장과 장치를 한 좁은 기차에서 광각렌즈를 장착한 작은 핸디캠을 끝없이 회전시켜가면서, 부족한 조명을 파란 색조로 처리한 특이한 이 영화의 화면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우면서 비관적인 미래상을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게 처리했다.

카메라 움직임이나 색조의 차가움 등이 필름으로 작업한 영화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다. 이 감독은 <강철>과 더불어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
다>라는 특이한 작품을 다시 들고 나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영화 제작 현황은 한마디로 논의와 소문은 무성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아직 눈에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영화에 대한 관심이나 담론이 과열 또는 거품이라는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관심과 시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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