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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도동 솔밭공원에 가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새긴 이승복 동상이 있다.

최근 솔밭공원에 대한 조경공사가 새로 벌어지면서 동상 주변을 새로 단장하고 있다. 이 곳 이승복 동상은 1978년 지역의 한 사회단체에서 건립한 것이다.

이 동상에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는 충혼탑이 세워져 있어 해마다 유월이면 참배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이승복 동상은 충혼탑에 비해 '썰렁하다'고 할 정도로 찾는 이가 적다. 그런데 최근 지역민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승복 동상을 그대로 둘 것인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료 수집과 함께 내부적인 입장 정리가 되면 본격적인 철거 목소리를 내세울 채비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내부 논의를 거쳐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승복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논리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68년 12월 9일 사건 당시 이승복 군이 과연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했는가라는 의문점이 일고 잇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언개련은 우리나라 언론의 최대 오보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한 논쟁은 98년에 많이 제기되었는데, 당시 김명걸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아침햇살'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유일한 목격자인 형 이관상씨가 그런 말을 전할 경황도 없이 후송되고, 원주육군병원에서 일주일동안 혼수상태에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기사가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 조작설의 주된 논거다. 경위야 어쨌든 기사는 사실과 부합한다고 관상씨는 주장한다.

물론 내 자신은 그 어느 쪽이 옳은지 말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 그러나 부끄러운 채로 굳이 발언을 한다면 이런 말은 하고 싶다. 설사 승복군이 그런 말을 하여 크게 보도되었다 하더라도 그뒤에 거기에 지나친 정치성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본다면 10세 정도 어린이로서는 공산당을 바르게 알고 비판다운 비판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더구나 그 공포의 순간에 말이다. 이런 점때문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보도내용의 거짓 여부를 문제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군사정권이 승복군을 반공의 영웅으로 우상화하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30년이 지나서까지 그 기사의 사실 여부가 이렇게 큰 논란꺼리가 되지는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이처럼 이승복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이용 당해 세워졌던 동상을 지금 시기에 와서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 아닌가.

둘째, 한반도에 통일의 기운이 샘 솟고 있는 마당에 '반공이데올로기'를 심어 주는 동상을 세워 둘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남북 최고위급 회담이 곧 열리고, 이것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지 모르지만, 한반도 내에서 통일 분위기를 조성해 가야 한다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동상을 드러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이제는 세계화 시대다. 앞으로는 더 세계화할 것이다. 일본에도 공산당이 있고, 프랑스에도 공산당이 있다. 우리는 이들 나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나라들 중에는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기도 한다. 논리의 비약인지는 모르지만 '공산당이 싫다'면,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와 관계를 맺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가. 또 공산당만 존재하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까지 운운한다면, 글쎄 '어불성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밖에 동상건립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이나 지역 전체가 동의하는 동상이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동상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세워지기 때문이다.

이승복 동상은 비단 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활발한 논의를 벌여 보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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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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