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여름. 안치웅(서울대 무역학과 82학번, 88년 5월26일 실종)씨는 같은 과 동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신을 믿게 됐다. 기도원에 들어갈 생각이다."
전원하. 서울대 무역학과 82학번. 안치웅씨(서울대 무역학과 82학번, 88년 5월26일 실종)와 과 동기이자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전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씨와의 마지막 대화를 분명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 안씨와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
"서울대 무역학과 동기이다. 무역학과는 그때 110명 정도 된다."
- 안씨가 실종된 것을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
- 잘 아는 사이인가.
"학생회일을 같이 했다. 학생회가 84년에 생겼다."
- 안씨는 어떤 활동을….
"그때는 다 학생운동에 관한 일을 했다. 안씨는 비합법써클, 과학생회일, 단대일, 총학생회일 다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 무슨 직책을 맡았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조용하게 학생운동을 한 친구이다."
- 어떤 비합법써클이었는가.
"대학문화연구회였다. 사회학과 82학번인 김민석의원도 거기 출신이다."
- 어머님한테 백태웅씨 이야기를 많이 했다던데.
"백태웅씨도 대학문화연구회였다. 법학과 80학번이다."
- 안치웅씨를 가장 마지막에 본 것이 언제인가.
"87년 7월인가 8월에 한번 봤다. 그때 나는 종로2가에 있는 신안과에 입원해 있었다. (운동하다) 잡혀있다가 구속집행정지 상태였다. 그때 치웅이가 찾아와서 종로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치웅이가 '신을 믿게 됐다. 기도원에 들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좀 자세히 말해달라.
"6월 항쟁과 이한열열사에 대해 말을 나누다가 그 친구가 종교적인 이야기를 심각하게 했다. '진화론이 안맞는다는 것을 확신한다.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말을 했다. 진지했다."
- 만의 하나 북으로 넘을갔을 가능성은?
"그럴 친구가 아니다. 치웅이는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북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리고 성격상 모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종교적인 문제도 그렇다."
- 위장취업 했을 가능성은?
"위장취업을 할 마음이었다면 운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숨길 이유가 없다. 내가 고발할 것도 아니고. 북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으로 놀랄 나도 아니다. 또한 그친구는 마음따로 말따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 안씨의 실종을 종교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렇다."
이제까지의 취재에 의하면 실종당시 안씨가 가려고 생각했던 것은 '기도원'이 아니라 '신학대'였다. 이것은 가족과 이광복 목사, 신중원 목사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확인된 점이다. 그런 그가 실종되기 약 10개월전 안씨는 친구에게 "기도원에 들어갈 생각이다"라는 구체적인 말을 친구에게 했다.
기도원에 들어갈 생각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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