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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롱 텀 캡피탈>의 파산 이후, 헷지 펀드의 장래가 이제는 불투명해져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에 조지 소로스 마저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자본통제에 반발했던 그가 지금과 같은 무제한한 자본의 투기적 운동에 대한 우려를 짙게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스스로 조장한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미래에 확신을 잃고 있는 투기자본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증시의 장세 변동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자 한국증시 또한 난장(亂場)의 춤을 추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사안이지, 그날 그날 장세의 판도에 따라 울고 웃을 일이 아닌 것이다.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구조는 그대로 놓아두고 증시부양책이니 체질강화니 해봐야 여기에 빨대를 들이대고 있는 외국 투기자본의 능수능란한 게임에 녹아나게 되어 있다.

첨단기술주(株)는 그간 활기 넘치는 새로운 자본시장으로 평가받았었다. 그러나 투자과잉에 따른 수요공급간의 불균형과 실제가치보다 높은 평가가 이루어졌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넘치는 거래로 인한 수급불균형은 가격하락의 요인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실질적인 성장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투기적 기대에 의해 상승된 주식가격의 일부는 거품처럼 꺼지는 "허수"가 되고 만다.

그래서 어느 단계에 이르면 그 허수 부분을 더 이상 거래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증시의 하강세는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의 보다 근원적인 바탕에는 신경제의 축인 첨단산업의 발전이 투기적 금융자본과 손을 잡고 진행되어온 점에 있다. 증시 본래의 취지대로 산업발전의 금융적 기초를 견고하게 마련하는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대의 단기적 수익을 겨냥하는 금융자본의 논리와 아직 기반이 약한 신경제의 투기적 결합이 가져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 즉 경제전반에 끼칠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하여, 리스크가 높을 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투기논리는 증시 자체의 구조적 불안정의 심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좀더 시간과 성장이 필요한 첨단산업을 그 당장 일확천금의 단기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과대포장하여 도박판을 벌인 결과이다.

미국 증시의 최근 급격한 흐름은 물론 미국경제의 경기과열에 따른 인플레와 이에 대한 금리인상 정책의 가능성에 맞물려 금융자본의 집단적인 동요로 인한 요인도 아울러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근본 구조가 자본의 방만한 운동에 더더욱 취약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투기적 자본의 흐름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정부의 시장개입을 저지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철저하게 해체해온 결과이다.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는 바로 이러한 구조 안에서 성장해온 자본시장이며 따라서 그 기본성격은 도박판의 본성대로 투기적 팽창 내지는 위축에 의한 가파른 우여곡절을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반, 금융자본에 대한 국가적 통제력을 유지했던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변동환율제로 바뀐 세계금융시장은 넘쳐나던 달라를 중심으로 투기적 자본회전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는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지오바니 아리기가 금융자본주의의 역사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밝혔듯이 새로운 위기를 축적해나가는 과정이 되고 있다. 우리 자신의 문제 또한 본질적으로 이러한 흐름에 종속적으로 속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는 그날 그날의 변화를 뒤쫓기 바쁜 "하루살이 전망"에 빠진 채 핵심에서 벗어나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다. 자본의 약탈적 흐름에 무력해질 외환자유화까지 곧 완결짓겠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다.

속히 금융시장의 관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국제금융시스템은 자신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 지금 자본에 대한 규제를 도리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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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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