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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73년에 결혼을 했는데, 박영희 여사와는 연애결혼인가?

"집안으로도 서로 알고 있었다. 또 같은 교회에 다녔고, 내가 고등부 교사를 할때 학생이었다. 여섯 살 차이다."

- 총장님한테 네티즌들이 이 기회에 공부좀했으면 좋겠다. 성공회가 다른 교회와 다른 점을 간략히 이야기한다면?

"성공회는 첫째로 16세기 종교개혁때 개혁된 교회다. 기독교인의 생활을 개혁한 것이다.

교회의 조직이 아닌 생활측면에서의 개혁이 주된 일이다. 그리고 성공회에서 또다시 개혁되어나간 교회가 감리교다. 그리고 감리교에서 또다시 개혁된 교회가 성결교다. 그 외도 또 있는데 그런 면에서 성공회는 개혁된 교회이고 개신교의 한 줄기다.

성공회의 특징이 있다면 나라와 민족을 바탕으로한 한 지역교회다. 지역의 특성을 백% 반영하는 교회. 각 지역별로 독립된 교회다. 이름도 지역마다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강조점은 열린 교회라는 점이다. 신앙생활도 교회가 교조적으로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앙이 성공회 신앙이다.

성공회는 또 의회중심의 교회다. 의회가 평신도 대표와 성직자 대표로 구성되는데, 이 구성원이 똑같은 권한을 가진다."

- 몇 년째 총장으로 있는 것인가.

"1988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 재임해왔고, 총장으로는 94년 9월1일부터 현재까지다."

- 성공회 교수 70명중 20명정도가 '빵잽이'고 한 20명 정도가 진보적인 이들인데 그런 사람들을 쓴 어떤 철학이 있는가?

"성경에도 '버린 돌로 모퉁이 돌을 삼는다'는 말이 있는데,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역사를 보고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용기를 갖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 시대에 정말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의욕이 있었다.

182개 4년제 대학중 하나가 아니고 좀 다른 대학을 만들자.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문제가 있다고 다른 대학이나 사회가 버린 사람들을 우리가 모셔다가 대학을 만든 셈이다."

- 그런 방향을 잡은 것이 성공회의 이미지를 사회에서 제고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는가?

"반반일 것이다. 일부사람들은 좋아하고 일부는 상당히 우려하고. 우려하는 쪽이 좀 많을 것이다. 다만 나는 21세기의 탈냉전 구도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 이제 5월3일이 되면 공식적으로 총장직을 사임하고 국회에 전념하게 되는데, 이재정 총장 없이도 성공회대가 계속 버린 돌들을 모아서 모퉁이 돌로 쓸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내 성공회대 총장직 사표가 유보돼 오다가 5월3일 이사회에서 수리할 예정으로 되어있다. 내가 떠난 이후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동안 성공회대가 쌓아온 기초가 있다. 대학의 중심이 우리가 쌓아온 대학의 이념이고, 그것이 살아있는한 성공회대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젊은이들이 취직하기 쉬운 공부에만 많이 몰리고 인문학에 대해서는 강의실이 텅텅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심각한 학문의 불균형이 예상된다. 그런 현상이 많이 지적돼 왔는데 해결책은?

"인터넷이 몰고올 정신적 공황이라고 할까. 또는 새로운 관계성.. 이런 것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교육부가 BK21 개혁을 냈을 때도 총장회의에서 강력히 요구한 것이 인문학 분야에 대한 강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 더욱 역점을 두고 교육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인간을 만들어가는 교육, 철학, 역사, 문학 같은 교과목들이 반강제적으로라도 강요되어야 한다. 인문학분야가 무너지면 재건하는데 30,40년이 걸린다. 빨리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여러 많을 일을 했다. 일부 비판자들은 그러한 활동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발판 마련이 아니었냐고 하는데?

"아까 말한 것처럼, 나는 지금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변신을 한 것이 아니다.
일정한 기간동안 좋은 정당, 좋은 정치를 만들어내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고 들어온 것이다. 여기 들어온 것도 내 뜻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교회용어로 '소명'을 받고 들어온 것이고, 일정한 소명을 다하면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한 일 중에 나서서 한 것은 없다. 성공회대 총장을 권할때도 3주동안 버텼다. 나는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 남북정상회담이 준비가 되고 있는데, 이게 의미로운 결실을 맺기 위해서 남북 양쪽이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면?

"너무 큰 결실을 내려고 노력하기 보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라는 원칙에 구체적인 합의가 됐으면 좋겠다.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온 국민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뜻과 마음을 모아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50년간 분단의 역사속에서 상처받고 피흘린 아픔을 어떻게든 치유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바램이 있다."

- 총선연대 활동을 평가한다면?

"총선시민연대가 시민운동을 통한 정치개혁에 하나의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기여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낙천낙선대상자들을 심의하는데 있어서 너무 단선적인 평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과거에 어떤 과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민주화를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역사발전을 위해서 어떤 기여를 했는가, 사회정의를 위해서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도 같이 평가되었어야 옳지 않은가 한다.

어떤 한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의 업적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어느 한때의 활동만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예를 들자면 이종찬씨?

"이종찬씨 또는 박상천씨.... 김상현씨 정대철씨도 다 마찬가지 케이스다. 예를 들면 김상현씨 같은 경우에 민주화를 위해서 그렇게 노력한 사람이 없다. 나는 김상현씨와 함께 79년도에 보안사에 끌려가 무지하게 맞았다."

- 젊은 네티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가지다. 하나는 비판하긴 쉬워도 대안을 만들어내긴 참 어렵다. 그래서 네티즌들이 끓임없이 대안을 만들어내는 집단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다수의 의견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을 끝까지 존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레, 품앗이 등 소위 공동체의 축제 등을 되살렸으면 한다. 통신이나 언론매체를 통해서 공동의 목표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솔직히 (이 의장 사퇴의 한 계기가 된) 조선일보 그 사설이 밉지 않았는가.

(오래동안 천정을 보면서 생각하다가.)
"미운 생각이 없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끝났다.
이재정 전 의장은 '말조심'을 많이 했다.

그는 최근 한 사석에서 "조선일보의 사설이 아니었다면 사표까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리사회는 아직도 냉전의식에 젖어있는 보수세력의 벽이 강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입'으론 '공식'을 이야기하고 표정으론 '본심'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열린 인터뷰는 영상으로 중계되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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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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