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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전반의 정치풍향계가 좌파정치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엘 살바도르의 선거에서 과거 좌파 게릴라 출신의 정치인들이 대거 승리, 엘 살바도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엘 살바도르의 내전 과정에서 민족해방전선 FMLN 으로 활동했던 이들 좌파 게릴라 출신의 정치세력은 의회와 주요 시장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족공화연맹을 최초로 패배시킴으로써 차기 대권도 내다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집권당 민족공화연맹은 이들 좌파 정치세력에게 패배했으나 보수세력인 전국화해당과의 연대로 우파세력의 상대적 승세를 여전히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결과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엘 살바도르의 정세를 장악해왔던 민족공화연맹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은 셈이라고 하겠다.

이미 베네수엘라, 칠레 등의 선거를 비롯, 멕시코와 그밖에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좌파 정치인들의 대약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총선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라틴 아메리카가 겪은 정치경제적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라틴 아메리카는 이미 오래 전 군사독재체제를 경험해왔고 1970년대와 80년대에 이에 대한 격렬한 투쟁이 있었으며, 1990년대에 이르면 대체로 우파 민간정권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미국의 이른바 재민주화 정책에 따른 군사정권의 교체전략에 의한 라틴 아메리카 안정 정책의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과거 무장투쟁으로 극우세력과 맞서 싸웠던 좌파 게릴라 세력들이 합법적 정치구조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의회정치의 변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라틴 아메리카는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IMF 에 의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게 되며 그 결과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 외국 자본에 의한 지배, 사회적 불만의 수위가 높아짐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 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거치면서, 라틴 아메리카는 좌파정치의 선택으로 기울어가게 된 것이다.

우파 민간정권은 대두 당시 과거 군사주의적 극우세력보다는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 근본이 결국은 강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점점 판명이 나면서 라틴 아메리카 민중들의 선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엘 살바도르의 선거에 있어서도 전체 88명의 의회에서 좌파세력인 FMLN 이 31명, 집권당이 29명으로 역전 사태가 벌어졌으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엘 살바도르의 수도인 산 살바도르의 시장에 FMLN 의 대통령 후보였던 헥토르 실바가 압승을 거두어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 좌파 세력이 2003년의 대선에서 승세를 내다볼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는 바이다. 멕시코의 경우에도 멕시코 시티의 시장이 좌파세력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선의 승세를 좌우하는 상황이 예견되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현실이라고 하겠다.

FMLN 은 이번 총선결과를 놓고, 의회만이 아니라 주요 도시에서도 속속 승리, 집권당의 지지기반을 허물었을 뿐만이 아니라 향후 엘 살바도르의 정치에 있어서 중대한 변화의 계기를 확보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라틴 아메리카 전반의 정치적 분위기와 맞물려 라틴 아메리카 좌파세력에게 매우 고무적인 사태전개로 이어지고 있다.

무장투쟁을 통해서만 혁명을 이룰 수 있다고 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 합법적 정치통로를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 있는 이들 라틴 아메리카 좌파 세력이 200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주목이 되는 바이다.

이들 라틴 아메리카의 좌파 세력은 현재 유럽의 정치지형을 좌우하고 있는 유럽좌파와는 달리 서구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를 거부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자체의 독자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시되는 것이다.

냉전시기의 역사적 유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려는 이들 라틴 아메리카 좌파 정치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 세계는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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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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