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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에서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세금과 예산은 민주정치의 전제이자 결론이며,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기자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A대학이 30년 동안 뽑은 학생들을 살펴보니,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10% 더 많이 선발됐다. A대학에는 매년 같은 수의 남성과 여성이 지원하고,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능과 내신 점수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 10%의 격차는 우연으로 넘어갈 수 있는 차이인가?

우연일 수가 없다. 한두 해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30년의 평균이 10% 차이가 난다는 것은 선발 과정에서의 편향 또는 구조적 문제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다. 최대로 들 수 있는 벤치프레스 무게를 반영하는 선발 전형이 있다거나, 여성이 적게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 공대나 군사학과의 존재 때문일 수도 있다. 통계적으로 우연이 아닌 일은 이유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불균형한 학생 선발을 대학이 의도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현상은 합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한다.

보수 정권에서 세입 늘려 잡아 주는 기획재정부

나는 지난해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문민정부 이후 기재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예산당국이 보수정권에서 편향적으로 세수를 과대 예측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예산당국은 민주당 정권에서는 4.2%만큼 세입을 줄여 잡아 예산 지출을 제약해 초과세수를 발생시키고, 보수 정권에서는 세입을 과대추정함으로써 그만큼 가용 예산을 더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줄잡아 2024년 기준으로 약 30조 원의 국세수입을 예산 편성 시점에 보수 정부에게 더 제공했다. 1993년 이후 보수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한 15년 동안 5% 이상 세입을 과대추계한 적은 7번인데, 민주당 정권에서 예산을 편성한 경우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통계적으로 우연히 이런 격차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합리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는 현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런 경향성은 다시 확인되었다. 상반기까지 결손 규모가 10조 원에 이르고,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추계에 따르면 결손규모는 연말까지 23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 한다. 왜 기재부는 보수정당만 집권하면 세입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인가?

기재부의 답변은 "정부별로 세수추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5년 치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명백하게 데이터는 정부별로 세수 추계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적 사실 자체는 기재부가 "말이 안 된다"라고 부정한다고 해서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5년 치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가 크지 않다'는 해명은 더욱 이상하다.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향성이지 전체 평균 오차가 아니다. 지난 5년의 편향성은 어느 때보다도 문제적이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가 편성한 2021년과 2022년 세입예산은 각각 17.8%와 13.3%의 오차를 내며 2년간 100조 원 이상 과소추정을 하더니, 윤석열 정부에서 편성한 2023년(-14.1%)과 2024년 예산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어마어마한 결손을 내며 세입을 과대 예측했다.

합산하면 결국 2020~2024년 5년 간의 평균 세수오차율은 1.7%(2024년 오차율은 조세연 예측에 기반)에 불과하지만, 절대적 평균오차율(오차의 크기만으로 계산한 평균)은 10.8%에 달한다. 지난 30년간 평균을 내면 세수오차율은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정권이냐는 변수로 갈라 보면 숫자는 양수와 음수의 반대 방향으로 질주한다.

또 등장한 낙관적 예측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오른쪽은 김언성 재정관리관. ⓒ 연합뉴스

다시 뜯어보니 이상한 구석이 정말 많다. 보수정당이 집권한 첫 해 기재부는 100% 세수를 과대 예측했다. 평균 6.6%에 달한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첫해에는 평균 3.5%만큼 세입을 줄여 잡았다. 보수 대통령 재임 시 치러진 대선에서 세입은 모두 과대추계(4.8%, 탄핵 대선 제외)되었고, 민주당 대통령 재임 시 치러진 대선에서 세입은 모두 과소추계(7.4%)되었다.

보수 집권기 선거가 치러진 해(9회, 탄핵 대선 제외) 예산당국은 2.6%만큼 세수를 과대 추계했고 민주당 집권기 선거가 치러진 해(8회)에는 4.2%만큼 과소 예측했다. 총선이 있었던 올해 예산안 역시 적자예산안이 편성되었고, 세입까지 과대예측되면서 재정지출의 차원에서 보수여당에게 힘을 실어주는 그림이 만들어졌다. 승리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 발표된 내년 국세수입 382조 원은 어떨까? 역시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인다. 2024년 세입예산보다 15조 원을 늘려 잡았는데, 올해 세입이 23조 원가량의 결손이 예상되므로 실제로는 38조 원 이상을 늘려 잡았다고 보아야 한다. 과연 10% 이상의 상승 폭을 기록할 수 있을까?

정부가 믿는 구석은 기업 영업실적 회복에 따른 법인세 수입 증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법인 실적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반전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2022년부터 단행한 대규모 법인세 감세와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세액공제 확대는 경기 회복기의 세수 확장 역시 제한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결손을 감안하면 382조 원이라는 국세 수입을 맞추기 위해 30조 원 수준의 법인세 증가가 필요할 텐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 중 10조 원 이상을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로부터 이월된 결손액과 세액공제액이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 15조 원 역시 유류세 정상화를 전제로 잡은 것이다. 현재 수준의 유류세 인하가 계속 이어진다면 3조 원 가량의 세수 손실은 불가피하다. 부가세 수입도 올해에 비해 7조 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봤는데(8.1%) 그렇게까지 낙관적으로 볼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세연의 부가세 수입 추계는 정부보다 5조 원이 적다. 382조 원, 가능할까?

세수 예측을 틀리는 것은 이해한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널을 뛰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자본시장 환경에서 세금이 얼마 들어올지 1년 전에 예측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그런데 예측의 방향성이 정권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추계 모형을 공개해 숫자의 근거를 밝히고 민간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으면 해결될 일인데,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의혹을 키운다. 모든 것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신뢰는 차츰 무너져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세수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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