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말 노동자 14명을 만나 주말 노동의 현황과 휴일의 경험, 어려움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주말 노동자 14명을 만나 주말 노동의 현황과 휴일의 경험, 어려움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 unsplash

관련사진보기


기업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고객이 많이 온다는 이유를 명분 삼아 노동자들을 주말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빡빡하게 배치해 왔다. 주말에 일하는 게 어쩔 수 없다고 노동자들 스스로 내면화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케줄 근무와 맞물린 주말 노동은 주말 노동자의 노동시간, 일과 삶의 양태, 가족 및 사회관계 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주말 노동자 휴식권 연구를 함께하며 결혼식장, 골프장, 마트, 면세점, 백화점, 카지노, 호텔 등에서 일하는 주말 노동자 14명을 만나 주말 노동의 현황과 휴일의 경험, 어려움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노동시간 자율권을 빼앗는, 주말 노동자의 스케줄 근무

(주로) 한 달 단위 스케줄표를 통해 일하는 요일과 시간이 결정되는 면접자들은, 스케줄표를 확정하기 전에 희망 휴무일을 신청하고 서로 조율하고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 포함해서 4개만 휴무를 들어가자 합의를"(50대 여성, 마트) 보거나, "내가 출근해야 하는 날에 선배님이 휴무면 선배님한테 이날 바꿔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는"(20대 여성, 백화점) 등 동료 노동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주말 노동자 2721명에게 스케줄 결정 과정에서 본인의 의견이 얼마나 잘 반영된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10%가량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휴무일 신청에 있어 자신의 의견 반영 정도에 대한 기대 자체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주말 노동자들은 애초에 단 며칠 정도만 휴일을 신청하고 있었다. 다 같이 바쁜 주말의 경우, 이틀 이상 연속으로 쉬고 싶은 경우는 신청에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친구들하고의 약속, 부모님의 생일"(40대 여성, 면세점)과 같은 몇 안 되는 날에만 휴무를 신청하고, 짜인 시간표에 본인의 일상을 맞추고 있었다.

"(예를 들어) 제가 다섯 번의 요일이 다 필요해요. 근데 그거를 다 말씀드리면 눈치가 보이니까 반 정도, 이틀 정도만 말한다거나 그렇게 하죠. (중략) 주말 같은 경우를 토일 다 빼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그렇죠. 이틀을 연속으로 해서 저번 달에 빼달라고 했는데 다음 달에도 또 이틀 연속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기도 또 눈치가 보이고. 보통은 짜 주시는 거에 제 약속을 맞추는 편이긴 해요(30대 여성, 면세점)."

주말 노동자들은 주말은 물론 공휴일에도 많이 나와야 했다. 휴무를 넣지 않(못)은 대신 개인 연차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필요 전부를 충족하긴 힘들다. "4년 동안 연차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30대 남성 호텔 노동자도, "원하는 휴무일에 쉴 수 있는 경우가 반반"이라는 30대 여성 골프장 노동자도, "제가 쉬면 남아 있는 친구들이 노동 강도가 훨씬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30대 남성, 호텔), "내 동료들은 바빠서 주말에 못 쉬고 있는데 나는 일이 있어서 빠졌다 그러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40대 남성, 유람선)기에 주말이나 명절 등 휴일에 쉬고 싶을 때도 잘 못 쉬고 있다.

이러한 경험담은 주말에 연차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1/3이 넘고, 그 이유로 "주변 동료의 업무 과중에 미안하거나 눈치가 보여서"가 1순위로 꼽혔던 설문조사 결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 주말에 쉬는 것을 미안한 일로 느끼게 하거나, 나는 못 쉬는데 다른 사람은 주말에 많이 쉬는 걸 불만으로 여기게끔 하기도 하며, 나의 일상과 시간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게끔 한다.
 
얼마 전 한 백화점은 주말 영업시간을 일방적으로 늘리려다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얼마 전 한 백화점은 주말 영업시간을 일방적으로 늘리려다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 서비스연맹

관련사진보기

 
평범하고 싶은 소망, 소외감과 박탈감

면접자들은 주말 노동 강도가 평일보다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남들 쉴 때 더 많이, 강도 높게 일하는 상황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 역시 인식하고 있었다. 주말에 쉬는 사무직 직원과 같이 일한다는 30대 남성 마트 노동자는, "특히나 명절 같은 경우 본사는 나머지는 전부 다 쉬고 우리는 명절에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40대 남성 백화점 노동자 역시 "(주말에) 우리는 출근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등산하고 있고 하니까 오히려 더 나오기가 더 힘들다"라며, "익숙해져도 현타가 오는" 감정을 공유해주었다.

2023년 마트 노동자들과 함께 마트 의무 휴업의 평일 변경에 따른 노동자의 일-삶 변화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는 주말에 일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은 어긋남'에서 오는 미안함이나 박탈감을 들을 수 있었다. 엇갈린 시간표로 인해 가족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함에 따른 미안함이나 아쉬움은 이번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30대 남성 호텔 노동자는 호텔 일을 시작한 후 "7년째 가족 모임은 한번도 간 적이 없"고, 50대 남성 결혼식장 노동자는 "생활의 패턴이 와이프랑 달라서 각방을 쓰고"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주말에 시간을 함께하지 못함에 따른 미안함 역시 주요하게 공유해주었다.

"주말에 아이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죠. 강아지도 그래서 키웠어요, 애 혼자 있으면 무서워하니까. (중략) 아이가 옛날 생각하면서 얘기할 때는 미안한 경우가 많아요. '그때 나는 맨날 왜 혼자 있었어?' 이렇게 얘기할 때 있거든요.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 (50대 여성, 마트)

"그 부분이 사실 아이들한테 많이 미안하죠. 사실 서비스 직종에 있는 노동자 엄마들은 아마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할 것 같아요. (중략) 우리는 아이들한테 주말에 못 놀아줬던 거를 평일에, 약간 보상 심리로 아이들 놀이동산도 데려가고 그랬죠. 아이들이 뭐 사달라고 하는 부분에서도, 못 해준 부분을 이거로라도 보상을 하자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웠던 것 같아요. (중략) 이렇게 커서 보니까 아이들하고 놀아줄 때도 다 때가 있구나." (40대 여성, 백화점)

친구들을 만나거나 규칙적인 여가생활을 하는 데에도 주말 노동과 예측할 수 없는 스케줄 노동은 방해로 작동한다. 쉬는 요일을 예측할 수 없고, 주말에는 특히 못 쉬는 시간표에 자신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들과 어긋난 시간표로 인해 많은 주말 노동자들은 사회관계망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빼앗겨 왔다.

한편, 설문조사에서 일-삶 균형 보장을 위해 한 달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주말 휴무 횟수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평균 4회가량이었는데, 이는 주말의 절반은 쉬어야 한다는 바람과 그조차도 못 쉬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응답으로 보인다. 면접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4번은 쉬어야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주말 4번이라도 쉬면 뭐가 좋아질 것 같은지 물었고, "많은 여가활동도 할 수 있을 것"(40대 남성, 카지노),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한테 잘 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남을 거 같고, 친구 관계도 더 좋아질 것"(30대 여성, 골프장) 등 여가와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담은 응답들을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면접자들은 주말 휴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를 비추기도 했다. 오랜 기간 주말에 일하면서 지냈더니 익숙해진 것 같다는 의견도,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어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말이나 명절 등 사회적 휴일에 더 바삐 일하도록 내몰리며, 일터에 매여있지 않은 시간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유를 빼앗긴 순간들이 누적된 결과기도 하다.

인력충원과 매장 휴점으로 주말 휴식권을

면접자들은 주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인력충원이 필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조별 스케줄 근무를 하기에 몇 명이 더 필요한지 구체적 수치로 제기해 주기도 했다. 

"주말에 필수 인원 정도만 회사에서 모집해주면 (중략) 최소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붙여서 오롯이 쉴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50대 남성, 결혼식장)

"한 명만 더 늘어도 이틀씩은 쉴 수 있고요. 연차까지 다 소진해야 한다면 7명이서 근무를 해야..." (40대 남성, 카지노)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을 쟁취했고, 의무휴업은 현재 마트에 적용되고 있다. 모두 같이 쉬는 고정 주말 휴무가 노동자 주말 휴식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이는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스케줄 근무의 완충재로도 작동할 수 있다.

면접자들 역시 "고정적으로 쉴 수 있으면 약속도 지금보다 편하게 잡을 수 있고"(30대 여성, 면세점), "(직원들끼리) 아침 9시부터 만나서 6시까지 논다고 하더라도 부담감도 없을 거 같고. 정말 직원들하고의 그런 프렌드십을 더 끈끈하게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40대 여성, 면세점) 등 동료들과 같이 쉬는 정기휴점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중무휴 돌아가는 사회의 기반에는, 이번 면접자들을 비롯해 사회적 휴일에 노동력을 투여해 온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가며 굳이 이 일터가 365일 24시간 운영되어야 하는지, 계속 질문해 왔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자들이 휴식과 삶을 꾸려나갈 권리조차 박탈된 채 주말 내내 일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모든 주말 노동자들의 사회적 휴일에 쉴 권리 보장을 통해, 휴일 노동이 아닌 휴일 휴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로 재편해 나가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6월호, 노동과세계에도 실립니다.


태그:#주말노동, #휴일근무, #사회적휴일, #서비스노동자
댓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