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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 당시,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이 구급차에 탑승하고 응급병원에서 보호자 역할을 했다며 상황 축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훈련병의 신병교육대 의무기록 또한 존재하지 않아 조직적 은폐가 이미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망 사건의 본질은 명백한 가혹행위 사망 사건"이라며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훈련병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들은 즉시 구속 수사를 해야 하며 경찰도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강제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구급차 선탑자 중대장... 상황 축소 의혹"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숨진 당시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이 훈련병의 사망 책임을 지우고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던 훈련병이 숨진 당시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이 훈련병의 사망 책임을 지우고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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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병원 후송 과정에서 중대장이 구급차 조수석에 선탑자로 탑승한 사실과 속초의료원에서 훈련병 보호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센터는 얼차려를 시킨 가해자로 지목된 중대장이 구급차 선탑자와 환자 인솔을 맡았다면 당시 상황을 축소하거나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담긴 증언과 자료도 공개됐다. 하나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 54분경 해당 부대 소대장이 훈련병 어머니에게 전화해 "완전군장을 매고 연병장 4~5바퀴 도는 건데 3바퀴 도는 중에 신체적으로 힘들었는지 반응이 와서 후송 중"이라고 진술한 건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해당 훈련병이 이송된 속초의료원의 간호기록지 최초 기재 사항에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열 40도 이상이어서 군 앰뷸런스 타고 내원함'이라고 적힌 대목이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망 훈련병의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 최초 기재 사항 일부.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BT(Body Temperature·체온) 40도 이상이여(어)서 군 앰뷸란스 타고 내원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망 훈련병의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 최초 기재 사항 일부.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BT(Body Temperature·체온) 40도 이상이여(어)서 군 앰뷸란스 타고 내원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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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소대장은 얼차려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입장이었고, 속초의료원 기록 상에는 최초 기재 후 사건 전후 상황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송 과정에서 중대장과 부중대장 등 현장 상황을 최초로 전달한 사람이 '가혹행위(규정에 어긋나는 군기 훈련)로 쓰러졌다'라고 윗선에 정확히 보고하지 않고 '완전군장을 매고 연병장을 돌다가 쓰러졌다' 정도로 상황을 축소해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혹행위 가해자가 구급차 선탑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환자 인솔을 맡을 경우 자기방어 기제 때문에 의료인의 판단에 혼선을 주거나 정확한 판단을 지연시키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2014년 윤 일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때도 의무병이었던 가해자들이 구타를 당하다 쓰러진 윤 일병을 구급차에 싣고 연천의료원으로 후송해 '냉동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막혀 쓰러졌다'고 거짓말을 한 전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무실 의무기록 없어... "명백한 군보건의료법 위반"

또 군인권센터는 12시단 신병교육대 의무실에 사망 훈련병의 의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인 11일 사망 훈련병 유족이 사건 당시 상황과 후송 결정 과정 등을 알기 위해 군 병원을 찾아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 사본 발급을 신청했으나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족의 표현을 빌리면 군 병원 관계자는 "왜 (의무기록 사본이) 없지", "(다시 확인해 봤지만) 없다"라고 했다.

임 소장은 "군사경찰이 유족에게 설명한 것처럼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무실부터 간 게 사실이고, 육군 공보과장이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것처럼 군의관과 응급구조사가 수액과 응급조치를 진행하고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훈련병을 긴급 후송한 게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해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그런데도 기록이 없다면 명백히 군보건의료법(제18조 진료기록부 작성)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망 훈련병의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와 사망 기록 일부. 훈련병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 '패혈성 쇼크'로 나와 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망 훈련병의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와 사망 기록 일부. 훈련병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 '패혈성 쇼크'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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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사망 훈련병에게 가혹한 수준의 얼차려가 가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망 경위를 살펴보면, 지난 5월 23일 오후 5시 20분경 군기 훈련을 받던 훈련병 여섯 명 중 한 명이 쓰러졌다. 현장엔 중대장·부중대장과 조교 세 명이 있었는데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취지로 말한다. 쓰러진 훈련병은 당일 신병교육대 의무실을 거쳐 민간병원(속초의료원·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속초의료원 도착 당시(23일 오후 6시 49분경) 훈련병 체온은 41.3도까지 올라 열사병 증세를 보였고, 그날 오후 9시 37분경 상급병원인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했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틀 뒤 숨진 훈련병의 사인은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과 패혈성 쇼크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사경찰에 따르면 사망 훈련병이 받았던 얼차려는 규정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그에 앞서 건강 상태 문진도 이뤄지지 않았고 본인 확인서를 받는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응급의학전문의 자문에 따르면 의무기록상 훈련병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상당히 가혹한 수준으로 얼차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유족을 통해 병원 의무기록과 사망진단서 등을 입수해 경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과 경찰은 이미 관련 기록과 정황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을 건데도 가해자들을 방치해두다가 사건 발생 18일이 지나서야 입건했고 경찰은 '같이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들이 사망 훈련병의 상태를 중대장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며 여론을 호도했다"라며 "향후 수사 과정을 면밀히 살피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려는 모든 시도에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군인권센터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에게 군기 훈련을 실시한 중대장은 군기 훈련 규정을 어겨 '완전군장 차림의 구보(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중대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태그:#군인권센터, #얼차려, #군기훈련, #훈련병, #중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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