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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3일 11시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주최하는 '대일역사정의실현, 간토 학살 100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억수같이 퍼붓는 빗속에서도 민족문제연구소 김영환 대외협력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회견에서 첫 발언자는 6.15 남측위원회 김삼열 상임대표였다. 그는 "간토 학살 100주년이 되었지만 일본은 참혹했던 집단학살에 대하여 사실을 은폐, 왜곡하고 있으며 사죄와 반성은커녕 우리 민족을 우롱하고 있다"라고 규탄하며 진실한 사죄를 받아낼 때까지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두 번째 발언자인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대표는 "청산하지 못한 역사, 반성하지 않는 역사가 어찌 미래를 만들 수 있겠냐"며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한일군사협력을 밀어붙여 욱일기가 한국 땅에 상륙하는 이 끔찍한 현실에 맞서 국민과 종교인이 일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23일 11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23일 11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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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대사관 앞은 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인 데다가 진보당 강성희 의원을 포함한 당원 20여 명 그리고 정의당 국회의원의 핵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까지 겹쳐 열기가 뜨거웠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은 정의당과 진보당 당원을 향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를 위반했다며 거듭 해산을 종용했다. 이들이 국민의 염원을 담아 일본을 규탄하고 일본대사관에 항의 편지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였다. 경찰은 '추진위원회'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 인정하라!"라는 구호를 외쳐 집시법을 위반했으니 해산하라고 압박했다.

추진위원회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 우비를 입고 참석한 유기홍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구갑)은 '간토대학살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의 진행 경과에 대해서 설명했다.

유 의원은 "올해 4월 더 많은 여야 의원의 동의를 받을 수 있었으나 백주기인 점을 고려 100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고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상태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과 오는 9월 1일 공식 면담을 하고 본회의 상정을 강력하게 밀고 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모임'을 이끌며 임수경 의원과 함께 2015년 '관동 조선인 학살사건 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안 발의를 한 바 있다.

유 의원이 추진하는 이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무소속 의원 등 100명이 공동 발의했는데 ▲간토 대학살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피해자 및 유족심사,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 이런 활동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간토대학살진상규명 및 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 구성 ▲ 피해자 추도를 위한 추도 공간, 역사관 조성 ▲ 간토 대학살 사건에 대한 역사 왜곡의 시정 및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사업 ▲ 한일 청소년, 교사,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평화 교류 증진 사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2의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성격을 규정하기에 일본의 만행을 온 세계에 알리는 '간토 대학살 사건 진상규명' 관련 특별법 제정에 대해 민주당과 범야당의 당력이 모일 가능성이 커졌다.

종로서 경비과장이 강제해산에 나서겠다고 거듭 경고 방송을 하는 가운데 추진위원회의 김종수 집행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 나섰다. 그는 "8월 28일 서울 대방동의 스페이스 살림에서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 문화제'를 연다. 일본에서도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을 비롯해 각지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이 열린다. 한일 시민운동은 100주기 행사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는 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시민의 관심과 성원을 호소했다.
  
진보당은 23일 일본대사관에 항의 편지 전달을 시도했는데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과 당원들 진보당은 23일 일본대사관에 항의 편지 전달을 시도했는데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 진보당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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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시작할 때보다 빗발은 더욱 굵어졌고 경찰의 해산 압박은 더욱 심해졌지만 일본대사관 앞 진보당과 정의당원은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핵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고 윤석열 정부의 비겁함을 꾸짖었다. 추진위원회 인사들도 기자회견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거듭 일본대사관 앞이 떠나갈 듯 구호를 외쳤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 인정하라!"
"간토 학살 진상규명! 역사 정의 실현하자!"

태그:#관동조선인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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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수필로 쓰는 만인보" 줄여서 '사수만보'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민초들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조명을 비추고 의미를 부여코자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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