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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학생들과 함께 거제시청 앞에서 노자산 골프장 반대하며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학생들과 함께 거제시청 앞에서 노자산 골프장 반대하며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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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지금 학생들이 내일의 미래입니다. 그렇다면 학생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충분한 이유도 없이 골프장을 또 짓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의견도 들어주세요."

경남 거제 계룡중학교 최원영 학생(1학년)이 박완수 경남도지사에게 손편지를 보내 이렇게 호소했다. 거제 노자산(해발 565m)에 골프장 조성을 두고 논란인 가운데, 인근에 사는 중학생들이 경남도지사한테 편지를 보내 '개발 허가 불승인'해달라고 한 것이다.

골프장을 포함한 거제남부관광단지 개발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노자산에 있는 '필요할 경우' 멸종위기종을 이식·이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지난 6월 '협의의견'을 냈다.

경남도·낙동강유역환경청이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이 지난 7월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가 서식하는 게 다수 확인됐다. 노자산에는 멸종위기종인 팔색조도 서식한다.

40여 개 환경·어민·시민단체로 구성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연이어 기자회견과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행동은 지난 1일 거제시청에서 중학생들과 함께 '개발 반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노자산 골프장 건설 여부는 이제 경남도의 결정 여부에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계룡중학교를 비롯한 학생 300여 명이 박완수 도지사 앞으로 손편지를 써서 보낸 것이다.

"멸종위기종 거처, 꼭 빼앗아야 하나요"

학생들은 미래세대를 위해 노자산 개발을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김규림 학생(1년)은 편지에서 "학교 수업 시간에 노자산에 골프장이 개발되려 한다는 것을 배우고 들었습니다. 노자산에는 여러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미 저희 지역에 몇 군데 있는 골프장을 하나 더 개발하기 위해 멸종위기종의 거처를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오직 거제에만 살고 있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결정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김도현 학생(1학년)은 "노자산은 현재 거제를 시원하고 맑은 공기로 채우는 수많은 나무들과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습니다"면서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거제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노사잔의 시원한 공기를 만드는 200만 그루가 넘는 큰 산을 개발한다면 거데는 더욱 빨리 뜨거워질 것입니다. 저희가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이며, 앞으로 오래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멸종위기종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김유빈 학생(1학년)은 "멸종위기종은 사는 곳의 조건이 까다로운데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곳에 적응하지 못해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버리면 나무의 뿌리는 흙을 지지하고 있는데 그것을 다 뽑아버리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미래에도 노자산에서 즐겁게 지내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김정윤 학생(1학년)은 "거제와 많은 시간을 보낸 노자산이 골프장으로 개발된다니 누구나 정말 놀랄 일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부와 명예, 경제가 아닌 당장이라도 사라질 위험에 처한 멸종위기종 아닐까요"라며 "개발 반대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때까지 쭉 응원하고 노자산이 보존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지희 학생(1학년)은 "노자산을 지키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중학교 1학년들과 20대들도 지키려고 합니다"라며 "미래에 도지사께 투표해줄 사람들은 우리들입니다. 골프장을 만들면 학생들이 투표할까요. 학생들이 골프 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랜 시간 도지사 자리에 있고 싶으면 노자산 개발하면 안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를 언급한 학생들도 있다. 안윤솔 학생은 "온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에 집중하고 있는 오늘날, 굳이 골프장을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골프장보다 좋은 공기와 맑은 자연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고, 다음 세대에도 그런 세상과 삶을 물려주고 싶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제발 승인하지 말아주세요. 노자산을 보존해야 합니다"라고 한 윤세민 학생은 "노자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셔야 합니다. 골프장은 많고 스크린 골프장도 많은데 구태여 하나 더 지어야 합니까. 우리 노자산은 아주 소중한 산입니다. 골프장을 만들면 잔지를 보존하려고 농약도 잔뜩 뿌려댈 겁니다. 그럼 농약이 물을 타고 흘러서 바다로 갑니다. 어민들도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습니다. 노자산 개발을 승인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골프장 추진' 거제 노자산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 확인" https://omn.kr/250i5)
 
거제지역 중학생이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경남도지사한테 보낸 손편지.
 거제지역 중학생이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경남도지사한테 보낸 손편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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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 중학생이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경남도지사한테 보낸 손편지.
 거제지역 중학생이 노자산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며 경남도지사한테 보낸 손편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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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자산, #골프장,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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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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