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트
pixabay
차에 시동 걸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엇일까?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꽃샘추위 때문에 열선 시트 버튼을 가장 먼저 누를 것이다. 앞으로는 열선 시트를 쓰려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작년 7월 'BMW 엉따'(엉덩이 따뜻)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BMW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구독형 옵션 패키지는 열선 시트 등을 일정 금액을 내고 매월 또는 매년 단위로 구독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다.
열선 시트는 1개월에 2만 4000원, 1년에 23만 원이다. 원래 차에 있는 열선 시트까지 매달 2만 4000원씩 내고 구독하라고 하니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BMW코리아가 한국에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연간 1200달러(약 150만 원)를 내면 전기차 가속력이 향상되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를 구독하면 제로백(0→100㎞/h)이 기존 대비 0.8초에서 1초가량 빨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본 구독 서비스는 연 단위 구독 상품으로 매년 1200달러를 내지 않으면 가입 1년 후 차단된다.
비단 페달뿐만 아니라 조향(操向) 역시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벤츠는 유럽 국가에서 전기차 EQS의 옵션인 후륜 조향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연간 약 70만 원 구독료를 내면 후륜 조향 기능을 선택해 뒷바퀴를 10도까지 꺾을 수 있다. 통상 뒷바퀴가 4.5도로 꺾이는 것과 비교할 때 10도가 되면 차선 변경과 주차할 때 더 유용하다고 한다.
자동차의 페달부터 조향 그리고 열선까지도 모두 다 구독해야 하는 세상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그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는 예전부터 있었다. BMW, 볼보, 토요타, 현대자동차 심지어 포르쉐까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자동차 자체 즉 하드웨어의 구독 서비스는 오래된 구독 모델이다. 이제는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BMW와 벤츠의 구독 옵션을 둘러싼 소비자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열선 시트, 가속력 장치 등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는 자동차의 추가 기능을 쓰고 싶을 때는 '옵션'이라는 이름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추가 비용을 더 내고 구매했다. 제조사는 추가 비용을 낸 경우에만 내가 산 자동차에 해당 기능을 설치해줬다.
그런데 BMW, 벤츠 등의 접근 방법은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와는 달랐다. 하드웨어를 이미 설치해 놓고, 소프트웨어 조정을 통해서 추가로 돈을 내는 구독자에게만 기능을 열어줬다. 소비자로선 이미 차에 설치한 기능인데 추가로 돈을 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챗GPT의 유일한 수익모델
구독은 영어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전에 보면 구독 이외에도 기부금, 가입, (서비스) 사용 등의 뜻도 있다. 구독을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사서 읽다'이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 우유 등의 구독 정도로 보통 쓰이고 이해되었다.
몇 년 전부터 구독이라는 단어에 경제를 합쳐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구독 경제란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해 사용하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거창하게 경제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새로운 경제 메가 트렌드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신문, 잡지, 우유 구독하고 무엇이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예전부터 구독 경제 시대의 구독자(소비자)였다. 어린 시절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 신문, 잡지 등이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멘트가 무엇일까? 바로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또는 "구독 부탁드려요~"다. 구독 경제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다들 한 번쯤은 유튜브를 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1990년대부터 핸드폰을 사용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를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구독 경제는 기존의 신문·우유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 게임, 의류, 식료품, 농·수산물, 음악, 자동차에서 주거까지 지속해서 넓어지더니 출·퇴근 비행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위성을 구독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다 구독 경제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구독 서비스를 즐기는 구독 경제의 구독자가 되었다.
미국의 시장조사·컨설팅 회사인 가트너(Gartner)가 올해에는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고 발표했을 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부분 서비스가 구독 경제에 편입되고 있다. 심지어 챗GPT도 2월에 유료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앞으로 광고 등이 수익화에 활용될 수도 있지만 현재 챗GPT의 수익 모델은 구독 서비스가 유일하다.
2021년에 테슬라는 자율주행 구독 상품인 FSD(Full Self Driving)을 출시했다. 구매 가격은 1만 5000달러(약 2000만 원), 월 구독료는 199달러(약 26만 원)다. 한 번에 2000만 원을 받고 판매하는 게 더 이익일 텐데 테슬라는 굳이 26만 원에 불과한 구독 상품을 판매하는 것일까?
모건 스탠리의 분석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에 의하면 "해당 서비스는 2025년까지 테슬라 매출에서 6%를 차지할 것이지만, 해당 구독 서비스의 총수익은 테슬라 전체 수익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대비 4배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 자동차(모빌리티)의 큰 특징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학교, 학원, 사무실, 영화관, 게임방,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달리는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를 시킨다면 주문 접수와 동시에 자율주행차에서 만들면서 배달하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자동차 제조 회사가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모빌리티(자동차) 회사가 구독 서비스로 얻는 이익은 훨씬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자율주행 시대의 모빌리티 구독 경제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칼럼 및 저서인 <구독경제: 소유의 종말>을 통해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큰 관심을 보인 곳은 사실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