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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사무원들이 투표함 접수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투표함 접수하러 가는 길 투표사무원들이 투표함 접수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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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이 끝났다. 1~2위 후보 간의 전례 없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진 선거였다. 그만큼 시민들의 관심도와 투표율이 높았다. 개표 말미까지 1~2위 후보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밤잠 못 자고 새벽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는 전남 여수시 진남체육관의 여수개표소에서 '개표관람'을 하였다. 개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지난 9일 오후 7시 50분경부터 새벽 2시 15분경까지 개표 과정을 지켜봤다.

여수 개표장에 도착해 보니 각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갖고 속속 도착한 투표사무원들이 투표함 접수를 위해 밖에서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체육관 내부 개표장에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개표사무원, 참관인, 개표 협조요원 등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개표가 자정을 넘기자 개표 초반의 활기는 사라지고 피곤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튿날 새벽 1시가 가까웠을 때는 일부 개표사무원은 너무 피곤했던지 투표지 바구니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 잠깐 동안 책상에 엎드려 있기도 하였다.
  
잠시 일거리가 없는 동안 탁자에 엎드려 자는 개표사무원
▲ 쪽잠 자는 개표사무원 잠시 일거리가 없는 동안 탁자에 엎드려 자는 개표사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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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참관인들 형편은 어땠을까? 참관인석은 텅 비어 있다시피 하였다. 개표 부스를 돌아다니며 감시하는 참관인은 두 명이 전부였고 참관인석에 한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많던 나머지 참관인들은 어디 갔을까? 그 사이 한두 명씩 귀가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은 거였다.

개표 완료까지는 아직 2시간쯤 더 남은 시점인데 그 너른 개표소에 참관인은 세 명이 고작이라 모두 8곳인 심사집계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표 작업을 할 경우 참관이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들어 검표 작업하는 심사집계부는 두어 곳 밖에 되지 않았다.

여수선거관리위원회는 참관인들이 참관을 포기하고 일찍 귀가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참관인이 개표 완료 전에 집에 돌아가려고 개표참관인증을 반납할 때 그 시각을 기록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10일 오전 1시 32분 여수시 대선 개표소. 개함부 개표사무원들은 모두 귀가하고 투표지분류기운영부와 심사집계부 사무원들만 남아 있다. 참관인은 안 보인다.
▲ 여수시 대선 개표소 10일 오전 1시 32분 여수시 대선 개표소. 개함부 개표사무원들은 모두 귀가하고 투표지분류기운영부와 심사집계부 사무원들만 남아 있다. 참관인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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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참관인은 각 정당 추천참관인과 선관위가 선정한 참관인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1~2위 후보 간의 초박빙 경쟁 중인 정당 참관인들조차 대부분 자리를 떠 직무를 가볍게 여기는 참관인들 모습이 아쉬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선거의 중요성을 홍보한다. 실제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개표는 오랜 진통 끝에 그 예쁜 꽃을 활짝 피게 만드는 선거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간 피곤하다고 개표사무원들이 직무를 허술하게 하거나 참관인들이 참관을 포기하고 일찍 귀가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또한 '대통령선거'라는 굵직한 선거 개표임에도 '개표 관람인'은 나를 비롯해 두어 명 밖에 없었다. 누구든지 개표 관람을 하려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개표 현장에 나와서 그 생생한 장면을 지켜보려는 시민은 전국 개표소 어디나 드문 실정이다. 집에 편히 앉아 TV나 휴대전화로 전국 개표방송을 지켜보려 하지 굳이 개표장에 나가는 수고를 하려 들지 않는다.
  
여수개표소의 텅빈 일반 관람석
▲ 텅빈 관람석 여수개표소의 텅빈 일반 관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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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역시 마찬가지다. 여수개표소에 찾아와 취재한 기자는 나 말고 단 두 사람에 불과하였다. 그들마저 30분 남짓 머물다 떠났다. 개표장 관람석의 그 너른 좌석은 내내 비어 있었다. 이처럼 개표장에 한 번 나와 보지도 않은 시민들이 자신이 투표한 그 표가 어떤 절차를 거쳐 개표에 이르는지 잘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개표 관련 온갖 음모론에 쉽게 휘둘리게 될 위험성이 커진다.

이제 곧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부디 6월 지방선거 개표 때에는 개표사무원들과 참관인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충실히 소임을 다하였으면 한다. 또한 시민들도 가족을 데리고 민주주의의 산교육 현장인 개표장에 나가 개표 진행 전반에 대해 관람을 해 보기를 권한다. 시민들이 개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수록 개표는 더욱 정확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20대 대선, #개표소, #여수개표소, #개표참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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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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