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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 웃장 국밥 거리 풍경이다.
  전남 순천 웃장 국밥 거리 풍경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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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웃장 국밥 거리다. 이곳에 가면 미소를 머금은 황금 돼지가 가장 먼저 반긴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돼지국밥집들이 올망졸망하다. 어찌 보면 그냥 평범해 보이는 돼지국밥 한 그릇이지만 다들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선보이는 순천에서 제법 소문난 장터거리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낮에 이 거리(웃장 국밥거리)를 거닐어 본다. 국밥 두 그릇을 주문하면 수육을 공짜로 내주는 이곳 웃장 만의 독특한 돼지국밥을 맛보기 위해서다. 국밥 거리가 끝나갈 즈음 건너편의 한 식당에 시선이 꽂혔다. 수많은 식당 중 유독 눈에 뜨이는 건 이 집 만의 참신한 메뉴 때문이다.
 
국밥 2인분 시키면 공짜로 내주는 돼지머리 수육과 능이국밥이다. 능이국밥 한 그릇에 1만 원이다.
 국밥 2인분 시키면 공짜로 내주는 돼지머리 수육과 능이국밥이다. 능이국밥 한 그릇에 1만 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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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웃장 OO국밥집의 능이국밥이다. 능이버섯과 돼지국밥의 만남이라니, 그 이름만 들어도 어느새 이내 가슴이 콩닥거린다. 옛말에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고 하지 않던가. 가을 산을 누비며 버섯을 채취하는 버섯 채취꾼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버섯이 능이다. 이른바 능이는 그들이 보물로 여기는 버섯이다.

하지만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송이를 '향기롭고 산중 오래된 소나무의 기운을 빌려서 난 것이라, 나무에서 나는 버섯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다. 하여 일등이 송이버섯, 이등이 능이버섯, 그 세 번째가 표고버섯, 네 번째를 석이버섯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순천 웃장은 5일과 10일이 장날이다. 점심 무렵이다. 한 무리의 손님들이 소나기처럼 식당 안을 스쳐 지나간다. 
 
순천 웃장 호동국밥집 주인아주머니가 가마솥에서 수육을 토렴한다.
 순천 웃장 호동국밥집 주인아주머니가 가마솥에서 수육을 토렴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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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숨을 돌린 주인아주머니에게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 능이버섯을 직접 채취하신다고 하던데 어느 산을 주로 다니시나요.
"고흥 다니고요, 구례 쪽, 곡성, 순천 주암 등지의 야산을 다닙니다."

- 버섯을 채취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요.
"우연치않게 버섯 채취하는 친구를 따라가게 되었어요. 한 9년 전일 거예요."

- 어떻게 해서 능이국밥을 손님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나요.
"산행에서 따온 능이버섯으로 친구들과 함께 국밥을 끓여 먹어 봤는데 다들 '아~ 이 맛이다!'라고 하는 거예요. 다들 맛있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팔게 되었어요."
 
순천 웃장 국밥 거리에 가면 미소를 머금은 황금 돼지 조형물이 가장 먼저 반긴다.
 순천 웃장 국밥 거리에 가면 미소를 머금은 황금 돼지 조형물이 가장 먼저 반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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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채취 산행에는 뜻을 같이한 5명의 회원이 함께한다. 그날 산행에서 채취한 능이버섯은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에게 실비로 제공한다.

- 손님들이 능이국밥을 많이들 찾나요.
"한번 드신 분들은 꼭 다시 와서 드셔요."

- 끝으로 버섯 산행에서 겪은 잊지 못할 얘기 한 토막 부탁해요.
"죽을뻔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어요. 2년 전 가을에 고흥 팔영산에서 독사를 만났어요.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으면 능이와 진짜 똑같이 생겼어요. 진짜 독사를 능이로 착각해서 독사에게 물릴 뻔했어요. 정말 주의해야 하겠더라고요."

"(고흥) 팔영산은 돌이 많은 산이라 독사가 많아요. 정신 차리고 나서 요렇게 자세히 보니까 세상에 독사가 쌧바닥(혀)를 낼름낼름 하고 있더라요."

능이국밥에 사용하는 버섯은 이곳 주인장이 산행에서 직접 채취한 국내산 능이다. 돼지국밥에 능이를 넣어 이른바 서민 보양식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음식이 되었다.

예부터 보약으로 여겼던 능이버섯은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데다 우리 몸의 혈액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항암치료에 좋으며 특히 고혈압과 동맥경화, 심근경색, 위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더불어 영양도 만점이다.

버섯은 향기롭고 맛있는 데다 맛도 그만이다. 요리도 비교적 간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버섯요리를 즐겨 먹는다. 버섯을 손질하거나 보관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으면 풍미가 사라진다.

하여 버섯은 젖은 수건을 이용해 정성스레 닦아내야 한다. 또한, 버섯을 냉장 보관할 때는 신문지로 싸서 보관하면 좋다. 냉동 보관 시에는 비닐백에 넣어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은은한 능이 향기가 느껴지는 보드라운 식감의 국밥이다.
 은은한 능이 향기가 느껴지는 보드라운 식감의 국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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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이 국밥에 함께 나오는 기본 찬거리다.
 능이 국밥에 함께 나오는 기본 찬거리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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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이국밥이다. 은은한 능이 향기가 느껴지는 보드라운 식감의 국밥이다. 능이버섯과 숙주나물이 들어가서일까, 일반 돼지국밥과 달리 고급스러운 풍미가 특징이다. 부담 없는 친숙함도 좋다.

여느 국밥집이나 매 한 가지겠지만 국밥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다. 이 집의 육수 비법은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온 갖가지 식재료들이다. 이들이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졌다. 산에서 채취해온 엄나무와 바다의 명태로 만든 황태 껍질, 하늘에 해당하는 단백질이 풍부한 닭의 닭발이다.

돌아오는 가을, 9월 중순이 돌아오면 능이버섯 채취 산행은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에도 실립니다.


태그:#순천 웃장, #웃장 국밥거리, #능이국밥, #서민 보양식, #맛사랑의 맛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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