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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다 강진으로 진입해 마량을 향해 가면 새로 생긴 가우도 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를 시작으로 옥수수 파는 노점상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송산 옥수수라는 이름으로 몇 주 전부터 한두 분이 나와서 옥수수를 파시더니 이제는 들어가는 입구만 있으면 옥수수 노점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 여름이 돌아온 것이다.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한 번쯤 옥수수를 사기 위해 정차를 하고 싶다. 그러나 시골집 밭에도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익은 시기를 잘 맞추어 수확해야 맛있는 옥수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말마다 내려올 때면 옥수수수염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옥수수가 익어가는 것은 수염을 보면 알 수 있다. 옥수수수염은 연한 연두색에서 시작하여 끝부분이 서서히 붉어진다. 갈색으로 변해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하면 드디어 옥수수 열매가 영글어 간다는 증거이다.

지난 주말 아들까지 대동해 시골에 다시 내려왔다. 제일 먼저 옥수수밭 시찰을 나가 옥수수수염의 상태를 확인했다. 끝이 갈색으로 물들어 가며 말라가는 것을 보더니 수확철이 된 것을 확신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옥수수를 따겠다는 이가 없어 나 혼자 옥수수를 따고 나머지 가족들은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일을 맡았다.
 
옥수수껍질벗기기
▲ 옥수수껍질벗기기 옥수수껍질벗기기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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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고여있는 웅덩이 옆에서 자리를 잡고 옥수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곳이 모기들의 서식지인 듯 모기가 계속 날아와 맨살을 간지럽힌다. 옥수수 껍질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옥수수 따는 것도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옥수수
▲ 옥수수 옥수수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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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따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그러니까 옥수수가 비싸지 쉬우면 비싸겠어."
"예전에는 어떻게 했지?"
"엄마가 다 해주셔서 그렇죠. 언제나 먹기만 했잖아요."
"아 그랬구나. 엄마가 다 해주셨지."


그 시절 힘든 일을 혼자서도 척척 잘 해내던 슈퍼우먼이었던 엄마가 있었다. 그 엄마의 수고와 정성을 참 많이 받고 자란 자식들이다.
   
껍질이 벗겨진 옥수수
▲ 옥수수 껍질이 벗겨진 옥수수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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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찬장에 남겨진 뉴슈가를 찾아 소금을 함께 넣고 옥수수 삶았다. 물을 너무 조금 부어서인지 탄 냄새가 났다. 연하고 부드러운 옥수수 하모니카를 모두 불러댔다. 탄 옥수수마저 구운 옥수수 맛이었다.

보기에는 상등품은 아니었지만 맛은 특등품이었다. 옥수수 품종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구입해서 심었는데 잘 자라 주었다. 찰옥수수 맛을 살짝 기대했지만 토종 옥수수도 괜찮았다. 수확 시기가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이렇게 부드럽고 연한 옥수수 맛을 볼 수 없었을 뻔했다.

옥수수를 살 때면 언제나 옥수수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오늘 옥수수 껍질을 까면서 옥수수를 따는 것도, 껍질을 까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옥수수 가격이 비싸더라도 그냥 깎지 말고 사 먹어야겠다.

옥수수수염을 말려서 이번 기회에 옥수수수염차를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옥수수수염차는 혈압을 안정시켜주어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혈당을 조절해 주어 당뇨에도 도움이 된다. 직접 키운 것은 하나라도 버리기가 아깝다. 더구나 이렇게 몸에 좋은 옥수수수염 차라니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여름 옥수수가 비싸더라도 용서하시길 바란다. 한여름 농부의 땀과 수고와 정성이 옥수수와 함께 삶아진 것이니까 말이다. 광주로 올라갈 때도 옥수수의 계절이 여름 고속도로를 뜨겁게 달구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 안에서 여름휴가를 떠나는 가족들의 흥겨운 옥수수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옥수수
▲ 옥수수 옥수수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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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옥수수수확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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