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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부터 4일까지 울산시 중구 문화의 거리에서 울산민예총이 주관한 제17회 울산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이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끝내야 할 것과 끝나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첫날 행사는 여름 장마의 시작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튿날 낮 공연 때에는 맑은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폐막 공연에는 직후 비가 내려 무더위를 식혔다.

도깨비난장은 문화의 거리를 '열장', '잇장', '닫장'의 세 지역으로 나누어 공연과 전시를 하였다. 노란색과 흰색의 리본으로 만든 도깨비 문은 포토존이었다. 거리 바닥에 노란 삼각형에 적힌 "함께 하기로, 버리지 않기로, 기억하기로, 현재를 살아가기로….", "열정, 예술, 멈추지 않아야 한다." 등의 문구가 이곳이 공연 현장임을 알려주었다.
 
-7월3일, 제17회 울산민족예술제가 열렸다.
▲ 도깨비난장을 열다 -7월3일, 제17회 울산민족예술제가 열렸다.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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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난장은 울산민예총 30여 개 단체, 280여 명의 예술인이 참여한 큰 잔치였다. 거리가 무대였고 전시장이었다. 마침 축제의 본 행사 시작 직전 온라인 유튜브 '도깨비난장TV'의 구독자가 1,000명을 돌파하면서 축제의 열기를 더욱 북돋웠다. 주요 공연프로그램을 실시간 라이브로 송출하여 같은 시간 조회 수가 700명에 이르는 콘텐츠도 있었다.
 
- 장마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도깨비 난장에서 벌어진 거리 공연을 관람하였다
▲ 모처럼의 공연에 시민들 문화 갈증을 풀다 - 장마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도깨비 난장에서 벌어진 거리 공연을 관람하였다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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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인 토요일 3일은 젊은이들의 열정이 빛났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딜라잇'의 바투카타 퍼레이드, '포시크루'와 '더블엠'의 스트릿댄스, '레오다브'의 그래피티 쇼 등은 공연자 뿐만 아니라 관객과 함께 즐기는 모습은 그동안 예술 공연에 목마른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쓴 채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랑과 평화, 희망을 노래를 들려준 '아카펠라 노래숲' 공연은 길을 가던 사람 역시 우산을 쓴 채 감상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스프레이로 그리는 그래피티 아트를 선보이는 이색적인 공연에 관심이 많았다.
▲ 외솔 최현배 선생 그래피티 스프레이로 그리는 그래피티 아트를 선보이는 이색적인 공연에 관심이 많았다.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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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난장에서 특이한 볼거리 중의 하나가 그래피티 쇼였다. 울산 출신의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래피티 아트로 수년 전부터, 대한독립 영웅들을 형상화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던 L.A.C 스튜디오의 레오다브와 반골이 참여했다. 스프레이가 붓만큼이나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신기한 듯 시민들은 우산을 쓴 채 바라보았다.

개막식 행사에서 이번 축제의 야심작 도깨비 로고송 'AND & END'의 라이브 공연이 있었다. 전래동요와 판소리 가사를 인용하여 대중음악과 랩, 국악을 융복합하여 매우 독창적이고 트렌디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로고송은 뮤직비디오로 제작되어 '도깨비난장TV'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어, 울산민예총 예술인의 수준 높은 역량을 한껏 뽐냈다. 축제 현장에서 현장 공연은 더욱 많은 갈채를 받았다.
 
우리시대에 끝내야 할 것과 끝내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다
▲ -개막공연 "And & End" 우리시대에 끝내야 할 것과 끝내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다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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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 이어 펼쳐진 개막주제공연 '굽이굽이, 고개 너머'는 울산민예총의 역량을 결집한 공연이었다. 한반도의 역사를 관장하는 오방신을 소환하여 근현대사의 질곡을 소재로 한 창작극이었다.

인내천의 동학혁명, 삼일 독립 만세운동, 민주화운동, 탄핵 촛불시위 등을 통해 역사 속에서 굳건하게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사상자를 훌쩍 뛰어넘는 코로나 역병에 시달리는 민중이 서로 소통과 연대, 응원과 치유를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공연은 국악, 판소리, 비보이, 북춤, 랩, 노래, 벨리댄스, 춤 등 35여 명의 예술인들이 참가하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장르가 융·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종합 극예술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틀째 일요일인 4일은 화창해진 날씨 덕분에 세 공연 공간을 번갈아 가며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국악과 클래식, 화려한 퍼포먼스 등으로 많은 시민이 오랜만에 축제를 만끽할 수 있었다. 거리 플래시몹으로 포시크루의 '그날', 뮤직팩토리 딜라잇의 'Alright Delight', 무용단 춤판의 '누구 보러왔소', 그리고 아카펠라 노래숲의 '시간의 노래' 공연 등이 있었다.

또 국악연주단 민들레의 '인연, 함께하는 세상', 놀이패 동해누리와 소리꾼 김소영의 '7월, 봄', 춤 위원회의 '춤파니아', 음악극 집단 바탕곳의 '어여 어여 수궁가자', 꿈꾸는 예술공장의 '한 뼘 클래식', 드로잉 퍼포먼스 '와이라노' 등의 공연이 있었다.

또 문학위원회의 거리 시화전 '글멍에 빠지다'와 미술위원회의 거리 설치미술전과 '잠수함 속 도깨비' 전시는 문화의 거리에 문화의 풍요로움에 빠지도록 했다. 또 미디어위원회의 사진전 '원도심을 깨우다'를 비롯하여 독립영화관 '거리 위 영화'도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인 '숨은 도깨비 찾기' 공모에 선정된 선정된 사랑을 노래하는 도깨비 '박지영', 청소년 실용무용 댄스 팀인 '젭크루', 울산에서 활동하는 남녀 어쿠스틱 듀오 '엘릭시아 밴드', 청년 예술가들이 모인 'Kaoband' 등의 공연은 색다른 볼거리로 울산을 이끌어갈 젊은 도깨비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도깨비난장에서 가장 이색적인 공연의 하나인 사일런트 클럽
▲ 침묵의 공연 -이번 도깨비난장에서 가장 이색적인 공연의 하나인 사일런트 클럽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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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클럽은 젊은이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DJ가 플레이하는 음악에 헤드폰을 착용한 가운데 음악을 듣기도 하며 클럽같이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독특한 시도였다. 마치 '무음극' 같았지만, 가끔 나오는 경쾌한 리듬으로 색다른 클럽임을 느끼게 했고 관객 역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하며 스트릿댄스 공연을 즐겼다.
 
-송철호 울산시장, 노옥희 울산교육감 등이 울산시민과 함께 개막공연을 마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개막공연을 마치고 -송철호 울산시장, 노옥희 울산교육감 등이 울산시민과 함께 개막공연을 마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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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공연은 대전에서 활동 중인 마당극패 우금치의 '덕만이 결혼원정기'였다. 노총각 덕만과 베트남 처녀 흐엉의 보석 같은 사랑이 펼쳐지고, 흐엉의 좌충우돌 한국 문화 적응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울산 도깨비난장 행사 기간 동안, 코로나19로 한가했던 문화의 거리는 예전과 다름없는 일상적 공간을 연출하고 활기를 불어넣어 잠시나마 삶의 일탈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보여주었다. 모두가 도깨비가 되어 함께 참여하고 즐긴 이틀이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울산민예총 박경열 이사장은 "청년과 장년, 그리고 가족이 함께 나들이 와서 즐기는 모습을 통해 예술인들은 관객과 함께해야 존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축제로 시민들이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고, 모두에게 힘이 되는 문화예술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축제기획단을 이끌었던 이하영 총감독은 "코로나19로 한산했던 문화의 거리가 이번 축제로 말미암아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단절에 신음하던 시민들이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활짝 웃으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을 보러온 시민 한 분은 이번 울산민예총의 민족예술제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 등을 통해 도깨비난장의 준비과정을 지켜봤다면서 "'D-100 온라인 콘텐츠'를 비롯해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숨은도깨비 찾기', '로고송 및 뮤직비디오 제작' 등 올해 초부터 구성되어 장장 5개월을 줄기차게 달려온 기획단의 정성과 노력이 빛나는 알찬 축제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술가가 있어야 할 곳은 시민 속이다. 시민과 함께하고 참여하는 예술을 울산 도깨비난장은 지향하였다.
▲ 예술은 시민과 함께 -예술가가 있어야 할 곳은 시민 속이다. 시민과 함께하고 참여하는 예술을 울산 도깨비난장은 지향하였다.
ⓒ 이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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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울산작가회의 소속입니다.


태그:#울산민예총, #울산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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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울산, 양산 지역의 역사문화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는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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