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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남(82. 여)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3월 10일까지 인천에 위치한 S요양원에 입원해 요양보호(4등급)를 받았다. 그런 그가 퇴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6일 노인 학대와 폭행 혐의로 이곳 원장을 경찰서에 고소했다. 사고로 한쪽 눈을 잃어 의안(義眼)을 낀 82세 시각장애인인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일까?

[녹취록] "지하에 내려가서 원장님이 두들겨 팼대" - "두들겨 팼대?" - "어"

문제는 지난 3월 9일에 일어났다. 박귀남씨가 S요양원에서 폭행과 학대를 받았다는 제보를 가족들이 받은 것이다. 막내아들에게 제보해온 이는 S요양원 전직 요양보호사 C씨였다. C씨는 당시 S요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D씨와 통화한 내용을 막내아들에게 제공했는데, 거기에는 박귀남씨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천 S요양원의 전직 요양보호사와 현직 간호사의 통화 녹취록(3월 9일).
 인천 S요양원의 전직 요양보호사와 현직 간호사의 통화 녹취록(3월 9일).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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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C씨(전직 요양보호사)와 D씨(당시 간호사)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3월 9일과 12일 박귀남씨 폭행과 학대 의혹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3월 9일 통화에서 C씨는 "그 어르신이 멍 들고, 그렇게 다친 적이 언제야?"라고 물었고, D씨는 "멍 들고 그런 거는 그저께인가?"라고 답했다. 이어 원장의 폭행 얘기가 나왔다.
 
- C(전직 요양보호사) "내려갔다 와서?"
- D(간호사) "지하에 내려가서 원장님이 두들겨 팼대.'
- C "두들겨 팼대?"
- D "어."

이틀 전인 3월 7일께 요양원의 원장이 박귀남씨를 요양원 지하로 데려가 폭행해 몸에 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D씨는 "머리에 피멍이 들었고, 턱주가리에도 다 멍이 들었다"라며 "이제 지하에 내려가면 두들겨 패니까 지하에 안 가려고 한다"라고 박씨의 상태를 전했다.

이어 D씨는 "(원장이 박귀남씨의) 머리채를 흔들면서 밀치"는 것을 "세 번은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 흔들면서 뒤로 확 밀쳤다"라며 "나하고 S샘, B샘이랑 다 봤다"라고 전했다. 이에 C씨가 "그러니까 (원장이) 막 때렸다고 (요양원 선생님들이) 얘기하더라고"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설마설마 했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D씨가 "진짜야?"라고 응수했다.

특히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요양원 지하에 설치돼 있던 CCTV 은폐 의혹까지 나왔다. 먼저 C씨가 "그 CCTV 없애버렸다매?"라고 묻자 D씨는 "지하에 CCTV를 아예 가렸어"라면서 "그러니까 거기서 두들겨 패는 거야, 그리고 혼자 독방에 가두는 거야"라고 말했다.
 
- C "귀남 어르신이 지하만 데리고 간다고 하면..."
- D "벌벌 떨지."

3월 12일 통화에서도 D씨는 "B샘이 또 전화가 왔는데 어저께 업체를 불러서 CCTV를 5일에 한번씩 삭제되어 돌아가게 다시 설치했단다"라고 C씨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지워버렸기 때문에) CCTV에선 나온 게 없대"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D씨는 "선생님들한테는 어저께 일지도 다시 쓰라고 했대"라고 말했다.
 
인천 S요양원의 전직 요양보호사와 현직 간호사의 통화 녹취록(3월 9일).
 인천 S요양원의 전직 요양보호사와 현직 간호사의 통화 녹취록(3월 9일).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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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D "경찰에서 다 얘기했다"

D씨는 지난 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녹취록에 나온 내용은) 경찰에서 다 얘기했다"라며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근무자들에게 전달받아 들었고, 간호기록지에 다 기록해놨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 어르신이 성격이 있어 (직원들을) 힘들게 하긴 했다"라며 "(그래서) 요양원 선생님들이 (조사에) 협조를 잘 안하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요양원 직원들이 다 모르겠다고 해서 문제"라며 "제보한 저만 피해 볼까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D씨는 현재 S요양병원을 그만둔 상태다.

C씨는 지난 6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내가 (제보)했다고 의심받아 힘들다"라며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피해 의혹 할머니 "지하실에 10번 이상은 간 것 같다"

지난 3월 24일 만난 박귀남씨는 제보내용과 거의 비슷한 학대 정황을 털어놓았다. 먼저 그는 "문을 잠그고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2층의) 독방에 혼자 가둬 놓았다"라며 "감옥은 저리 가라다,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원장이) 머리끄댕이를 잡고 끌고가서 놔버려(내동댕이쳐) 머리가 붓고, 피도 났다"라며 "1년 동안(실제는 9개월-기자주) 맞다가 왔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요양원 지하실에서 일어났다는 폭행과 학대 의혹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요양원 지하실에서) 변이나 오줌을 닦아주는 (소독약) 분무기를 (얼굴에) 뿌리고, 생수 몇 병을 (내게) 들이부었다"라며 "겨울에는 추워서 내복 등 옷을 세 개 입는데 옷이 다 젖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요양원 지하실에는) CCTV도 없고 아무도(직원들도) 없다"라며 "(학대하는 것을) 안보여주려고 꼭 지하실에 가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폭행과 학대가 이루어진 곳으로 지하실에 있는 물리치료실 등을 지목했다. "지하실에 큰 물리치료실이 있는데 꼭 그리로 끌고 갔다"라는 것이다.

폭행이나 학대 횟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매일은 아니었고, 횟수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다만 "지하실에 10번 이상은 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귀남씨 가족은 지난 3월 16일 노인 폭행과 학대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로 김 원장을 인천논현경찰서에 고소했다. 가족은 고소장에서 청소용 소독 분무기를 이용해 액체 분사(얼굴과 머리), 걸레 담은 통에 물을 담아 뿌리기, 휴대전화기로 머리 가격, 의안과 틀니 분실 은폐, 침대 프레임에 머리를 수회 부딪치기 등을 폭행과 학대 행위로 적시했다. 이와 함께 가족은 "(퇴원하기 전날인) 3월 9일 약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지하 1층으로 끌고 가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를 박스 포장용 테이프로 결박한 후 강제로 투약을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박귀남씨는 퇴원 다음남인 3월 11일 한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두피와 아랫다리의 표재성(피부 표피층에만 국한된) 손상 ▲근육통 ▲불안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특히 의사는 진단서에 "요양시설 내 지하실 등에서 원장에게 핸드폰, 소독분기로 머리 다리 여러 곳 맞았다(본인 진술)"라면서 "해당 요양시설과 대상인원으로부터 즉각 분리조치 요망"이라고 적었다.
 
박귀남 어르신의 진단서. 특히 의사는 어르신을 '해당 요양시설과 대상인원으로부터 즉각 분리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귀남 어르신의 진단서. 특히 의사는 어르신을 "해당 요양시설과 대상인원으로부터 즉각 분리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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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원장 "그분이 맞을 분 아니다... CCTV 가져간 경찰에서 결론 낼 것"

하지만 S요양원 김아무개 원장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그렇게(폭행하고 학대) 할 수가 없다, 그분이 맞을 분이 아니다"라며 폭행과 학대 의혹을 일축했다.

김 원장은 몇 가지 안좋은 상황들로 인한 요양원과 박씨의 갈등이 박씨가 폭행과 학대를 주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박 씨측은 목욕탕 앞에서 넘어져 다쳤을 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아닌 근처 작은 병원에 데려간 것, 미장원에 보내주지 않은 것, 휠체어를 압수한 것, 본인이 소독하다가 잃어버린 의안을 보상해주지 않은 것 등으로 인해 계속 학대와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조용히 잘 지냈는데 (2020년) 8월부터 너무 힘들게 사람들을 공격했다"라며 "휠체어를 끌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휠체어로 (다른 사람들을) 때리고, 엘리베이터를 밀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분들은 30분이면 잠잠해지는데 이분은 화가 나면 몇 시간 지속됐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그분은 집에 가는 게 소원이었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가족도 못보고 면회도 금지돼 있는데 밖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라며 "그런데 (우리가) 안해줘서 서운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요양원) 선생님들도 받고 있는 중"이라며 "경찰에서 CCTV 전체를 다 떼갔고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고 했으니 경찰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행과 학대가 사실이라면) CCTV에 나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CCTV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잘못 제기한 것"이라고 부인하면서 "아침과 저녁으로 (어르신들 상황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있어서 CCTV 저장기간을 5~6일 정도로 짧게 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 요양원 압수수색

한편 경찰 조사에 앞서 인천광역시 노인전문보호기관은 가족들로부터 학대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했다. 한 관계자는 "현장조사도 하고 관련자들 인터뷰도 했다"라며 "학대 정황은 충분히 의심되는데 관련자들이 다 부인하고 있고, 객관적인 증거자료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아드님을 통해 경찰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경찰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시설 추가 수사까지 진행한 걸로 안다"라고 전했다.
 

태그:#노인학대, #박귀남, #인천논현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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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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