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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에 대한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경찰 대변인의 브리핑을 전하는 CNN 갈무리.
 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에 대한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경찰 대변인의 브리핑을 전하는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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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일대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살해당한 총격사건을 두고 미국 경찰이 '증오 범죄가 아닌 용의자의 성 중독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초기 수사를 맡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평소 마사지숍을 자주 방문했으며, 이는 그가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격을 벌인 장소들에 대해 "그가 없애고 싶었던 유혹의 근원"이라고 짚었다. 용의자가 성매매 유혹을 없애기 위해 총격을 벌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관련 기사 : 미 경찰 "총격 용의자, 성 중독 가능성... 증오범죄 판단 일러").

그는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아닐 가능성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건이 벌어진 날은) 용의자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라고 말해 단순 일탈로 치부하려는 의도까지 보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 전역에 확산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 특히 아시아 여성을 겨냥했다는 견해가 일반적 인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건이 벌어진 마사지숍들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곳"이라며 "우리는 결코 희생자들을 비난하거나 수치심에 빠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무엇이든 이번 사건의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안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이번 이슈가 미국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건의 원인을 용의자의 성 중독과 연관 짓는 경찰 측 주장이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애틀랜타가 속한 조지아주의 최초 베트남계 여성 하원의원인 비 응우옌도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증의 교차지점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한국계 부시장 태미 김도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 여성들에 집착하고, 유혹을 없애겠다며 그 여성들을 살해한 것도 증오 범죄"라며 "이를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순 없고, 불러서도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CNN "여성 혐오 사건, 의심할 여지 없어"

현지 언론도 경찰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경찰이 총격 용의자를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라고 꼬집었다.

또한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이번 사건 내용을 브리핑한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고 조롱하는 글이 쓰인 티셔츠 사진을 올렸고, 현지 누리꾼들은 베이커 대변인 역시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 전역의 사회 지도자들은 희생자 대부분이 아시아계라는 사실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라며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공포와 분노를 일으켰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용의자의 성 중독이나 경기 불황 때문일 것이라는 변명을 그만두고 인종적 동기를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라는 한국계 여성 메릴린 스트릭랜드 민주당 하원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특히 CNN 방송은 논평을 통해 "경찰은 용의자의 범행이 인종적 동기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가 아시아 여성을 목표로 삼은 것은 분명하다"라며 "그는 아시아 여성이 있는 곳을 찾아가 총을 쐈고, 미 전역의 아시아인들이 겁에 질린 것은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조지아주 같은) 미국 남부에서 마사지 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 여성은 '주제'가 아니라 '대상'이 되고, 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열악한 환경을 전했다.

또한 "이 여성들은 (이번 사건처럼) 잘못을 부정하는 백인 남성에 살해당하지 않으면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한다"라며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 여성인 사건이 여성 혐오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태그:#애틀랜타 총격 사건, #아시아계 미국인, #증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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