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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2회 일인일저 나만의 책쓰기 '시민작가 출판기념회'
 제2회 일인일저 나만의 책쓰기 "시민작가 출판기념회"
ⓒ 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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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오늘 하루 만 열 대번은 들었던 말이다.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내가 이 글을 써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작가가 되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의 <오마이뉴스>와 일맥상통한다.

'과연 내 책이 나올 수 있을까'란 반신반의와 우려가 현실이 됐고, 나만의 책 한 권이 만들어졌다. 2019년 1월 19일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첫 수업을 시작해 12월 21일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30분이 되면 어김없이 모여 123시간을 함께했다. 드디어 글쓰기를 통해 책쓰기로 성장한 애증의(?) 결과물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부천시는 2017년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선정됐다. 더블린, 에든버러, 프라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창의도시는 문학 분야의 역사적 유산과 활동 및 도서관 인프라,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인정받은 결과물이다. 부천 상동 도서관에서는 이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2기로 올해 1월 선정됐다.

'일인일저(一人一著) 책쓰기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수료하면 자신의 책 한 권과 중학교 및 유관 기관에 책쓰기 지도강사로 일할 자격도 얻는다. 작가가 되는 동시에 원하면 책쓰기 선생님이 되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의 총 지휘관은 숭문고 허병두 교사. 참가자들을 이끌고 다독이며 책쓰기를 적극 격려했다.
  
토요일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모여 공부하고 글을 썼다
 토요일 9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모여 공부하고 글을 썼다
ⓒ 허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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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여성은 물론 퇴직자, 직장인, 강사, 선생님, 자영업자 등 직업과 나이를 막론하고 책을 매개로 스물한 명의 시민이 작가로 변신했다.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가 세계적인 유네스코와 만나 큰 길을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이다.

부천시는 집에서 걸어 10분 안에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도서관은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곳이며 수업 역시 도서관에서 진행했다. 늘 책 속에 파묻혀 수업을 듣고, 글을 쓰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노년의 노련함과 청년의 신선함이 교차하는 공감과 호흡을 자랑했다. 가감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쳤다.

글은 스스로 썼지만 후반부 직접 인디자인으로 편집하는 과정이 복병이었다. 혼자서 할 수 없던 책 한 권이 여럿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책쓰기 프로그램은 많지만 유독 끈끈한 유대감과 협력이 빛나는 모임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일, 강연을 듣거나 독서모임으로 생각을 교환하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진열된 책을 읽고 혼자 공부만 하는 장소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도서관의 다각적인 변신에 영향받은 스물한 명의 시민작가가 먼 항해의 돛을 펼쳤다. 넓고 깊은 바다는 비바람과 폭풍우가 위협하고, 잔잔한 물결과 순풍을 타고 유유히 흘러가기도 할 것이다. 또 다른 어려움이 다가와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를 저어갈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태워 더 큰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작가를 희망하는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어 또 다른 시민작가를 만들어 줄리라 예상한다.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작가의 꿈을 이룬 사람이다. "내 인생 이야기를 쓰면 한 편의 책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처럼, 누구나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부천 상동도서관에 전시되고 있는 시민작가의 책
 부천 상동도서관에 전시되고 있는 시민작가의 책
ⓒ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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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이야기를 써보세요"라고. 시작이 어렵지 해보니 생각보다 해볼 만한 일이더라.

책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재미있을까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좋아하는 것, 흥미로운 것, 밤새워 떠들어도 지치지 않을 것을 이야기로 써보면 어떨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책 한 권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궁무진하다. 책은 내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연료를 얻은 것과 다름없다. 내 책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동력이 되는지 두말하면 입 아프다.

어설프고 완벽하지 않지만 내 이름으로 된 나만의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기쁨. 독자에서 작가가 되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절대 아니다. 누구나 원한다면 내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수많은 독자들을 만날 차례다. 당신은 무슨 책을 쓰고 싶은가?

태그:#일인일저, #책쓰기, #시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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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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