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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행복교육(이하 '행복교육')을 외계인 보듯 경계하던 구청은 이제 정책 의견을 구하는 대화 상대로 이들을 인정한다. 청심환을 삼키고 100인 원탁토론회 진행자 마이크를 잡았던 '행복교육' 대표는 2년 후 15억 예산을 다루는 민관위원회의 장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행복교육'이 2년 만에 거둔 여러 성과의 일부다. 그 2년간 '행복교육'은 서울시NPO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의제네트워크 구축 사업(2016)과 지역의제 후속 지원 사업(17) 대상자로서, 재정적/비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성실히 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역량을 키운 '행복교육'은 이제 중랑구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

중랑구에서 '행복교육'은 학부모 당사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는데 성공했다. 구청과 정치권을 향해 학부모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중간 통로를 구축했으며, '다른 교육, 다른 성공'을 상상하는 학부모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행복교육'의 성장에는 센터의 지원뿐 아니라, '초록상상'이라는 풀뿌리 조직의 역할도 중요했다. 초록상상에서 처음으로 마을 활동가의 길을 걸으며 교육의 변화를 꿈꾸던 학부모 10명이 현재 행복교육의 대표/운영위원,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이다.

내년 민간단체 전환을 앞두고 할 일이 산더미라는 이윤주 대표와 임지연 운영위원을 10월 31일 중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랑행복교육' 임지연 운영위원(좌), 이윤주 대표(우) 10월 31일 중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중랑행복교육'의 임지연 운영위원(좌), 이윤주 대표(우)
'중랑행복교육' 임지연 운영위원(좌), 이윤주 대표(우)10월 31일 중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중랑행복교육'의 임지연 운영위원(좌), 이윤주 대표(우) ⓒ 서울시NPO지원센터
 
- 2017년 사업 종료 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중랑행복교육을 다시 한 번 소개해주세요.

이윤주 중랑행복교육 대표(이하 '이윤주 활동가') 
"저희는 아이들이 앞으로 배워야 할 내용이 지식, 암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아이들에겐 삶을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해요. 중랑행복교육은 학부모에게 이런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강좌와 행사를 기획하고, 실제 그런 곳에 탐방을 다녀오기도 해요. 올해는 의정부의 몽실학교, 홍성의 풀무학교에 다녀왔어요.

이 밖에 입시 외 다른 교육 방식을 상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학생과 학부모가 모인 100인 원탁토론, 교육 포럼 등)을 기획하고요. 특히 중랑구의 혁신교육지구 수립 계획이 구체적으로 세워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단체입니다. 

저희의 시작점은 <초록상상>이라는 풀뿌리 마을 조직이에요. 오랜 시간 마을에서 교육을 주제로 고민했죠. 아이가 마을과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었어요. 처음부터 중랑구 전체 교육의 변화를 꿈꾼 건 아니에요.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임지연 중랑행복교육 운영위원(이하 '임지연 활동가') 

"저희에게 초록상상은 엄마 같은 존재예요. 힘들면 가서 하소연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울타리가 될 수 있는 곳이죠. 모르는 사람은 저를 백수로 알겠지만(웃음), 전 마을 활동가라고 자신 있게 말해요. 학교에 선생님이 있다면, 마을에는 활동가가 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2011년에 초록상상에서 대표님과 첫 인연을 맺었어요. 저희들은 초록상상에서 활동하다가, 16년 의제네트워크 구축 사업 참여(특히 행복교육 원탁토론회)를 계기로 중랑행복교육을 결성하게 됐어요."
 
중랑행복교육 활동 청소년 주도 공간으로 유명한 몽실학교 탐방 중(2018)
중랑행복교육 활동청소년 주도 공간으로 유명한 몽실학교 탐방 중(2018) ⓒ 중랑행복교육

- 초록상상에 이어 중랑행복교육까지 학부모와 활동가로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매우 바쁘셨을 텐데요,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임지연 활동가
"처음에는 저희 남편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어요(웃음).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그 일의 정체성은 뭐냐. 이제는 지지의 눈빛으로 바뀌었죠. 
  
이윤주 활동가
"이제 가족들도 저희가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한다는 걸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해요. 개인 취미에 몰두하거나 이기적인 치맛바람과 거리가 멀다는 걸 알죠. 아이가 얘기해요 '엄마, 대단한 것 같아. 이러다가 TV에 나오는 거 아냐?'. 신랑은 본인이 하지 못하는 얘기를 제가 대신한다고 생각하는지, 많이 지지해주고요."

- 지난 2년(센터의 지원을 받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해내셨어요. 특히 2016년 100인 토론회는 중랑행복교육 결성 계기로 이어졌다고 들었는데요, 특별한 행사였을 것 같습니다. 결성 후에는 쉬지 않고 100인 2차 토론회와 중랑구 최초의 자발적 교육포럼 등 큰 행사도 이어가셨죠. 

이윤주 활동가
"중랑구에서 100명 이상이 모이는 자발적 교육 토론회는 그때까지 없었어요. 저희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도해본 일이었죠.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장소 구하는데도 일이 있었고... 발제자를 구해서 순서를 짜는 그 과정이 다 처음이라... 제가 사회자 역할을 맡아서, 우황청심환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전원 웃음).  

행사를 치러낸 자체가 저희가 성장한 증거물이었죠. 큰일을 하나 치르니 이후부터 하나, 하나 일이 쉬워지더라고요. 게다가 이제 중랑에서 교육을 주제로 의논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그들이 저희를 떠올리는 거예요. 
 
행복교육 원탁토론회(2016) 학생-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모여, 중랑행복교육 결성 계기가 됨
행복교육 원탁토론회(2016)학생-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모여, 중랑행복교육 결성 계기가 됨 ⓒ 중랑행복교육
 
지원 사업을 진행한 첫해의 최종 목표가 원탁토론회 개최였어요. 그런데 진행하고 나니 다른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중랑에서 최초로 백 명이 모여
 교육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얘기를 나눴는데...

이대로 그냥 끝내면 안 되지 않아? 
후속 지원 사업도 신청해볼까? 
우리가 지속적으로 활동해볼까?'
이렇게 그다음 해(2017년) 계획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하다 보니 할 수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더라고요. 원탁토론 2회 때는 청심환 안 먹고도 진행을 잘 했답니다(웃음)."


- 올해 활동은 어땠나요?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 해만큼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행사를 여는 등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으셨을 것 같아요.

이윤주 활동가
"경험치가 생기니 준비하기가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대신 올해는 센터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니까 대신 서울시 주민제안사업에 공모했어요. 성장기 사업 예산을 따와서 여러 가지를 기획했어요.

 중랑 전체 시민사회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교육 관련 활동 단체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에게 요구되는 게 많더라고요.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저희 역할에 대해 고민이 컸어요. 중랑행복교육의 목표는 교육 정책의 변화, 혁신교육의 확대를 만드는 거예요. 고민 끝에 결국 정책 간담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뿐 아니라, 교육감 후보 지지 활동도 함께 했어요. 개인적으로 한 후보의 중랑 선거연락소 운영자 역할을 맡았죠. 
 
교육감 후보 초청 간담회 현장(2018) 중랑행복교육이 주최한 교육 정책 간담회. 중앙에는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과 이윤주 대표가 있다(2018)
교육감 후보 초청 간담회 현장(2018)중랑행복교육이 주최한 교육 정책 간담회. 중앙에는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과 이윤주 대표가 있다(2018) ⓒ 중랑행복교육
 
임지연 활동가
"교육과 정치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에요. 입시 교육에 비판적인 학부모도 아이 학년이 올라갈 수록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요. '눈앞에  입시가 떡하니 있는데, 내가 뭘 한들 변하겠어.'라고생각하는 거죠. 학부모뿐 아니라 사회 구조도 바뀌어야 해요. 우리가 배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라도, 안 되면 다음 세대라도."


- 중랑행복교육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지역에서의 위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특히 구청에서는 중랑행복교육의 목소리에 무게감을 많이 둘 것 같아요. 

이윤주 활동가
"처음에 구청은 저희를 낯설어했죠. 작년까지도 저희 현수막이 걸리면 구청에서 연락이 왔어요. '잠깐 봅시다.' 대체 어떤 곳인가, 이상한 곳은 아닌가 궁금하셨겠죠.(웃음) 
  
지금은 지자체 실행 단위 구조 안에서 발언할 기회를 얻었어요. 그 안에서 저희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죠. 이전과 큰 차이에요. 과거 구청에게 저희는 '불만 세력'이었지만, 지금은 '교육 정책에 대한 민간 의견이 필요할 때 찾는 세력'이 됐죠. 게다가 이번 중랑 혁신교육지구 계획 수립 위원장을 제가 맡았어요. 중랑행복교육의 그동안 활동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교육청과 구청은 난감해하시더라고요(웃음)  

중랑에서 관과 민의 협치 경험은 매우 적어요. 새 구청장은 이전과 달리 적극적이지만, 구청 직원들은 아직이에요. 맞춰나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르고, 무엇이 성과인지 정의도 달라요. 심지어 결과를 내기까지 도출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도 달라요. 싸우기도 어르기도 하며 맞춰 가요(웃음)."
 
제2회 중랑교육포럼 센터 지원 없이 보낸 첫 해, 중랑의 혁신교육지구 지정 의제를 다룬 2회차 교육포럼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2018)
제2회 중랑교육포럼센터 지원 없이 보낸 첫 해, 중랑의 혁신교육지구 지정 의제를 다룬 2회차 교육포럼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2018) ⓒ 중랑행복교육


- 민관 합동 위원 조직에서 민간인이 장을 맡는 경우는 흔치 않을 텐데요. 2년 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가장 명확히 성장한 부분 같아요. 현재의 이런 성과, 상상해본 적 있으세요?

임지연 활동가
"전혀요. 우리가 얼마큼 성장할지 전혀 예측 못했죠. 저희는 '2016-2017 NPO지원센터 사업을 잘 끝내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지금은 15억 짜리 예산 사업의 한 주체로 활동하게 됐잖아요? 그만큼 관과 의견을 나누며 풀어야 할 일이 많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일에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모인 사람들 간의 관계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의 활동 영역, 관계망이 점점 넓어지는 게 보였어요. 초록상상에서 중랑 전체의 교육 문제 그리고 마을로. 그 관계망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NPO지원센터에서 맡아준 것 같아요. 
  
이윤주 활동가
"NPO지원센터가 없었으면 중랑행복교육은 시작도 못했어요(웃음). 담당 매니저님의 이야기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의제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생각하는 일에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뭐든지 생각해보세요.
특별히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실행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세요.'
덕분에 저희는 부담 없이 초록상상 시절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어요. 성과가 아예 없으면 센터 매니저님들은 곤란했을 텐데, 얼마나 속이 탔을까요(웃음). 예산 사용 관련해서 영수증을 깜빡하고, 보조금 시스템 사용법을 헷갈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매니저님들이 해결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 현재 행복교육은 비영리 임의단체로 활동 중인데요,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이윤주 활동가 
"내부에선 2019년 민간단체로 전환하자고 의논 중이에요. 그 과정에서 여러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온라인 회원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일이 제일 급해요. 작년 의제사업 종료 당시 저희 밴드 회원은 60명이었어요. 지금은 160명이죠.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데리고 와야 할 시점이에요. 

다만 운영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감당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게 고민이에요. 성장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압박감이 너무 심해요(웃음). 너무 많은 일거리가 턱 밑까지 찬 느낌이에요. 돈 문제도 앞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 중 하나죠."

임지연 활동가
"대부분 공모사업비 속 인건비는 없거나 최소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다 보면 자연스레 돈을 쓰게 마련이고요. 저희야 풀뿌리 시민운동&활동의 철학을 갖고 계속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일에 관심 갖고 활동해보라고 주변에 권유하다 보면 미안할 때가 있어요."
 
돈 문제도 앞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 "풀뿌리 운동의 철학을 갖고 활동하지만, 저희처럼 해보라고 주변에 권유하긴 미안해요(임지연 활동가)"
돈 문제도 앞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해요"풀뿌리 운동의 철학을 갖고 활동하지만, 저희처럼 해보라고 주변에 권유하긴 미안해요(임지연 활동가)" ⓒ rawpixel.com from Pexels
  
- 서울시NPO지원센터는 '변화를 만드는 지원'을 모토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센터의 지원을 받은 중랑행복교육이 중랑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마무리 답변을 부탁드려요.

이윤주 활동가 
"중랑구에서 당사자들이 공론장을 만드는 선례를 저희가 만든 것 같아요.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요. 저희는 교육을 매개로 목소리를 낸 거고. 이제 다른 단체들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밖에 중랑에도 입시 교육 외에 다른 교육을 얘기하고, 상상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든 것.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함께 할 단체가 생겼다는 것, 가장 큰 변화 아닐까요?" 
  
임지연 활동가
"중랑구에서 학부모들이 교육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행복교육 회원 각각이 속한 학부모회나 작년에 구축한 혁신학교 학부모회 등에서 교육 정책에 대한 궁금증, 불만 등을 수집해요. 그 내용을 또 중랑행복교육 차원에서 공유하죠. 저희가 통로로서 관이나 정당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어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중랑행복교육은 바쁘게 달려왔지만 더 많은 계획과 사람이 필요해요."


인터뷰이: 중랑행복교육(https://band.us/@happyeducation) 이윤주 대표, 임지연 운영위원
인터뷰어: 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
인터뷰 지원: 박수연 서울시NPO지원센터 소통협력팀 매니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게재됐습니다.


#중랑행복교육#중랑학부모#중랑교육#초록상상#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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