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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모습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모습 ⓒ 한정환

경주 시가지에 심어진 은행나무, 단풍나무들이 오색의 빛을 발하며 제법 가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경주의 가을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가장 잘 알릴 수 있을까를 잠시 고민해 봅니다. 그러나 고민도 잠깐이고, 바로 단풍이 곱게 물든 경주보문단지를 거쳐 바닷가 감포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경주 감은사지의 모습
경주 감은사지의 모습 ⓒ 한정환

오늘 찜 한 장소는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음식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작가가, 경주에 오면 자주 찾는다는 경주 감은사지입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을 했지만, 알고 나니 정말 도움이 되는 유용한 프로그램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송을 보고 있으면 <알유신잡>으로 바꿔 불러야 할 정도로, 출연한 잡학 박사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 솜씨에 금방 방송에 몰입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황교익 작가가 해 질 녘 경주 감은사지를 찾으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고 했던 감은사지를 한번 거닐어 봅니다.
 
 경주 감은사지에서 사진가들의 스포트를 받고 있는 고목나무 모습
경주 감은사지에서 사진가들의 스포트를 받고 있는 고목나무 모습 ⓒ 한정환

감은사는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해 세운 절입니다. 호시탐탐 동해바다로 침입해 오는 왜적들을 물리치기 위해 문무왕이 절을 짓기 시작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영면을 하였습니다. 이에 아들인 신문왕이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이 절을 완공하여, 삼국통일을 이룬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감은사'라 불렀다고 합니다.
 
 경주 감은사지 언덕 아래 모습
경주 감은사지 언덕 아래 모습 ⓒ 한정환

감은사에는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동해의 대왕암에 장사 지낸 뒤, 용이 된 부왕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금당 밑에 특이한 구조로 된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미 천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 자세한 내용이야 알 길이 없지만, 감은사지 바로 아래에까지 동해바다 물이 흘러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지금은 논과 밭으로 변해 있지만, 그때는 정말 동해 바닷물이 들어와 감은사지 아래가 배가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동탑 모습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동탑 모습 ⓒ 한정환

경주 감은사지에 가면 눈에 띄는 쌍탑이 우뚝 솟아 있는데, 바로 여기가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입니다. 국보 제112호로 지정된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삼국통일 시기에 만들어져 신라의 소박함과 씩씩한 기상을 매우 세련되게 표현한 쌍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밑돌 모습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밑돌 모습 ⓒ 한정환

석탑의 구조를 보면 통일신라시대 전형적인 석탑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다른 석탑과 다르게, 쌍탑 모두가 크기와 모양이 동일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 중 가장 크고 장중한 모습입니다.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하나의 통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밑돌과 지붕돌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부분부분 석재를 나누어 만들어져 있습니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모습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모습 ⓒ 한정환

석탑을 세운 시기는 신문왕 2년(682)입니다. 그리고 1960년 탑을 해체 수리할 때 서쪽 탑 3층 몸돌에서 금동사리기와 금동사리외함이 발견되어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감은사지로 들어서면 왼쪽에 제법 가파른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래에서 보면 언덕 위에 세워진 두 기의 쌍탑의 위용에 금세 주눅이 들 정도로, 석탑이 신라 장군의 씩씩한 모습과 같이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이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여행하였을 때 코끼리 테라스에서 연단 아래에 있는 신하들이, 왕을 우러러 쳐다보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는 곳입니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지붕돌 모습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 지붕돌 모습 ⓒ 한정환

경주 감은사지를 둘러보다 보면, 동·서로 세워진 쌍탑의 위용과 호국정신이 석탑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석탑의 맨 위쪽에 피뢰침과 같은 모습으로 꼽힌 찰주는 왜적들이 동해바다로 쳐들어 오면, 금방이라도 창으로 변해 왜구들을 물리칠 것 같은 모습입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멋진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까지 등장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의 멋진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까지 등장 ⓒ 한정환

요즘은 가을여행을 가족들과 함께, 역사 유적지인 경주의 문화재를 공부하며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천년고도 경주가 단풍 구경과 역사 공부도 함께하는 장소로 재조명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모이#경주감은사지동서삼층석탑#경주감은사지#신문왕#문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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