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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홍성군 거차리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모이고 있다.
충남홍성군 거차리 마을 회관에 주민들이 모이고 있다. ⓒ 이재환

축사 신축 문제를 놓고 시골 마을이 뒤숭숭하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거차리 주민들은 마을에 건설 예정인 돈사 신축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월, 마을 앞 진입로를 절단하고 돈사 신축을 위해 마을에 진입하려는 대형 트럭의 통행을 막고 있다. 주민들의 '강경 투쟁'도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관련기사: 돈사 건축 반대 주민들, 마을 도로까지 절단한 이유는?)

서정웅 마을대책위원장은 "모도 심어야 하고, 고추도 따야 하고 요즘이 농촌에서는 가장 바쁜 시기"라며 "그럼에도 마을 주민들은 수시로 마을회관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돈사를 반대하는 것은 님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거차리에는 이미 10여개의 축사(우사)가 있다. 마을에 있는 우사의 경우 사육두수가 적은 생계형인데다, 소유자 또한 마을 주민이라는 점에서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형 돈사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돈사의 경우 분뇨로 인한 악취가 날 가능성이 높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청정마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거차리에서는 도롱뇽과 반딧불이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 31일 충남연구원 강마야 책임연구원과 김영우, 신나영 등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거차리를 방문했다. 주민들의 의견과 불편사항을 직접 듣고, 이를 행정기관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자도 이들과 동행해 마을 주민들의 호소를 들어 봤다.

농번기라 바쁜 시기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열일 마다하고 마을회관으로 속속 모였다. 주민들의 호소는 절규에 가까웠다. 거차리 주민 A씨는 "마을에는 이미 10개의 축사가 있다. 마을 어귀에 있는 양계장도 증축을 한다고 한다"며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두 개의 돈사가 신축 허가를 낸 상태이다. 축사가 몰려와 청정마을을 망치려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 B씨는 "홍성군 전체의 축사는 이미 포화상태이다. 더 이상의 신규 건설은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만 초래할 뿐"이라며 "바닷가인 서부면에 축사가 무분별하게 건립될 경우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바다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민동의 조례, 축사 반경 1~2km 이내로 구체화해야"

환경을 더는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C씨는 "시골에서 살다보면 환경의 중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요즘은 서울에서 손주들이 놀러 와도 바다에 못 들어가게 한다"면서 "요즘은 장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바다에 들어가면 알레르기가 생긴다. 우리 어릴 때는 맨발로 바다에 들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거차리 주민들은 마을 진입로를 막고, 대형 공사 트럭의 마을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거차리 주민들은 마을 진입로를 막고, 대형 공사 트럭의 마을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 이재환

조례 제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 B씨는 "홍성군 조례에는 축사 건축을 허가할 때 주민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빠져 있다"며 "주민 동의 조항을 조례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동의 조례는 '축사를 기준으로 반경 1~2km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선경 홍성군수 후보도 마을을 방문했다. 최 후보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조례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대형 축사를 신규로 허가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거차리 #홍성군#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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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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