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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MB 민원서신 투쟁
▲ 민주노총의 MB 민원서신 투쟁 민주노총의 MB 민원서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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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 수번(수인번호) 716번 이명박
발신 : 이종희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장

"이명박씨, 이제 당신은 구속수감 됐습니다. 검찰의 기소내용에는 당신이 저지른 횡령과 뇌물죄만 담겼을 뿐 노조파괴죄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안심하지 마십시오. 검찰이 묻지 않은 노조파괴, 노동자 살인죄를 우리가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이종희 KEC지회장은 지난 9년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A4 용지 한 장에 꾹꾹 눌러 담았다. 대형 손팻말에도 준비해온 글이지만, 민원서신에 옮겨 적는 일은 쉽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민원서신을 30분 넘게 붙잡고 있던 이종희 지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기 12층에 있다"라며 "이렇게 편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 떨리고 눈물이 난다"라고 밝혔다.

이 지회장은 이어 "이명박 당신 때문에 우리 노동자들은 9년 동안 삶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라며 "당신 때문에 노조 파괴가 시작돼, 우리 노동자들은 처절한 삶을 살았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는 "(그 삶을) 이 전 대통령 당신이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수인번호 716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노동자들의 항의 서신이 쏟아질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은 10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민원서신을 보냈다. KEC, 발레오만도, 세종호텔 등 이명박 정부 아래 노조 파괴가 진행됐던 사업장 노조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 노조가 편지로라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노조파괴'라는 단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어용노조 설립·용역 투입·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 등 동일한 방식의 노조파괴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이종희 KEC지회장은 "지난 2010년 6월 30일 새벽, 여성 노동자들이 묵는 기숙사에 400여명의 용역이 들이닥쳐 여성 조합원들을 무참히 끌어냈다"라며 "사측은 새벽에 직장폐쇄를 신고했고, 노동부는 이를 승인해 곧바로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회장은 "당시 구미고용노동지청장이었던 노명종 지청장은 직장폐쇄 적법성 검토하는 도중 청와대로부터 '회사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라고 했다. 또 그는 "당시 국정원은 파업 조합원들을 사찰하고 회사에 그 내용을 전해줬다"라며 "이는 회사가 작성한 상황일지에 생생히 기록돼 있다"라고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과 비슷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미 KEC에 행해졌던 노조 파괴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라며 "나중에서야 국가권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도하에 이뤄진 노조파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전 대통령은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철저히 활용해 민주노조 파괴의 수단으로 삼았다"라며 "국정원, 노동부, 검찰, 경찰, 법원 모두 노조파괴 공범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권력을 동원해 노조 파괴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구미 KEC와 비슷한 노조 파괴를 겪은 경주 발레오만도 노동자 신시연씨는 이날 이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경주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바로 KTX에 올랐다. 신씨는 "편지를 쓰며 떨렸다"라며 "(편지에) 노조 파괴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엄벌을 받으라고 적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씨는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들어가고 기소도 됐지만, 노조파괴 부분은 혐의에서 빠져있다"라며 "정말 너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파괴 부분을 혐의에 추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소속 한 노동자는 "이 전 대통령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본인이 우리에게 한 탄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울분에 차서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노조가 이 전 대통령에게 민원서신을 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조가 민원서신에 쓸 내용 일부와 접견신청서 등이 적힌 대형 손팻말을 만들어 왔는데, 동부구치소측이 이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구치소는 "팻말을 들고 구치소로 진입하는 것은 미신고 집회가 될 수 있다"라며 팻말을 든 노조 조합원들을 막았고 노조측은 "팻말에 적힌 글을 그대로 서신에 쓸 것이다"라고 항의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노조는 팻말을 들고 구치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민주노총 "노조파괴 혐의로 이명박 박근혜 추가 기소해야"

민주노총, 국가권력을 동원한 국가 노조파괴행위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국가권력을 동원한 국가 노조파괴행위 규탄 기자회견 민주노총, 국가권력을 동원한 국가 노조파괴행위 규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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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권력을 동원해 노조파괴 범죄를 자행한 이명박과 박근혜를 추가 기소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교섭창구 단일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조법이 통과된 후 다수 노조가 되지 못 한 소수 노조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을 박탈당했다"라며 "사용자가 이런 구조를 악용해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2010년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발레오만도, KEC, 상신브레이크에 대한 노조파괴는 2011년 유성기업, 보쉬, 콘티넨탈, 만도를 거쳐, 2012년 SJM으로 이어졌다"라며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등을 이용한 자문 방식의 노조파괴는 유행처럼 번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작년 말 국정원개혁위원회에 이명박, 박근혜 정권 차원의 노조파괴 행위의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한 상태이다"라면서 "아직까지 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으나 그의 범죄 혐의에 노조 파괴는 빠져있다"라면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법 폐기와 노조파괴 피해 원상회복, 국정원 감찰보고서 전면 공개 등을 촉구했다.



태그:#이명박, #동부구치소, #민주노총, #KEC, #민원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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