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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유난히 추웠던 날을 회고하고자 한다. 온도라는 것은 묘해서, 단순히 온도계 수온 높이로만 측정되지는 않는다. 무더운 여름날, 공포영화를 보고 간담이 서늘해지듯, 눈이 몰아치는 겨울날, 구세군 종소리에 이끌려 빨간 깡통에 지폐 한 장 넣고 훈훈해지듯, 마음의 온도가 신체의 온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유난히 추웠던 것은, 온도계 수온의 높이가 낮아서가 아니라, 마음의 싸늘함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날이었다. 할머니의 팔순 생신이 있는 날이었고, 오랜만의 휴일이기도 했다. 다음날에 일이 있어서, 식사만 하고 부지런히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 했지만, 마음만은 넉넉히 채운 하루였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서울에 도착했고, 다시 집에 가기 위해 전철에 올랐다.

지하철에는 토요일 저녁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내가 탄 객차에는 노약자석이 없었다. 대신,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긴 하루를 마친 사람들은 밀리고 밀려서, 휠체어가 들어올 빈 공간의 벽에 몸을 기댔다. 전철이 역들을 지나치면서,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빠졌다가, 밀물 들어오듯 밀려드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전동휠체어 한 대가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객차 안은 사람이 가득 차 있었고, 객차 안의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객차 안의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 폰에 열중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신 분이 다음 전철을 기다리기에는 배차간격이 너무 길었고,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라 다음 전철이라고 한산하다는 보장이 없었을 거다.

때문에 그 분은 그 전철, 내가 타고 있던 객차에 타야만 했다. 객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최대한으로 밀착하면서,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휴대폰을 보느라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고, 사람들끼리 밀착하는 과정에서 인상을 쓰기도 했다. 군소리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전동휠체어 하나 때문에, 불편했지만 나름 안락하게 이동하던 사람들의 평화가 깨진 것이다. 모두 전동휠체어에 탄분을 한 번씩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그 자리는 원래부터 그 분을 위해 마련되어있던 자리다. 그래서 노약자석도 두지 않은 것이다. 그 분은 본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인데, 왠지 모르게 타인의 권리를 빼앗는 모양새가 되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는 눈치를 보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이런 상황은 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축되게 만들고, 그분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최근 복지부에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서, 장애인 복지에 대한 새바람이 불고 있다. 우려되는 바가 없지는 않지만, 등급에 따른 일괄적인 혜택이 아닌, "맞춤형 서비스"라는 큰 뜻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도 등급에 상관없이 이용가능해진다고 하니 환영하는 바이다. 이런 움직임이 단순히 장애인 복지 개선에 국한되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전환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태그:#장애인, #등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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