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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경숙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의 뒤를 이을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추천권자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29일부터 본격적인 상임위원 후보자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 인권위법 제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국회는 상임위원 2명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데, 구 열린우리당이 추천한 이경숙 상임위원의 뒤를 이을 후보자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 조직'으로서 모든 사안에 대하여 인권위원들의 협의와 토론으로 표결에 이르러 그 결정 내용이 정해진다. 특히 상임위원의 경우 인권위에 상근하며 각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등 비상임위원에 비해 보다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구성원으로, 인권위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위원장과 함께 설정해나가는 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 년간,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 조직'으로서 민주성과 다양성을 상실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숱하게 보여왔다. 현병철 전 위원장은 인권 관련 활동 및 연구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로 지명되어, 인권위원 다수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독재라고 해도 좋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으며 인권위의 민주성을 유린했다. 그로 인하여 인권위 조직 전체의 자율성과 능동성은 쇠퇴하였고, 나서야 할 현안에 침묵하는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현재 재직 중인 이성호 위원장 또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이 위원장은 판사로 재직한 경험은 있으나, 현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인권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이나 연구를 펼친 경험은 사실상 없다. 이성호 위원장이 법에 능통한 '사법관료' 출신 인사라는 점에 대하여는 구태여 사족을 달지 않겠으나,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장으로 재직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신청한 트랜스젠더에게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췄음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2장 이상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린 바 있음은 분명히 기록해두고자 하며, 취임 이후에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현안 대응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였다고 본다.

인권위원다운 인권위원을 추천하라

지난 2012년 7월 16일 현병철 국가인귄위원장 인사청문회를 몇시간 앞둔 시각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병철 연임 반대와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 "무자격자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집으로!" 지난 2012년 7월 16일 현병철 국가인귄위원장 인사청문회를 몇시간 앞둔 시각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현병철 연임 반대와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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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책임은 비단 전현직 인권위원장에게만 있지 않다. 그동안의 인권위원 인사는 어떠했는가. 인권위법이 규정하고 있는 성비 균형 관련 조항을 무시하고, 여성의 대표성을 침해한 사례가 있음을 시민사회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법부 관료 출신을 포함하여 인권위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다수가 법조인으로 채워지며, 선제적으로 인권의 관점을 가지고 끊임없이 권고해야 할 인권위가 '제2의 사법부'라는 씁쓸한 호칭을 갖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법조인 인권위원 전원에 대하여 그 출신만을 문제삼아 딴지를 걸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사법부 관료 출신과 더불어 법조인 인권위원의 상당수는 판례와 결정례, 기타 국가기관이 설정해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구조와 개선을 간절히 요구한 인권침해, 차별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가 인권위원을 추천하고 임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현재의 구조에서 인권위원의 다양성은 결코 확보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별도의 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인권위원 선임절차에서의 독립성과 신뢰를 확보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구조에서 추천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심사에 앞서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일신을 위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법조위원'이 아닌 '인권위원'을 추천하라

현재 인권위원의 상당수는 여전히 법조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명 법조인 출신 인권위원은 법과 제도의 해석, 판단에 있어 우위를 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권위에 가장 필요한 감각은 인권 감수성이다. 사건을 평등과 존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진정인과 피해자를 진심어린 인권 감수성으로 살필 수 있는, '인권위원'의 이름에 걸맞는 후보자를 인권위원으로 추천해야 한다.

하나, '민주성'과 '다양성'을 갖춘 후보자를 추천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의 배경에는 민주성과 다양성의 현저한 부족이 있어왔다. 다른 인권위원의 발언은 물론, 사건을 조사한 조사관을 비롯한 내부 직원들의 의견, 현장 인권활동가 및 분야 전문가, 진정인, 그리고 피해자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현장에 가까운 '민주성'을 갖춘 후보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빈민, 청소년,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관점을 갖춘 당사자 인권위원 후보자를 적극 고려하여 추천에 나서기를 바란다.

하나,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후보자를 추천하라

지난 수 년간, 인권위는 '쓴소리'를 전혀 듣지 않아 쇠락한 조직이다. 내외부의 '쓴소리'를 달게 듣고, 위원회 회의에서 동료 인권위원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전하며, 발음할 수 있는 후보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인권위가 정권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하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인권위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수 년간 인권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목도하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온 정당이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위를 인권위답게 만드는 데 전력을 쏟을 수 있는 상임위원 후보자를 추천하여,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는 인권위의 캐치프라이즈를 더는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인권위, #인권위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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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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