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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인쇄물, 휴대폰 글꼴까지. 서체는 일상 속 다양한 부분에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서체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지난 11월 22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윤디자인 그룹을 찾았다.

윤디자인 그룹은 윤서체로 잘 알려진 디자인 글꼴회사다. 지난 2009년부터는 '희망한글나무' 프로젝트를 통해 서체를 무료 혹은 소정의 금액을 받고 배포하는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프로젝트를 통해 배포되는 서체는 '연꽃체'로 나눔의 집에 3000원 이상을 기부하면 내려 받을 수 있다. 희망한글나눔 프로젝트는 과연 왜 서체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을까. 그리고 폰트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김기철 윤디자인 그룹 희망한글나눔 프로젝트 부장과 정유권 폰트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 서체는 어떻게 개발하는지?

김기철 부장 "서체 개발에도 종류가 많다. 보통 기획부터 제작, 소프트웨어 구현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걸리며 8명이 투입된다. 요즘에는 서체가 다양한 디바이스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힌팅'이라는 기술이 사용되는데, 힌팅이 들어가면 1년 정도가 걸린다. 연꽃체의 경우 8개월이 걸렸다.

연꽃체는 굵기에 따라 3종을 개발했다. 서체를 개발할 때에는 가장 기본인 레귤러 서체를 먼저 개발한다. 그것이 완성되면 또 다른 시간을 투자해 이보다 얇은 라이트 서체를 만들기도 하고, 더 굵은 볼드 서체를 만들기도 한다."

정유권 디자이너 "기본적으로 디자이너가 컨셉이나 아이디어에 따라 샘플 글자를 한 단어나 문장 정도로 제작한다. 거기서 특징과 이미지를 잡아낸 다음, 글자를 파생하거나 균형을 잡기에 좋은 글자를 20~30자 정도 작업한다. 이후 컨셉을 완전하게 만들고 한글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글자를 100~200자 정도 다시 파생한다.

이 뼈대 글자들을 토대로 2,350자를 만든다. 이 2,350자는 KS X 1001 (한국산업규격으로 지정된 한국어 문자 집합)에 제시된 표준글자 세트다. 이 문자들로도 표준어를 구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모바일 등에서 글자를 입력할 때에는 중간에 입력되는 글자들이 또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간호사'라는 단어를 입력한다면, 'ㄱ, ㅏ, ㄴ'은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호'자를 입력할 때 히읗 받침이 잠시 들어가게 되는데, 'ㄶ' 받침은 '가' 아래에 올 수 없다. 그래서 글자가 없는 표시로 나오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총 11,072자를 개발한다. 이에 영문 92자, 특수문자 986자를 덧붙여 제작을 완료한다."

- 희망한글나무 프로젝트에서 폰트를 무료로 공개하는 이유

김기철 부장 "2016년도에 이화여자고등학교의 역사동아리 '주먹도끼'를 알게 됐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 239개의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알고 나눔의 집을 이번 후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나눔의 집에 후원하는 분들에게 제공된다. 서체를 무료로 나눠드리는 게 아니라, 소액기부를 하신 분들께 드리는 감사의 결과물이다. 많은 분들이 서체를 내려 받고 한줄메시지를 남겨주시는데 '잘 쓰겠습니다', '서체 너무 좋아요' 등의 메시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서체를 개발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꾸준히 희망한글나무 프로젝트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최근에는 글꼴이 불법으로 다운로드 되는 경우가 많다

정유권 디자이너 "창작자의 창작의욕을 저해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그런 자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과 이것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이 한글을 돈을 내고 사는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 돈을 내고 사용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어떤 수고와 노력을 거쳐 폰트가 만들어지는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까.

보통 폰트를 제작하고 나서 저작권 보호를 위해 여러 보안 기술들을 적용한다. 유료 폰트를 무료로 추출해 사용한다면, 정품 폰트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쇄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고, 또 어떤 글자 같은 경우에는 지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유료폰트는 꼭 구매를 해 제대로 된 폰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또 그런 경우에 제작자들도 더 좋은 폰트를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 같다."

김기철 부장 "폰트 회사들 중에는 작은 회사들도 많다. 프리랜서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1인~2인이 모인 작은 회사에서도 서체를 만들고 있다. 이런 서체들이 불법으로 유통된다면 그들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태그:#폰트, #글꼴, #윤디자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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