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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하고 있다.
▲ 장진호 전투기념비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8일 오후(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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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 첫날인 지난 28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하는 자리에서 한 연설이 미국과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 해병대가 페이스북에 올린 문 대통령의 헌화와 연설 영상은 29일 오후(현지시간)까지 조회수 37만 회를 기록했고, 5000번이 넘게 공유됐다.

2200여 개의 댓글 가운데는 장진호 전투를 비롯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의 가족들이 쓴 댓글도 상당수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남편과 아버지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 것을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해당 영상에 관심이 높아져, 한글로 쓴 댓글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이 기념사를 직접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행사 후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행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비행기 안에서도 직접 원고를 수정했다"라며 "원고에 줄을 긋고 수정 문구를 직접 적어 넣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국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2주 만에 극적으로 철수한 전투로, 중국군의 함흥 진입을 지연시켜 연합군의 흥남 철수 작전이 성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문 대통령의 부친과 모친 역시 이 흥남철수로 피난을 했고, 3년 뒤 문 대통령을 낳았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문 대통령은 해당 기념사에서 행사에 참석한 알몬드 장군의 가족을 생각해 초안 서두에 빠져있던 알몬드 장군의 이름을 넣었다. 또 모친이 전해준 흥남철수 당시의 에피소드를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 참석자를 꼼꼼히 챙기고, 당시 미군의 지원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당초 기념사 초안 서두에는 "흥남철수작전 관계자와 유족 여러분, 특히 피난민 철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현봉학 박사님의 가족분들 모두 반갑습니다"라고 돼있었다. '피난민을 구출하라'고 지시했던 알몬드 장군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현봉학 박사 앞에 알몬드 장군의 이름을 넣어 말했다.

기념사 이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알몬드 장군의 손자인 퍼거슨 대령에게 "할아버님 덕분에 흥남철수를 할 수 있었고, 제가 그래서 여기 설 수 있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에서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를 떠나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할 때까지 배 안에서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이었다"라며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서서, 그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전한다"라며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 작전이 세계전쟁 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인 이유"라고 말했다. 자신의 감정을 바탕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부분이었다.

이후 기념사 초안에는 없던, 문 대통령이 새로 넣은 내용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제 어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항해 도중 12월 24일 미군들이 피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사탕을 한 알씩 나눠줬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라며 "비록 사탕 한 알이지만 그 참혹한 전쟁 통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 따뜻한 마음씨가 늘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어머니의 말씀을 전한 건) 대통령께서 그동안 주변에 한 번도 하시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신 걸로 알고 있다"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의 경험도 국가를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씀 하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의 헌신으로 피난에는 성공했지만, 장진호 전투는 미국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미군 전사자 2500명, 실종자 219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멸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진주만 피습 이후 군 역사상 최악의 패전"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해 타임지 표지에 "가장 참혹한 전투"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패전의 역사가 뜻 깊게 기록된 것은 바로 그 전투로 중공군의 남하가 늦어졌고, 그로 인해 여러 피난민을 구한 흥남철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장진호 전투를 '졌지만 승리한 전투'라고 말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미국 도착 직후 가장 먼저 이곳을 방문해 '한미동맹'의 의미를 더욱 부각했다. 거기에 직접 수정한 연설문도 톡톡히 한몫을 했다. 


태그:#문재인, #장진호, #한국전쟁, #트럼프,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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