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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정미면 한 식품업체 대표가 지적장애인 모자(母子)를 상대로 15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을 시킨 사건이 밝혀졌다. 식품업체 대표는 장애인연금 2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피해자 중 아들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업체 대표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대표는 임금을 주지 않은 부분과 장애인연금 등의 부분은 인정하고 있지만, 폭행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장애가 있는 모자가 정미면 소재 A식품 가공업체에서 임금체불이 시작된 것은 2001년경. 업체대표 정아무개씨(여, 63세)는 지적장애인 모자를 공장 숙소에 입주시킨 뒤 뻥튀기 제품 생산에 투입했다. 하지만, 피해자 모자는 이 과정에서 15년간 임금과 퇴직금 등 총 4억 5천여만 원(최저 임금적용 추산)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생활을 15년 가까이 해 오던 중 피해자 모자는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친척과 연락이 닿으면서 부당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친척은 정미면사무소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정미면사무소와 장애인인권센터 측이 공조해 피해 사실을 확인한 후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사건을 넘겼다. 결국, A식품 업체 대표 정씨는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천안고용노동지청은 따르면 정씨는 임금 체불은 물론 장애인 어머니인 황아무개씨의 장애인연금 2천여만 원까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자들 중 아들인 최아무개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임금 체불 및 횡령 인정… 폭행혐의는 부인

정미면의 한 주민은 업체 대표인 정씨에 대해 "남편이 사망하면서 업체를 넘겨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남편은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사용했다. 당진에서 장애인 관련 단체장을 맡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에는 정씨가 주변과 왕래가 많지 않아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것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 대표는 지체장애인협회 당진지부장도 맡았던 인물로 당시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었다. 폭행 사실에 관해서는 다른 증언도 나왔다.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실제 부부 모두 장애인 노동자들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원래 대표였던 남편분이 돌아가신 후에 사업이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상습적으로 폭행한 적이 없었다"며 "다만 지적장애 3급이었던 피해자 아들이 급작스럽게 흥분을 하거나 본인 어머니에게 욕을 하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일 때 손을 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심각하고 상습적인 폭행이나 감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정씨 또한 조사에서 임금체불 및 장애인연금 횡령사실은 인정하지만, 폭행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인 두 모자는 장애인을 위한 다른 지역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태로 당진으로 돌아올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접한 노동계에서는 노동문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장애인 문제를 담당하는 복지부서 등의 감시체계 문제를 들고 나왔다.
 
당장 노동당 충남도당은 이 문제의 1차적인 책임 당사자는 지방노동청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노동당은 장애인 보호 사업장의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와 함께 고용노동지청이 충남 전역에 단 2곳뿐이라는 점을 상기키면서 '고용노동지청의 추가 설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노동인권문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시키는 방안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고용노동지청의 추가 설치라는 것이다.
 
비록 이 사건은 업주가 처벌 과정에 들어가 있지만, 이와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복지 관련 행정부처는 물론 고용노동부의 책임 있는 향후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 송고된 기사입니다.



태그:#장애인 모자, #당진, #임금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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