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유가족, 시민,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이 열리고 있다. ⓒ 박호열
세월호 인양과 함께 돌아온 세 번째 '4월 16일'이다. 세월호는 1089일만인 지난 9일 목포신항 뭍으로 옮겨졌다. 서럽고 차가웠던 봄들 때문이었을까. 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그리움에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참사 그 자체처럼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 기다림의 원점에서 시민들은 다시 안산에 모였다.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미수습자 9명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세 번째 봄을 기렸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체인지 0416'의 봄을 약속했다. 2017년의 봄은, 진실을 기억하고 새로운 봄을 열어가는 '희망의 봄'이라고 다짐했다.
16일 오후 3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가 경기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광장에서 주최한 '안산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에는 시민 1만 5천여 명이 참가했다.
식전 행사로 안산 도심 3곳에서 출발한 '안산 봄길 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이 합동분향소에 들어서는 모습이 기억 무대 화면에 생중계됐다. 오후 3시 정각,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 사이렌이 1분간 안산 전역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묵념을 올리며 기억식의 막이 올랐다.
박혜진 아나운서의 사회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세월호 동영상을 상영하고, 이소선합창단이 부른 '어느 별이 되었을까'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지은 시 '쪽빛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전명선 위원장 "안산이 안전한 대한민국의 시발점 돼야"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에 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박호열
전명선 416가족협의 운영위원장이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섰다.
"지난 3년은 결코 밝혀진 진실은 없고 은폐와 왜곡된 거짓들만 남았다. 하지만 국민과 해외동포, 시민들이 있었기에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 왔다. 중요한 것은 참사가 되풀지 되지 않도록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다. 그 회복은 안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회복은 참사 이전과 다른 새로운 권리의 회복이어야 한다. 안산은 416안전공원 건립을 통해 안전교육의 도시로, 국민 권리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간절히 호소한다. 최대 피해재난 지역인 안산이 참사 이전처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돌아가서는 안 된다. 안산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이루는 시발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중앙정부는 여전히 가만있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수습자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복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함께 돌아온 4월 16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이어 무대에 오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3년 만에 돌아 온 세월호의 참담한 모습을 국민들은 아픈 가슴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미수습자 9명은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 명도 남김없이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해 가족의 한을 풀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슬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진상을 밝히는 모든 과정을 기록과 기억으로 남겨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안산시가 앞장서겠다"며 "안전공원은 시민들과 협의해 훌륭하게 잘 조성되도록 해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서로 다름이 없이 존중되는 사회, 우리 아이들이 희망이 되는 사회의 출발점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 앞 다퉈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홍준표 불참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에서 각 당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전명선 운영위원장의 제안으로 후보들이 무대 위로 올라 와 세월호 진상규명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약속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손에 손을 잡고 있다. ⓒ 박호열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권교체로 들어설 새 정부는 곧바로 제2기 특조위를 구성해서 모든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 국회에서 법통과가 안 되도 대통령 권한으로 특조위를 재가동하겠다. 선체조사위도 최대한 빨리 예산을 배정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 기간제 교사라서 순직에서 제외된 두 명 선생님도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한 안산에 추모안전공원을 조성하고, 생명과 안전을 상징하는 도시로 만들도록 새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겠다. 노란리본은 이제 민주주의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되었다. 세월호 아이들을 잊지 않고 사람이 무엇보다 먼저인 나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무대에 오르자 "내려가라", "거짓말 하지 마라"는 등 야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후보는 "3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마음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 희생에 너와 내가 없다.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에 국민 모두가 끝까지 함께 나서야하는 이유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반드시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목포항으로 돌아 온 세월호의 모습에 우리는 또 한 번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며 미어지는 가슴 움켜잡았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많이 어루만져주지 못해 죄송하다. 다시는 국민들 가슴에 대못박는 아픔을 주지 않는 국가가 되지 않도록 다짐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3년 만에 세월호를 인양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가족들에겐 얼마나 힘들었을까, 참으로 죄송하다. 인양되기까지 여러분이 노력한 덕분에 뭍으로 나왔다. 이제 하루 속히 미수습자들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 구성원을 지켜주기 위해서,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정의가 국가의 목적이자 존재이유다. 보수의 나라, 진보의 나라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 촛불은 하나가 되고 열이 되고 백만 개가 되고 천만 개가 되었다. 헌재가 파면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파면 사유는 세월호였다. 지난 3년 유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투쟁이 있었다. 그 사이 정치권의 수많은 각오와 다짐은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세월호를 외면하고서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오늘은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다. 세월호는 낡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할 다리리다. 약속한다. 수사권을 가진 특별조사위를 구성하고, 특검도 세우겠다. 희생자 추모를 위해 안산에 416추모공원과 참사기록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후보 발언이 끝나자 전명선 운영위원장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전 위원장은 "지금까지 대선 후보들이 말한 내용에 대해 지켜주실 것을 요청하며 기억식 무대로 다시 모시겠다"며 후보들에게 손짓했다.
세월호 유가족 "대선 후보 발언, 간절하게 믿는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이 열리기 전 인근 화랑유원지에서 ‘일상에서 기억하다’를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박호열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이 열리기 전 인근 화랑유원지에서 전시 중인 ‘416기억독서대’. ⓒ 박호열
문재인 후보를 시작으로 대선 후보들이 무대에 오르자 전 위원장은 일일이 악수하면서 "오늘 이 자리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과 전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다.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후보들이 발언한 내용을 약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자, 후보들은 서로 손에 손을 잡았다. 분향소 광장에 자리 잡은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하며 약속을 지킬 것을 연창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는 기억식 내내 광장 뒤편에 서서 지켜봤다. 정씨는 아픈 몸을 의자에 기대며 "그간 하도 속고 살아서... 대선 후보들의 발언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오늘 와서 한 약속이 진심으로 지켜지길 바라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바란다. 너무 간절하게 때문이다"고 말했다.
정씨는 "정권교체가 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먼저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고, 선체 조사가 철저하게 진행되고 그와 동시에 416안전공원 조성이 시작돼야 한다. 그렇게 진상규명은 첫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날 3주기 기억식 행사는 유가족들을 시작으로 추모객들이 줄을 지어 희생자들에게 합동 분향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3만 명을 넘어섰다.
한편 기억식이 열린 합동분향소 인근 화랑유원지에서는 오전부터 '416안전공원을 상상하다와 '일상에서 기억하다'를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얼음조각을 손으로 녹여 꽃(세월호 희생자)이 보이게 하는 '만지다 녹이다 보이다', 각양각색 꽃을 SNS에 올린 '미디어 아트', 노란별 비치솔 등을 설치해 416안전공원이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함께 하는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또한 '416기억독서대' 306개도 전시됐다. 기억독서대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과 고 김관홍 잠수사, 고 강민규 단원고 교감 등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박인환 안산 화정교회 목사가 직접 제작했다. 미수습 희생학생 4명의 독서대에는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
유가족과 부활절 연합예배 "예수가 여기 계시다"
▲16일 오후 세월호 3주기를 맞아 416가족협의회와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등이 주관해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부활절 연합예배 ‘예수가 여기 계시다’가 진행되고 있다. ⓒ 박호열
기억식이 열리는 동안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관으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 '예수가 여기 계시다'가 진행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416합창단과 304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직한 416시민합창단이 유가족들의 고난의 세월과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등을 기원하는 찬양의 노래를 불렀다.
또한 이날 대공연장에서는 '세월호 십자가' 400개가 전시됐다. 세월호 십자가는 참사로 희생된 어린 영혼이 다시 꽃피고, 침몰한 세월호가 참된 부활을 맞는 날을 십자가에 새겨 제작됐다.
세월호 십자가는 부활절 예배 후 416기억저장소에 전달해 보관할 예정이다.
기억식 앞서 시민들 '희망의 봄' 여는 봄길 행진 나서
▲단원고 교장실 한 켠에 보관 중인 희생학생 4명과 교사 2명의 책상과 걸상 위에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였다. ⓒ 박호열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3주년을 맞아 안산 중앙역에서 출발한 ‘봄길 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세월호 배 모양의 노란깃발을 앞세우고 단원고 정문을 지나가고 있다. ⓒ 박호열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 앞서 안산시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봄길 행진'에 나섰다. 안산의 아픔에 함께하며, 세 번째 '희망의 봄'을 열어갈 무수한 발길이 안산 도심에서 발을 내딛었다.
시민들은 내딛는 걸음과 걸음 속에서 올해만큼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또 서로의 사연을 나누며 함께 내딛는 걸음에서 안전한 사회와 생명존중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봄길 행진은 오후 1시 안산 도심 세 방면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경기·인천지역 시민 1천여 명이 참가한 1코스는 안산역 광장에서 출발해 원곡공원→안산시민시장→합동분향소까지 4.3km를 걸었다. 2코스는 서울지역 참가자 1천여 명이 중앙역에서 출발해 안산시청→단원고→합동분향소까지 4.4km를 행진했다.
안산지역 시민 등 7백여 명이 참가한 3코스는 세월호 피해지역인 와동체육공원에서 출발해 동명상가삼거리→단원어린이도서관→합동분향소에 이르는 4km를 걸었다.
기자가 동행한 2코스 시민들은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과 노란풍선, 노란 손 피켓, 노란 바람개비, 꽃 등을 들고 '무엇보다 먼저다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진실을 인양하라',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단원고 앞을 지나갔다. 시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진실을 향한 걸음을 함께 걷고 있을까.
"무엇보다 미수습자 9명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차기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세월호의 진실을 완전하게 밝혀낼 수 있도록 앞장 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들과 행진에 참여했다." (신지혜) 단원고 교장실에 한 쪽에는 미수습 희생학생과 교사의 책걸상이 보관 중이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과 양승진, 고창석 선생님의 책상에 놓인 꽃다발만이 4월 16일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산시민들, "화랑유원지에 '416안전공원' 건립할 것"
▲16일 오후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416안산시민연대 관계자들이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기억무대에서 ‘416안전공원 건립’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호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다짐하는 안산시민들이 상처받은 도시 안산을 '사람·생명·안전'의 안산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416안전공원' 건립에 나섰다.
416안산시민연대는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기억식 무대에서 본 행사에 앞서 416안전공원 건립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416안산시민연대는 회견문에서 "이제 안산시민들에게는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 희생된 아이들의 고향 안산을 안전의 특별도시로 만들어 가야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며 "기억과 미래를 담을 416안전공원은 안전특별도시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특별법에 근거해 국가가 추진하는 416안전공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공원이 돼야 한다"며 "두 차례에 걸친 시민토론에서 안산시민들은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며, 세계가 찾는 416안전공원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고 밝혔다.
416안산시민연대는 새로 선출될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안산이 기억과 생명, 안전의 특별도시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416안전공원 건립을 위해 앞으로 △시민홍보 △화랑유원지 416안전공원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4월 16일부터~5월말까지) △시민문화제 및 전시회(5월부터 매월 1회 화랑유원지에서 진행) △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공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