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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노후빈곤> 겉표지.
 <탈, 노후빈곤> 겉표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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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러 면에서 일본을 빼닮고 있습니다. 저성장이나 저출산도 그렇고, 국민 4명 중 1명을 넘어선 '1인 가구' 증가도 빠르게 닮아가고 있죠. 무엇보다도 곧바로 불어 닥칠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 그야말로 '100세 시대'도 밀려오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하면 사실 느낌도 좋고 꽤 오래 살 것 같아 행복한 생각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그것을 '초고령화 시대'로 바꿔 부르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감만 다를 뿐 '100세 시대'나 '초고령화 사회'나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과연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50대 초반에 그만두는 대기업 직원들, 60대에 퇴임해야 하는 공무원들, 그 밖에 많은 이들이 60대 전후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죠. 그로부터 40년을 더 산다는 게 놀라운 일이지만 동시에 끔찍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집안에만 틀어 박혀만 있으면서 중장년이 되어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연금으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생활하는 탓에 개호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가정도 있다. 노후 파탄의 '방아쇠'가 되고 있는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식들.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 일본의 가정에 확산되고 있다.'(47쪽)

일본의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의 <탈, 노후빈곤>(21세기북스 펴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노후 빈곤에 관한 실제적인 현실 문제를 취재한 것이죠. 청년 실업률이 치솟아 직장도 얻지 못하고, 그나마 다니는 직장도 비정규직이라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고, 그래서 나이만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을 못한 채 부모에게 얹혀사는 형국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청년들에게도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까지도 늙은 부모에게 의존하며 사는 이들 말이죠.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어렵고, 정규직과 똑같이 일해도 비정규직의 차별과 설움을 당해, 고시족에 합류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부모님들의 집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직장에 다니면서 대출금을 끼고 집을 샀는데, 그분들이 은퇴한 뒤에도 연금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죠. 그런 부모님 세대가 이혼을 하거나 덜커덩 병을 얻어 입원을 하거나 하면, 하루아침에 집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라는 것이죠.

'평생 받을 수 있는 임금이 대폭 줄어들었고, 퇴직금도 연금도 눈에 띄게 줄어든 시대인데 사상 최저의 저금리에, 세제 우대금리가 오를 전망이라 30대, 40대의 부동산 구입 열기가 뜨겁다. 3000만 엔 이상 하는 주택에 선금은 전혀 없이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수십 년 뒤 여유 장기 대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진다.'(73쪽)

이런 염려와 불안 때문에, 일본의 은퇴 세대들은 또 다시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식은 직장에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용돈이라도 대 줘야 하고, 자기가 빚내서 산 집의 대출금도 매달 얼마씩 갚아야 하고, 연금이라고 받는 것도 턱없이 부족하니, 그야말로 죽지 못해 일하는 모습이라는 것이죠.

물론 일본의 노후빈곤 문제는 비단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죠. 이 책에 따르면, 노인들의 고독사도 늘고 있고, 고령자 자살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더욱이 고령자의 절도 문제는 청소년들의 절도문제보다 그 횟수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하죠.

한창 일해야 할 50대 독거남성의 경우만 해도, 갑자기 구조조정을 당해 퇴직을 하고 집에 틀어박히게 되면 그만큼 고립화가 심화돼 고독사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더욱이 고령자의 절도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이웃의 무관심 속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 범죄를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죠.

'경찰청의 자살통계에 따르면 2014년의 자살자 수는 2만 5427명, 이 가운데 남성이 전체의 68.4%(만 7386명)를 점하고 있다. 50대는 4181명(16.4%), 60대는 4325명(17.0%)으로 60대가 제일 많으며, 50대, 40대 순으로 이어진다.'(139쪽)

'경찰청의 통계(2013년 범죄 정보)에 따르면 물건을 훔치다 붙잡힌 가운데 65세 이상의 비율이 2004년 18.3%(2만 667명)에서 2013년에는 32.7%(2만 7953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14-19세)이 34.5%(3만 8865명)에서 19.6%(1만 6741명)로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163쪽)

일본의 노후빈곤 문제가 그럴 진데, 과연 그 문제를 어떻게 탈피할 수 있을까요? 이 책에 따르면, 악착스럽게 일을 해 손에 넣은 내 집을 퇴직 후 연금으로 높은 대출금을 갚는 형국이라면 퇴직 전에라도 미리 처분하여 저렴한 집으로 이사를 해, 장기대출금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고독사나 고령자 절도문제를 대비하는 방법으로, 그만큼의 인간관계를 구축해 놓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죠. 2030년에는 4명 중 1명이 혼자 생활하는 고령자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고 하니, 더더욱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죠. 물론 그런 부분들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의 사회안정망이나 사회보장제도를 재정비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어떤가요? 뭐든지 일본을 닮아간다는 우리나라로서는 서둘러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노후빈곤율이 49.6%로 1위, 그 증가 속도도 1위라고 하죠. 아울러 노인자살률도 1위요, 75세 이상 노인고용률도 1위라고 하죠.

이런 실정이라면, '100세 시대'는 그만두고라도, 앞으로 10~20년 안팎의 노후빈곤 문제는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겠죠. 지금도 폐지를 줍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야간에 택시운전하는 노인들이 너무 많죠.

그런 문제를 개인차원의 치부만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이 땅의 노인분들은 우리 정부가 그런 것까지도 준비하고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할 것입니다. 괜히 '어버이 연합'처럼 맹목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지지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게 백배 천 배 옳은 일이지 않을까요?


탈, 노후빈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선데이마이니치 취재반 지음, 한상덕 옮김, 21세기북스(2016)


태그:#노후 파탄 방아쇠, #탈, 노후빈곤, #고령자 절도 문제, #고독사, #어버이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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