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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홍연 700년의 잠에서 깨어나 고려탱화에서 만날 수 있던 고려시대 연꽃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라홍연이다. ⓒ 정덕수
7월과 8월은 연꽃의 계절이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려 깨끗한 잎과 꽃을 피운다하여 불가에서 특별히 귀하게 대접하는 연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도 역시 귀하게 대접받는다. 이렇듯 연꽃에 대한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우선 연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 전 연의 종자인 연자(蓮子) 하나만으로도 글 한 편 쓰는 일이 어렵지 않다. 땅 속에서 발견된 종자를 탄소연대측정을 해 본 결과 몇 백 년 전에 묻힌 연자였다는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1000년도 훨씬 이전에 남겨진 씨앗을 발아시켜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도 이젠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당장 이곳 양양에서 멀지 않은 강릉의 경포습지에서도 그와 같은 이야기가 있고, 함안의 아라연꽃도 고려시대에 남겨진 연자에서 발아를 시켜 꽃을 피웠다고 하니 말이다.
아라홍연 아랫부분은 흰색으로 시작해서 중간은 선홍색을 띄고 꽃으로 갈수록 붉은 빛이 선명한 아라홍연이 한창이다. ⓒ 정덕수
아라가야의 찬란한 문화가 전해지는 함안에서 만난 홍연은 조금 특별한 모습으로 이 궁금증을 반드시 해소하고 싶었다. 말이산 고분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함안 연꽃 테마파크'는 규모면에서 상당한데, 다양한 연꽃을 만날 수는 없다. 홍연과 백련이 주종으로 걷기 좋은 평지에 습지를 조성해 연꽃을 심어 놓았다.

평탄한 길은 가족이 함께 걷기에 좋다. 연꽃을 둘러보며 연잎 아래 습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물옥잠이나 노랑어리연, 사마귀풀과 같은 또 다른 수생식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노랑어리연 수생식물의 한 종인 노랑어리연은 전국의 습지와 연못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정덕수
아라연꽃은 2009년 5월 경상남도 함안군 성산산성의 연못터를 발굴하던 중 진흙층에서 목간과 함께 발견되었다. 전국적으로 발굴된 목간이 500개 가량 되는데 이 중에서 280개 정도가 함안에서 발굴되었다 하니 실로 엄청난 양의 목간을 함안이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연꽃 씨앗은 10알이 발굴되었고, 2개를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보내 연대측정을 의뢰한 결과 각 650~760년 전인 즉 고려 시대 연꽃 씨앗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남은 8알을 발아시켰는데 오래된 연꽃의 종자를 발아시키는 작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3알이 싹을 다행스럽게 틔워 지금의 아라홍연의 맥을 잇게 되었다.

함안군에서는 함안이 옛 아라가야가 있던 터였기 때문에 이렇게 싹을 틔워 꽃을 피운 연꽃을 '아라연꽃' 혹은 '아라홍연'이라고 명명하였으며 이는 약 700년 만에 꽃을 피운 역사적인 사건이다.
아라홍연 아라홍연의 색상적 특이성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함안 연꽃 테마파크의 아라홍연 ⓒ 정덕수
아라홍연은 꽃잎의 아랫부분은 흰색으로 시작해서 중단은 선홍색을 나타내고, 끝부분은 홍색을 띤다. 일반적으로 요즘 만날 수 있는 연꽃과 달리 길이가 길고 색깔이 엷어 고려시대의 불교 탱화를 통해 볼 수 있는 연꽃의 형태와 색깔을 그대로 간직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연꽃의 종자가 어떻게 그토록 오랜 세월을 그대로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을 간직한 상태로 자연 상태에서 보존될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황새를 따라 전국을 돌거나 일본까지 다녀오시는 도연스님께 전화를 드렸다. 도연스님께서는 10여 년 전까지는 연꽃 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해오셨으니 그 누구보다 연꽃의 이 신비한 생태에 대해 잘 아시리란 믿음에서다.

전화를 받으신 스님께 무더운 날씨에 대한 안부만 여쭙고 곧장 질문을 드렸다. 이어 스님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스님, 연꽃을 촬영하다보니 수련은 분명한데 잎에 무늬가 있는 것과 밤에 피는 것도 있고, 잎 자체가 둥글다기보다 톱니가 난 것처럼 생긴 것도 있더군요. 각각의 이름이 다 다를 터인데 그걸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의 종자는 얼마나 오래 보존될 수 있는지도요."

"우선 밤에 피는 수련은 '야개연'이라고 우리는 부릅니다만 다른 이름이 있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 모두 다 외래종으로 이름이 아주 복잡해 기억을 지금 당장 할 수는 없습니다. 나중에 확인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또 하나 일본에서는 2000년 정도 된 종자로도 싹을 틔운 기록이 있습니다."
백련 아라홍연으로 가득한 함안의 연꽃 테마파크엔 한족에 백련을 가득히 식재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 정덕수
周公曰 嗚呼 君子 所其無逸(주공왈 오호 군자 소기무일)

先知稼穡之艱難 乃逸 則知小人之依(선지가색지간난 내일 칙지소인지의)
相小人 厥父母 勤勞稼穡(상소인 궐부모 근노가색)
厥子 乃不知稼穡之艱難 乃逸 乃諺 旣誕(궐자 내부지가색지간난 내일 내언 기탄)
否則 侮厥父母曰 昔之人 無聞知(부칙 모궐부모왈 석지인 무문지)

서경의 주공편에 있는 내용인데 뜻을 풀면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稼穡)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小人之依)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聞知)이 없다고 한다'이다.
백련지와 정자 백련지와 아라홍연 식재지 사이엔 이와 같은 정자가 있어 조망하는 즐거움도 크다. ⓒ 정덕수
종자가 있더라도 때 맞춰 파종을 하지 않고야 꽃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꽃 한송이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가. 거저 되는 건 세상에 없다. 자녀와 함께 아라홍연을 만나면 반드시 일러줄 일이다.

"고단함을 모르고 그저 즐기고 방탕하면 무례하다 한다. 또한 엄마와 아빠에게 정말 아는 것 하나 없다고 한다."

여기에서 연꽃은 아니지만 습지나 연못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수생식물 2가지만 소개한다. 하나는 물질경이다.

물질경이는 꽃이 질경이를 닮은 것이 아니라 물속에 있는 잎이 질경이의 잎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물양귀비로 이 꽃은 꽃이 양귀비를 닮았다. 잎은 수생식물답게 물위에 뜨는 성질을 지녔다.
물질경이 잎이 질경이를 닮은 물질경이의 꽃은 여리지만 차분하면서도 당차다. ⓒ 정덕수
물양귀비 양귀비꽃을 닮은 물양귀비는 색감 자체가 백두산의 두메양귀비와 비슷하다. ⓒ 정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함안군, #아라홍연, #백련, #물양귀비, #아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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