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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 호남이 독자집권을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불가능하면 안철수에게라도 호남의 가치와 몫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며 1997년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합을 예시했다. ⓒ 남소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호남 연정을 매개로 한 집권 전략을 밝혔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서 호남이 독자집권을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불가능하면 안철수에게라도 호남의 가치와 몫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며 1997년 김대중과 김종필의 DJP 연합을 예시했다.

"1997년 대선 지지율 2~5% 받았던 김종필도 DJP 연합을 하면서 총리와 '돈 되는 장관' 자리를 다 가져갔다. 심지어 산업은행 총재, 대우증권 회장까지 가져갔다. 우리(호남)도 경제각료 7,8자리 확보하면 예산도 가져와 지역균등 발전하자는 얘기다. 기업 유치해서 '떠나는 호남'이 아니라 '사람 사는 호남'을 만들자는 것이다."

박 위원장의 연정론은 자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선후보와의 향후 협상 가능성까지 내다본 개념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대선에서 표를 몰아주는 반대급부로 '실리'를 챙기자는 것인데, 일단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표방해온 '새정치'와 부합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넘어서야 한다.

"연정에 대한 부정평가도 인정...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이러한 비판 기류 때문에 그는 20대 총선 직후에도 연정론을 내놓았다가 소속 의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비대위원장이 되자 그는 자연스럽게 연정론을 다시 설파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향배를 쥔 '키맨'으로서의 의중을 다시 드러낸 셈이다.

박 위원장은 "물론, (DJP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하면서도 "그런 평가는 상대적인 거다, (연정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호남 유권자들은 연정을 바라고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내년 10, 11월쯤 국민이 야당 후보들의 경쟁력을 평가해 성적표를 내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며 "지금은 김대중 대통령처럼 야권후보를 정리시킬 수 있는 '어른'이 없다, 선거는 뚜껑을 끝까지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야권의 이견에 대해서는 "(미국이 대북 강경노선을 취할 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서 다시 햇볕정책, 포용정책으로 돌아서게 만들지 않았냐"며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한 사람(김종인)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잘한다"고 포괄적인 호평을 내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바꾸려는 건 문재인 전 대표의 패착(바둑에서, 그곳에 돌을 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판에서 지게 되는 아주 나쁜 수)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후보를 결정될 때까지는 김종인 체제로 가야 한다. 그 양반처럼 능수능란한 사람이 어디 있나? 송영길이든 추미애든 당대표가 되면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게 될 거다."

박 위원장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 찬반 여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만약 더민주 대표였다면 더민주의 선택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이해하지 못한다. 60년 정통을 이어온 '민주당'으로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구현한다는 당에서 정반대의 길을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이승만 독재 정권이 살벌한 북진통일을 밀어붙였던 60년 전 민주당은 평화통일의 기치를 들고 창당했다. 그 당을 이어간다는 사람들이 평화통일에 반대되는 북진통일의 길을 가려는 건 지난 역사를 부인하는 일이다."

"미국 대북노선, 포용정책으로 돌려놓은 게 김대중·노무현 아닌가?"

-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대북정책에 입장차이가 많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많지 않았나?
"그렇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디스 가이(This guy)'라는 굴욕적인 얘기를 들으면서도, 설득해서 결국 우리나라 도라산역에 와서 햇볕정책 지지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떻게 얘기했고, 한명숙 전 총리가 국회에서 어떻게 답변했나? (미국이 강경노선을 취할 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득해서 다시 햇볕정책, 포용정책으로 돌아서게 만들지 않았나. 그래서 여태까지 평화를 지킨 게 아닌가? 어떻게 그 두 분의 사진을 걸어 놓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럴 수 있나?"

- 제1야당이 미국을 설득할 용기가 없다는 건가?
"안보 문제를 정권 유지 위해 쓰는 것은 잘못이지만, 집권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은 더 나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든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손을 잡고 반보 앞으로 가라'고 했다. '국민이 못 따라온다면 절대 손을 놓지 말고 설득하라'고 했다."

- 총선 이후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보도개입 논란, 우병우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사건, 현기환 정무수석이 연루된 '총선개입 녹취록'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이런 일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권 말기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왔다. 레임덕은 야당이나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의 측근으로부터 나온다. 박 대통령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왜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나? 왜 총선 공천과 전당대회에 개입하려고 하나? 이제는 정권을 정리하면 되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야권의 이견에 대해서는 "(미국이 대북 강경노선을 취할 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해서 다시 햇볕정책, 포용정책으로 돌아서게 만들지 않았냐"며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한 사람(김종인)이 문제"라고 말했다. ⓒ 남소연
- 개각 하고 사람을 바꾸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까?
"국면전환을 위한 개각이 아니라, 정권 정리를 위한 개각이 돼야 한다. 대개 집권 초기에는 관료, 정치인, 학자, 시민단체를 골고루 등용해서 개혁과 안정을 함께 추구한다. 하지만 집권 말에는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정리를 해야 한다. 테크노크라트(전문적인 기술 관료) 중심의 개각을 해야 공직기강이 선다."

- 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뭔가에 집중해서 성과를 남긴다면 무얼 하는 게 좋겠나?
"박근혜 정부 이제 19개월 남았는데 잘한 게 뭐가 있을까? 없다. 이제 성공의 길은 딱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김정은과 남북정상회담 해야 한다. 김정은 붙들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말라, 안 그러면 너희가 죽는다고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전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 있을 거다. 설득이 안되더라도 세계 여론은 박 대통령의 편을 들 거다. 설득이 되면 노벨평화상도 받을 수 있다.

둘째로 여의도에 개헌을 던져야 한다. 금년 내에 개헌안을 만들어 오면, 내년 초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면 된다. 못하면 국회의 책임이고,하면 국민이 바라는 개헌을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성공의 길이 없다. 경제를 살리려고 해도 세계 경제가 너무 나쁘고, 외교에서도 성과를 남기기 어렵다."

- 국민의당은 호남과 '안철수'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담고 있다. 비대위원장이 된 후에는 '안철수당'을 명확히 하는 것 같다. 국민의당은 안철수의 당인가?
"그럼 누구의 당이라고 생각하나? 박지원의 당인가? 더민주든 새누리당이든 국민들은 당대표 경선에 관심이 없다. 흥행이 안 된다. 그 당의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당에는 지금 안철수 전 대표밖에 없다. 그걸 부인하면 안 된다. 그래서 호남을 묶어주는 박지원의 '헌정치', 외연을 확장하는 안철수의 '새정치'가 융합돼야 미래로 갈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

물론 안 전 대표만으로는 안 된다. 천정배 전 대표도 개혁진보세력의 기치를 들고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 손학규 전 고문이 들어오면 흥행이 된다. 손학규가 더민주로 가면 흥행이 안 된다. 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경선 때) 모바일투표에 당했는데 또 가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고 말했다."

-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원내대표로 당 지도부였는데 모바일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문제가 있었다."

- 그럼 내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모바일투표는 안 하겠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지금은 '안심번호' 같은 제도가 있으니까 보충이 될 수 있지만, 잘 생각해봐야 한다. 정치는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아닌가?"

- "내년 10, 11월쯤 국민이 야당 후보들의 경쟁력을 평가해 성적표를 내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4년 전 대선도 11월 단일화가 됐는데, 너무 늦추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회창은 9년 10개월 대통령 하다가 막판에 노무현에게 대통령 자리 빼앗기지 않았나? 골프는 장갑 벗어봐야 알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지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통합을) 정리시킬 수 있는 '어른'이 없다. 정리가 안 된다. 예전에는 재야의 어른들이 불러서 '이렇게 해라'고 하면 정리가 됐다. 이제는 백낙청 교수 같은 분들도 늙었고, 비난 받는 일을 안 하고 싶어 한다.

그동안 호남이 있었기에 야당이 있었고 민주주의가 있었다. 호남이 통합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는데,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호남이 '패배의 통합'을 했다. '친노와 문재인은 안 된다'는 걸로 통합했다. 처음에는 국민의당과 더민주는 (관계가) 너무 어긋나서 총선에 필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야당이 분열해서 승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부 기자가, 정치학자가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서라는데, 언제 총선 치를 때 대통령이 인기 좋았나?"

"호남도 경제각료 7,8개 확보해서 지역균등 발전하자는 것"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물론 (DJP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하면서도 "그런 평가는 상대적인 거다. (연정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호남 유권자들은 연정을 바라고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 남소연
- 내년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받아낼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의 최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총선 전부터 '호남참여 연정론'을 주장했다. 호남이 독자집권을 할 수 있으면 하자. 그런 길이 있으면 나라도 대통령 후보에 나가겠다. 불가능하면 호남의 가치와 몫을 가지고, 안철수에게라도 당당하게 요구하자는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90%를 몰아주고 문재인도 아무 조건 없이 지지해줬는데 호남에게 뭘 줬나? 호남이 더 이상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1997년 대선 지지율 2~5% 받았던 김종필(JP)도 DJP 연합을 하면서 국무총리와 '돈 되는 장관' 자리를 다 가져갔다. 심지어 산업은행 총재도, 대우증권 회장까지 가져갔다. 우리(호남)도 경제각료 7,8개 확보하면 예산도 가져와 지역균등 발전하자는 얘기다. 기업 유치해서 '떠나는 호남'이 아니라 '사람 사는 호남'을 만들자는 거다.

호남이 그렇게 뭉치면 (정권교체) 가능성 있다. 야당의 뿌리는 호남이고, 호남 지지 없이 승리한 적이 없다. 이번에 국민의당 안철수가 호남에서 승리했다.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호남만 가지고 되나? 안 된다. 물론, 호남 빼고도 안 된다. 비호남으로 외연확대 해야 한다. 그러면 (정권교체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호남을 뭉치게 해서 뿌리를 지키고 외연을 확대하는 길에 박지원이 있고, 안철수가 있다. 여기에 천정배가 뛰고 손학규가 들어오면 흥행이 된다. 지금 더민주처럼 문재인으로 확정해서 가면 안 된다."

- DJP 등 대통령제에서 연정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권교체의 길이 그것이라면 해야 한다."

- JP에 장관 자리 몇 개 돌아갔는데, 그렇다고 충청권이 덕 본 게 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평가는 상대적인 거다. (연정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 호남 유권자들은 그것(연정)을 바라고 있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거다."

- 대선주자로서 손학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 전 고문이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는데 아직도 국민들의 요구를 받고 있지 않나? 왜 찾겠나? 가치가 있으니 찾는 거다. 나를 찾는 사람은 없더라."

- 최근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가까이 했던 분들 가운데 많은 분의 공통점은 훌륭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태섭 의원이나 윤여준 전 장관 등은 그런 평가가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돈 달라고 할 정도로 스펙이 나쁜 분들이 아닌데...
"내가 보는 견해가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분들도) 속으로는 '잘 봤다'고 할 거다."

"송영길·추미애는 당대표 되면 결국 자기 정치 할 것"

- 정치인으로서 그런 부분까지 챙겨야 사람을 늘릴 수 있다는 건가?
"새정치니까 그런 걸 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안철수의 장점은 그래도 미래를 이야기 하는 지도자라는 점이다. 야당 총재 시절 앨빈 토플러와 빌 게이츠를 얘기하며 '정보화 시대를 열겠다'고 했던 김대중처럼 안철수는 유일하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이다. 안 전 대표가 나한테도 돈 한 푼 안 주지만 나는 (안철수가) 좋다고 이야기 한다."

- 김종인 대표가 더민주를 이끈 지 7개월 정도가 됐다.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잘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바꾸려는 건 문재인 전 대표의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후보를 결정할 때까지는 김종인 체제로 가야 한다. 그 양반처럼 능수능란한 사람이 어디 있나. 송영길이 되든 추미애가 되든 당대표 되면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게 될 거다."

-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떻게 되리라고 보나?
"지금도 훌륭하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는 여러가지로 굉장히 배풀려고 노력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전당대회 때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먹으려고 한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분당된 것 아닌가? 그때 당권과 대권을 분리했다면 지금 얼마나 좋겠나? 문 전 대표가 그래서는 안 됐다."

- 당초 원내대표를 맡기 전부터 당권에 도전할 의사를 표했다. 현재 비대위원장을 맡은 상태에서 또 다시 당 대표에 출마하는 건 부담스럽지 않겠나?
"지금은 당이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내 거취를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태그:#국민의당, #박지원, #문재인, #DJP,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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