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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여고 동창생와 여수시 화정면 아래꽃섬, 하화도를 갔습니다.
아내의 여고 동창생와 여수시 화정면 아래꽃섬, 하화도를 갔습니다. ⓒ 임현철

꽃섬에 갔습니다. 아래꽃섬, 여수시 화정면 하화도입니다. 지난 5월엔 웃꽃섬. 상화도에 갔습니다. 당시, 웃꽃섬을 걷는 내게, 아래꽃섬이 손짓하며 계속 물었었습니다. 눈치 없이 아내가 곁에 있는데도 애교 가득한 코맹맹이 목소리로.

'건너편에서 보니 저 참 예쁘죠? 저에게 올 거죠?'

아래꽃섬의 유혹에 아내에게 오해받을까 안절부절 했지요. 그러면서도 혼자 설렜나 봅니다. 아래꽃섬이 눈에 밟히데요. 알고 보니 남자만 유혹한 게 아니었더군요. 부부, 아래꽃섬의 유혹에 못 이겨 길을 나섰습니다.

아내의 여고 동창 등과 함께. 아래꽃섬, 하화도. 그 섬에 가는 이유인 것 같은, 임호상 시인의 신작시집 <조금새끼로 운다>에 수록된 '그냥' 한 수 읊지요.

 괭이밥입니다. 드물게 노란, 보라, 하얀 색이 옹기종기 함께 모였더군요.
괭이밥입니다. 드물게 노란, 보라, 하얀 색이 옹기종기 함께 모였더군요. ⓒ 임현철

    그냥
                          임호상

  아내가 물었다 왜?
  그냥

  딸이 물었다 아빠 왜?
  그냥

  건성으로 대답한 것 같지만
  가장 깊고 정다운 말
  그냥

  그냥 좋다 그 말이

  당신처럼
  이유 없이 그냥 좋다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여고 동창생을 만나다!

 아래꽃섬 하화도에 내리자 일행을 맞이한 벽화입니다. 뒤간과 물고기 색감이 웃음짓게 합니다.
아래꽃섬 하화도에 내리자 일행을 맞이한 벽화입니다. 뒤간과 물고기 색감이 웃음짓게 합니다. ⓒ 임현철

아래꽃섬, 하화도는 드나듦이 여유롭습니다. 웃꽃섬 상화도와 달리 배편이 더 있어서지요. 지난 6일, 아래꽃섬에 내렸습니다. 일행을 반기는 벽화가 반갑습니다. 돌담에 그려진 뒷일과 물고기 그림이 재밌어 피식 웃음 짓습니다. 물고기 색, 참 예쁘게 칠했습니다. 아마, 화가 머릿속에 자신만이 상상하는 물고기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등산이 아니라 산책입니다."

뭐에 쫓긴 듯 앞만 보고 죽어라 걷는 '등산'은 사양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과 소통하는 '산책'이 좋습니다. 아래꽃섬 탐방로로 올라드니 발전소가 있습니다. 하화도 태양광 발전시스템이라네요. "공해 없고 고갈되지 않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도서 주민의 쾌적하고 안정된 전기 공급을 위해 1988년 국내 최초로 설치된 발전시스템"이랍니다.

 꽃 뒤에 태양광 발전시스템 보이시죠? 저게 국내 최초의 시도라고 합니다.
꽃 뒤에 태양광 발전시스템 보이시죠? 저게 국내 최초의 시도라고 합니다. ⓒ 임현철

"얘, 여고 다닐 때 어쩐지 알아요?"
"오늘, 결혼 19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의 여고 동창생을 만났어요. 그러니 평이 어쩐지 알 턱이 없죠."
"대학 때까지 자주 만났답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지요. 다른 친구는 다 찾았는데, 얘만 못 찾았어요. 얘가 작년에 고등학교 담임선생님께 연락했나 봐요. 덕분에 만났지요."
"아내의 여고시절 이야기나 함 들어봅시다."

제가 아는 아내의 추억담 속에는 과일 서리, 미꾸라지 잡기, 나무에서 떨어지기, 소꼴 먹이기 등 생각지도 못한, 건강한 장난꾸러기 '쟁 맞은 여자'가 들어 있습니다. 그래, 더 들어보나 마나지요. 아내가 말 틈을 비집고 훅 들어왔습니다.(쟁떨다 :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을 만한 못된 짓하다, 여수사투리-편집자 글)

"우리가 하도 떠들어 실장이었던 얘가 선생님께 대표로 많이 맞았어. 그래도 우리한테 화풀이 않고 혼자 울던 착한 친구였지."

아내의 고해성사, 친구 앞에서 변한 '엽기 순정만화'

 아래꽃섬 하화도에서 내게 오라 손짓하네...
아래꽃섬 하화도에서 내게 오라 손짓하네... ⓒ 임현철

아내의 여고 친구와 함께 아래꽃섬 하화도 산책 속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한편의 '엽기 순정만화'였습니다. 만화에 반전 하나 없으면 심심하니 인기 없지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 막 부임한 국어 샘이었어요. 여고에 온 아주 잘생긴 남자 샘, 인기 '짱'이었지요. 그때부터 다들 국어 공불 열심히 했어요. 그 샘이 하루는 친구들과 가정방문을 한다지 뭐예요. 난 친구와 자취하고 있었죠.

근데 집에 오는 선생님께 뭘 드릴까? 엄청 고민되데요. 당시엔 몰랐던 샐러드를 드리기로 하고 정성껏 만들었어요. 귀한 마요네즈까지 얹어서.

근데, 요리하다가 그걸 땅에 엎었지 뭐예요. 시간은 없지. 자취생이 새로 재료 살 돈도 없지. 땅에 엎은 걸 주워 씻어서 다시 해 드시라고 내놨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엄청 맛있게 먹데요. ㅋㅋ~.

자취했던 친구랑 이 이야길 무덤까지 갖고 가자 했어요. 저번에 친구들 만났을 때 이 이야길 했더니 난리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더런 년, 나쁜 년이라고. ㅎㅎ~^^"

아내의 고해성사는 귀여운 엽기 이야기였습니다. 어쨌거나, 여고 친구 만난 여인들은 웃음꽃 만발입니다. 이미 과거 청초했던 여고 시절로 돌아간 거죠. 그 모습을 보며 한 가지 다짐했습니다. 그건 부부가 함께 가꿔야 할 부부의 미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후, 과거를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 지을 추억거리를 성심성의껏 만들어야겠다는.

아래꽃섬에서 놓치지 않고 꼭 먹어야 할 '부추'

 며느리밑씻개 꽃입니다. 이렇게 예쁜 꽃 이름이 밑씻개가 뭡니까? 예쁜 이름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며느리밑씻개 꽃입니다. 이렇게 예쁜 꽃 이름이 밑씻개가 뭡니까? 예쁜 이름으로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 임현철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넘었습니다. 아래꽃섬에 올 때 아무 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노린 게 있었지요. 아래꽃섬 특산물로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남자들의 보양식이자 피를 맑게 한다는 '부추'였습니다. 아래꽃섬에서 부추 요리와 막걸리 마실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출발 전, 백야도 손두부를 샀을 겁니다.

"우선 막걸리 두통 주시고요. 부추전 두개, 부추 오징어무침 하나. 그리고 밥 주세요."

경로당 할머니들의 수고와 맛을 아는 지라 팍팍 시켰지요. 눈 깜짝할 사이, 막걸리와 부추전이 사라졌습니다. 부추무침, 돌산 갓김치, 미역무침, 총각김치, 열무김치에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이어 부추 오징어무침, 다시 부추전 하나가 나왔습니다. 푸짐하대요. 진수성찬 앞에서 추억이 빠질 리 없지요.

 아래꽃섬 하화도 할머니들께서 정성껏 만들어 내신 요리입니다. 이러니 육지에서 음식을 준비해갈 필요가 없었답니다.
아래꽃섬 하화도 할머니들께서 정성껏 만들어 내신 요리입니다. 이러니 육지에서 음식을 준비해갈 필요가 없었답니다. ⓒ 임현철

"우리 학교 다닐 때 잔디씨 갖고 와라 많이 했잖아. 그걸 열심히 훑어 모아 학교로 가져가다, 어쩐지 알아? 하필 풀밭에 넘어져 잔디씨가 다 흩어졌지 뭐야. 그걸 어떻게 주워. 그래, 다른 놈들도 넘어지라고 풀을 꽉꽉 묶었지, 크크."

음식에 이야기 양념이 추가 되니 막걸리 맛이 더욱 납디다. 암튼, 아내 친구를 만난 후 없었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인 왈, "여자들이 나이 들어 친구 만나다 보면 남편에게 잔소리가 많아진다"면서 구체적 사연이라며 "열심히 이것저것 봉사하는 남편이 깔끔히 옷을 입어도 왜 이 옷 입었냐? 저 옷 입어라 참견하며 까칠해진다"고 겁을 줍니다. 설마~. 아내는 안 그러길 바랄 뿐! 꽃섬이 방긋 웃었습니다.

 하화도 할머니들 요리 솜씨가 끝내 줍니다.
하화도 할머니들 요리 솜씨가 끝내 줍니다. ⓒ 임현철

 아래꽃섬에 지천으로 핀 개망초입니다.
아래꽃섬에 지천으로 핀 개망초입니다. ⓒ 임현철

 아래꽃섬에 가는 자체로 힐링입니다.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이 되지요.
아래꽃섬에 가는 자체로 힐링입니다. 느릿느릿 느림보 산책이 되지요. ⓒ 임현철

 아래꽃섬 마을 안 벽화가 예술입니다.
아래꽃섬 마을 안 벽화가 예술입니다. ⓒ 임현철

 아래꽃섬 해변, 코스모스 사이에 다알리아가 피었대요. 꽃이 꽃을 부릅니다.
아래꽃섬 해변, 코스모스 사이에 다알리아가 피었대요. 꽃이 꽃을 부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아래꽃섬#웃꽃섬#꽃섬#하화도#여고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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