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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램테크놀러지에서 지난 4일 총 100kg의 불산이 누출되었다. 있어서는 안 될 화학사고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램테크놀러지는 2013년 7월과 2014년 8월 이미 두 차례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공장이다. 불산 누출만 세 번째이다. 불산 누출 이외에도 2014년 1월 질산누출사고로 작업자 1명이 입원하는 등의 인명피해도 있었다.

세 번의 불산 누출에서 주민의 안전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금산군 주민들은 이에 대해 분노한다. 1차(2013년) 사고 땐 바닥에 흐른 불산액체가 하천으로 유입되었다. 조정천의 물고기가 집단폐사하면서, 이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불산이 누출된 것이 확인되었다.

1차 사고 이후 램테크놀러지측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겠다고 주민대책위와 약속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벌초를 하다가 흰색의 가스가 누출된 것을 확인한 주민의 신고로 알려졌다.

회사는 처음에 소방서에 '소석회 화학반응 사고'라며 거짓으로 보고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결국 주민들은 주변의 나무가 고사하는 것을 확인해 문제제기를 했고, 신고를 받고 온 금강유역환경청에서 간이측정기로 확인하여 불산이 검출된 것을 밝혀내고, 주민대피를 요청했다. 결국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나서야 주민들이 대피했다. 주민들은 악의적으로 주민을 기만한 회사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참고 기사: 금산불산누출, 유출량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이후 공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후 불산생산공정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은 2015년 1월 1일 시행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정기검사를 통해 사업장에 문제가 없다며 재허가를 내주었다. 결국 2016년 1월, 두 번의 불산 누출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영업을 재개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가동이 진행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불산이 누출된 것이다. 이번 역시 주민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유출사고 매뉴얼에 있는 주민대피 조치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3차 사고인 이번에는 달랐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늦었다. 경찰조사의 CCTV 조사결과 사고는 6시경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불산 누출 이후 회사자체 방제에 실패하고, 결국 6시 30분경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였으며, 주민대피는 충남소방본부 방제센터에서 도착한 6시 50분경에야 이루어졌다.

주민들의 신뢰는 바닥 상태

소방차가 대기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 램테크놀러지 전경 소방차가 대기중인 모습을 볼 수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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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4시 군북초등학교 강당. 대피해 있는 주민들에게 사과를 하러 길준잉 램테크놀러지 대표가 나타났다. 길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두 번의 불산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 상태다.

주민들의 분노는 회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강당에 대피해 있거나 면담을 위해 찾아온 주민 150여 명은 불산 공정을 폐쇄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길 대표는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며, 주주와 상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답변했다.

길 대표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사과중인 길 대표 길 대표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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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길 대표가 이번 누출사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의심받았다. 중국출장 중임을 점을 감안해도,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이나 지나서야 귀국하여 주민을 찾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다. 상식적인 국가라면 세 번의 맹독성 물질을 유출 시킨 기업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유출 이후 사고 조치 역시 낙제점을 받은 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때문에 관계 당국이 이후 사건 처리를 어떻게 진행할지가 관심사다.

현행법상에는 매출액의 5/100 이내의 벌금이나, 25/1000(단일 사업장)의 벌금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전에도 유출이 있었기에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2015년 1월 1일에 새롭게 시행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법률에 따르면 사고발생시 즉시 소방서, 환경부, 경찰, 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하게 되어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규제, 꼭 필요하다

약 150여 명의 주민이 군북초등학교에 모였다.
▲ 군북초등학교에 길 대표를 만나기 위해 모인 주민들 약 150여 명의 주민이 군북초등학교에 모였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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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법처리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런 매뉴얼을 따라 주민대피 등의 조치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울산에서도 불산 누출이 있었지만, 스스로 신고한 것이 아니라 타공장에서 먼저 신고가 되면서,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금산 불산 누출 현장에서도 공장사고 발생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화학물질 관리의 허점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화학물질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관계당국의 대처는 매우 미온적이다.

많은 양에 노출되어 병원을 찾은 주민들을 기간에 따라 꾸준히 관리하는 등의 조치나, 피해주민에 대한 역학 조사 등은 이루어진 적이 없다. 또한 주민들은 불산 공장이 다시 가동되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위험에 대한 주민들의 인지를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은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켜지지 않은 대처 요령
▲ 회사앞에 설치된 사고발생시 대처요령 지켜지지 않은 대처 요령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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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불안에 떨고 있다. 3차 누출사고 이후에 다시 불산 공정이 가동된다면,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일부 주민은 화학폭탄을 세 번이나 지역에 투하한 것이라며 비분강개 했다. 현재 마을 주민 130여 명이 대피 중이며, 10여명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불산과 같은 맹독성 화학물질 사고는 인근지역주민은 물론이고 작업자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며 "환경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어 "다시는 이러한 화학물질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특별조치를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권고했다.

가습기살균제에서처럼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다시 한 번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제라도 관계기관은 철저한 원인조사와 주민피해에 대한 보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는 지나치게 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한 규제는 독약이 아니라 영양제 같은 것이다. 이제 주민들에게 영양제가 필요하다.


태그:#램테크널러지, #불사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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