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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남편이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 홈페이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남편이 운영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 윌앤비전 홈페이지.
ⓒ 윌앤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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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5월 권선주(60) IBK기업은행장 남편인 이화택(63) 윌앤비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비상장) 전량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 보유주식 27만 4000주(13억 7000만 원) 가운데 15만 6180주(7억 8090만 원)와 2만 7400주(1억 3700만 원)는 각각 '개인 4명'과 '법인 1곳'에 팔고, 나머지 9만 420주(4억 5210만 원)는 농협은행에 백지신탁(처분 위임)한 것이다. 권 은행장이 '국내 최초의 여성은행장'에 발탁된 지 5개월 만에 이루어진 '남편의 조치'였다.

권 행장 남편 주식 사들인 '개인 3명'과 '법인 1곳'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나 공직유관기관의 직원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3000만 원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특히 주식 보유금액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계산한다. IBK기업은행은 정부가 51.8%(2015년 12월 기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권선주 행장은 지난 2013년 12월 취임한 이후 남편인 이화택 대표 보유주식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주식백지신탁위원회에 청구했다.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이 대표의 보유주식이 권 행장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 대표가 보유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한 것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윌앤비전은 지난 2006년 효성ITX에서 분사한 아웃소싱(콜센터 등 고객지원업무 위탁운영) 전문기업이다.

이 대표가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백지신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권선주 은행장 남편 남다른 외조', '국내 첫 여성은행장 남편의 주식외조' 등 호의적인 보도가 잇달았다. 당시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인이 공직자라는 이유로 상장도 안 된 개인회사 지분을 모두 내놓게 된 셈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표의 보유주식을 사들인 '개인 4명'과 '법인 1곳'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지신탁위원회는 주식을 매각한 대상이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인지 여부만 확인할 수 있고, IBK기업은행 쪽도 "개인적인 재산에 관련된 사항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보유주식을 산 '개인 4명'과 '법인 1곳'이 이 대표나 권 행장과 '특수관계'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윌앤비전의 주주변동을 취재한 결과,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20%)과 박종규 전 IBK기업은행 부행장(12%), 전익표 윌앤비전 감사(4만 9320주, 18%)가 이 대표 보유주식의 50%(13만 7020주)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2만 7400주(10%)를 사들인 '법인 1곳'은 고급와인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주)민가다헌(대표 신용철)이었다. 다만 나머지 7%(1만9180주)를 사들인 '개인 1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민유태·박종규 등 연세대 동문이 주식 32% 사들여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주식을 사들인 민유태 전 지검장과 박종규 전 부행장은 이 대표와 권 행장의 연세대 동문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와 박 전 부행장은 연세대 법학과 73학번 동창이고, 민 전 지검장은 연세대 행정학과 74학번으로 이 대표의 후배이다. 권 행장은 연세대 영문과 74번이다. 대학 동기와 선후배가 얽혀 있는 사이인 것이다. 민 전 지검장은 현재 연세대 총동문회 상임 부회장도 맡고 있다. 두 사람이 이 대표로부터 사들인 주식은 8만 7680주(32%) 4억 3840만 원어치에 이른다.

5만 4800주(2억 7400만 원)를 사들인 민유태 전 지검장은 이 대표의 연세대 후배이고, 권 행장의 연세대 동창(74학번)이다. 그는 안동지청장과 부산지검 강력부장, 대검 중앙수사부 3.2.1과장과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순천지청장, 대구지검 1차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진주지검장을 지냈다.

민 전 지검장은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6월말, 마약퇴치국제협력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쪽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2009년 5월). 지난 2010년 1월 법무법인 민을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주식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묻기 위해 12일과 13일 세 차례 민 전 지검장의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했지만, 사무실의 한 직원은 "통화하기 어렵다"라는 말만 전해왔다.  

박종규 전 부행장은 이 대표의 연세대 법학과(73학번) 동기이자 권 행장의 연세대·IBK기업은행 선배이다. 그는 이 대표의 보유주식 중 3만 2880주(1억 6440만 원)를 사들였다. IBK기업은행 경수지역본부장과 업무지원본부장(부행장)을 지냈고, 연세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연세금융인회'(약칭 연금회) 멤버이다. 연금회는 지난 2005년 출범한 '연경금융리더스포럼'을 확대해 재출범시킨 모임이다(2008년 7월). 권 행장도 연금회에 참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연세대 출신들이 금융권에서 약진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경영학과 70학번),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경영학과 70학번),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영문학과 74학번),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불문학과 75학번, 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학과 78학번,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연세대 출신들이다.

박종규 전 부행장은 "이화택 대표가 대학친구여서 투자삼아 주식을 사게 됐다"라며 "내가 가진 돈으로 샀다, 그런 정도는 된다"라고 말했다.

이화택 대표의 측근 인사도 주식 18% 사들여

4만 9320주(2억 4660만 원)를 사들인 전익표 감사는 이 대표의 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그는 효성ITX에 이어 윌앤비전에서도 이 대표와 함께 근무할 정도로 이 대표의 신임을 받고 있다. 효성ITX에서는 반기보고서 등의 신고업무를 담당한 이사였다.

윌앤비전의 한 관계자는 "이화택 대표와 전익표 감사는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이다"라며 "감사로 있다 보니 회사 비전 등을 보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주식투자에 나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보유주식의 10%(2만7400주, 1억3700만 원)를 매각한 '법인 1곳'은 (주)민가다헌이었다. (주)민가다헌은 한국 최초의 개량한옥으로 알려진 '민익두가'(민익두 대감의 집,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서 고급와인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업체다. 민익두가 소유주 이재환씨의 고교동창인 이종원씨와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우종익 아영FBC 대표가 공동출자해서 설립했다.

우종익 대표는 "(주)민가다헌이 15년이 되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났는데 달리 투자할 데가 없어서 그림도 사고 주식도 샀다"라며 "원래는 그림을 많이 사는데 물건(주식)이 싸게 나와서 주식을 산 것이다"라고 말했다.

윌앤비전 쪽 "위장매각 아니다... 법에 따라 처분한 것일 뿐"

이 대표의 보유주식을 사들인 사람들이 연세대 동문이거나 측근 인사라는 사실을 두고 '위장매각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이들이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은 아니지만 '특수관계'로 판단할 만한 사람들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윌앤비전의 관계자는 "권 행장이 기업은행장이 되고 나서 법적으로 남편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해서 비상장 주식을 판 것이다"라며 "위장매각은 사실과 전혀 다르고 법에 따라 처분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아웃소싱 업종(10년)을 계속 해오고 있고 매출도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그분들이 투자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종규 전 부행장은 '위장매각 의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이 대표의 주식 매각과 백지신탁 직후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주식을 매각한 대상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할 뿐 (주식을 매입한) 상대방과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라며 "권 행장이 퇴임한 후 주식매수자가 다시 주식을 이 대표에게 되팔더라도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81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뒤 효성그룹의 계열사인 텔레서비스와 갤럭시커뮤니케이션즈, 효성ITX 등에서 CEO(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 5월 효성ITX 대표를 사임한 뒤 콜센터 위탁운영, 인재파견, 시설관리 등 아웃소싱 전문기업인 윌앤비전의 대표를 맡고 있다.

특히 윌앤비전은 지난 2013년 6월 'BC카드-IBK TM센터 업무'를 수주하고 IBK기업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관련기사 : 대통령이 칭찬한 기업은행장 그의 남편기업에 들어간 2억원). 지난 2014년 3월과 4월에는 방송프로그램 공급업, 전시 및 행사대행업, 광고기획 서비스업, 부동산 임대업을 사업에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윌앤비전은 지난 2006년 설립된 이후 연평균 28.5%의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현재 250여 고객사에 4100여 명의 인력을 제공하고 있고, 창립 10주년인 올해에는 116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태그:#이화택, #권선주, #윌앤비전, #민유태,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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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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