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범죄소설의 역사를 장식했던 수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 작가들을 대표작품 위주로 한 명씩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주로 영미권의 작가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 기자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딘 쿤츠(1945~)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딘 쿤츠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살인예언자 시리즈'가 번역 출간되면서 부터였다.

그 이전에도 딘 쿤츠의 작품들은 국내에 여러 편 소개가 된 적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당시 대형 출판사였던 '고려원'에서 딘 쿤츠의 작품들을 시리즈로 출간했었다. 이후에 고려원이 망하면서 그 작품들도 덩달아서 절판되었고, 지금은 그 책들이 무슨 '희귀서적'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딘 쿤츠의 작품들을 가리켜서 흔히 공포와 미스터리를 뒤섞었다고 말한다. 이런 작풍(作風)에서 스티븐 킹을 떠울릴 수도 있겠다. 딘 쿤츠는 스티븐 킹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건 어쩌면 창작을 대하는 스타일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딘 쿤츠는 플롯을 중시하는 타입이다. 그는 '플롯이 없는 소설처럼 이 세상에 우스운 것은 없다'라고 말을 한다. 스티븐 킹은 정반대다. 킹은 '플롯은 구상하지 않는다. 플롯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두 명 모두 비슷한 장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창작 스타일은 꽤 많이 다른 편이다. 어떤 스타일이 좋거나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 또는 창작의 방법일 테니까.

가정 폭력 속에서 힘겨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작가

오래전 고려원에서 출간되었다.
▲ 딘 쿤츠의 작품들 오래전 고려원에서 출간되었다.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태어난 딘 쿤츠는 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중독에서 빠져나오게 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딘 쿤츠는 어린 시절에 술에 취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쿤츠는 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에 처박혀서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 도피하고 작가의 꿈을 키워갔을 것이다. 그리고 1968년 첫 장편 <Star Quest>(국내 미출간)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작가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을지 모른다. 유년기의 어떤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법이니까.

쿤츠가 발표한 작품들에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용의 눈물>에는 3살부터 18살이 될 때까지 구호기관과 양부모의 집을 전전하며 성장한 여형사가 나오고, <미드나이트>에는 7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알코올 중독 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견뎌온 FBI요원이 등장한다.

<어둠 속의 속삭임>의 살인범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어머니에게, '너의 아버지는 괴물이고 너에게는 그 괴물의 자손이라는 증표가 있다'라는 말을 수만 번 들어왔다. 딘 쿤츠는 이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투영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들의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인물들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쿤츠는 작품 속에서 다소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만들어낸다. 멀쩡한 인간에게 약물을 주사해서 퇴화된 짐승으로 만들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살인병기로 사용할 인간을 복제해 낸다.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폭력과 죽음의 신이 되려고 하는 인물도 나온다.

이런 존재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 단조롭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오던 사람들은 악몽과 마주하게 된다. 조용하던 일상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은 파괴된다. 집과 자동차, 가족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쿤츠의 작품들에는 이렇게 악몽과 마주하며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 과정에서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어쩌면 사람들도 이런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지 않을까? 꼭 괴물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유로 인해서 자신의 일상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되는 것. 이거야말로 진정한 공포다.

죽은 사람을 보는 20세 청년

겉표지
▲ <살인예언자> 겉표지
ⓒ 다산책방

관련사진보기

딘 쿤츠는 2003년에 <살인예언자>를 발표한다. 시리즈로 이어져오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주인공인 20살의 즉석 요리사 오드 토머스를 창조해낸다. 영화 <식스센스>의 어린 아이처럼, 오드 토머스는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 단지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접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오드 토머스를 자주 찾아와서 자신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함께 길을 걷기도 한다. 오드 토머스는 단순히 죽은 사람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죽음의 징후를 감지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표시나지 않게 적절히 이용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준다. <살인예언자>에서는 한 남자에게 대량살인의 냄새를 맡고 그를 저지하려고 노력한다. <악의 수도원>에서는 고립된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수도사들의 실종과 자살사건을 추적해 간다.

딘 쿤츠는 또 한 명의 초현실적 능력을 가진 인물을 창조한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반면에 작품 속의 오드는 막말로 보기 싫은 '귀신'을 보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오드도 솔직하게 말한다. 어떤 이유로 이승을 떠나지 못했건 간에, 망자를 본다는 것은 께름칙할 수밖에 없고 기분을 돋우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20살로 작품에 처음 등장한 오드 토머스가 좀 더 나이를 먹어 가면 이 능력도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진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은 사람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될 때, 오드에게도 조용한 휴식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능력이 사라진다면 오드는 아쉬워할까. 아니면 시원섭섭해 할까. 그동안 오드의 활약을 보아왔던 독자들에게는 분명 아쉬운 일이 될 것만 같다.


태그:#딘 쿤츠, #살인예언자, #오드 토머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