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월 21일 일요일은 음력 정월 14일이었습니다. 이날 아침부터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마을을 찾아서 당산제(입암내소사 당산제)를 봤습니다. 전라도 여러 마을에서는 정월 보름 전후로 당산제를 지냅니다.

    마을사람들이 기를 앞세우고 풍물과 같이 만든 줄을 메고 마을 앞에서 내소사 절로 향합니다.
 마을사람들이 기를 앞세우고 풍물과 같이 만든 줄을 메고 마을 앞에서 내소사 절로 향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마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여러 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볏짚으로 줄을 만들고, 줄다리기를 하고, 그 줄을 마을 당산에 감아놓고 당산 신에게 한해의 풍년과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한 해 동안 마을에 올지 모르는 액운을 막고,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당산제가 지금은 농촌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따위로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당산제를 이어오는 마을이 있습니다.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음력 정월 15일 아침), 김제시 월촌리(음력 정월 15일 오후), 정읍 산외면 정량리(음력 정월 16일 아침). 그 가운데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당산제는 음력 14일 열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18일과 20일 힘을 모아서 볏짚 200여 다발로 암줄과 수줄 두 가닥을 만들었습니다. 당산제에 참가하는 마을은 석포리 1구, 2구, 용동, 원암, 입암 마을 등 300세대가 참가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서 절로 가면서 길 앞에 있는 마을 집을 찾아서 지신을 밟기도 하고 찰밥을 지어서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서 절로 가면서 길 앞에 있는 마을 집을 찾아서 지신을 밟기도 하고 찰밥을 지어서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전라도 당산제는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마을 각 집안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당산제를 지냅니다. 마을에 절이나 무당들이 살아도 그들이 달리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 석포리에서는 마을사람들이 줄을 만들어 당산제를 지낼 때 석포리에 있는 내소사 절 안에 있는 느티나무 할머니 당산 신에게 줄을 감아놓고 당산제를 지냅니다.

           내소사 절 안에 있는 할머니 당산에 줄을 감아놓고 의식을 지내고 줄 둘레를 돌기도 합니다.
 내소사 절 안에 있는 할머니 당산에 줄을 감아놓고 의식을 지내고 줄 둘레를 돌기도 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다시 스님의 나팔과 마을 사람의 풍물을 앞세우고 내소사 절에서 절 입구에 있는 당산 할아버지 신인 느티나무까지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그 줄을 할아버지 신 느티나무에 감아놓고 당산제를 지냅니다. 이때에도 내소사 스님들이 여럿 나와서 불경을 읽으며 불교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당산 할아버지 나무 앞에서 바라춤과 나비춤을 추기도 합니다.

           절 안에서 할머니 당산에게 제를 지내고 주지스님의 나팔에 따라서 풍물 굿을 치면서 절 입구에 있는 할아버지 당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절 안에서 할머니 당산에게 제를 지내고 주지스님의 나팔에 따라서 풍물 굿을 치면서 절 입구에 있는 할아버지 당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처럼 부안 석포리 당산제는 마을 사람과 내소사 스님들이 공동으로 당산제를 지내면서 복과 풍작을 기원합니다. 어느 쪽이 먼저 시작되고 나중에 시작됐는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님들이나 마을 사람들이나 공동의 목표인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행복, 풍작 기원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절 입구에서 당산제를 마치고 줄을 당산할아버지 느티나무에 감아놓습니다.
 절 입구에서 당산제를 마치고 줄을 당산할아버지 느티나무에 감아놓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일본절에 노무대가 있는 것들은 신불습합의 대표적인 증거라고 말합니다. 절에서 민간에서 행하는 노 무대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노 공연을 하고, 부처님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절에 칠성각이 있는 것 역시 민간신앙과 불교가 합해진 모습입니다. 민간에서 신앙시하는 칠성신을 칠성각에 모셔서 사람들이 칠성신도 섬기도 자연스럽게 불교 신앙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석포리 당산제에서도 민간에서 행하는 행사에 내소사 스님들이 참가하여 같이 공동으로 의식을 치르고 복과 풍작을 기원합니다. 비록 신앙적인 행사였지만 그 시간 내소사를 찾은 등산객이나 참배객들과 같이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줄다리기를 하고 숨죽여 스님들이 추는 바라춤과 나비춤을 봤습니다. 제발 마을 사람들의 기원뿐만 아니고 개인적인 기원들도 다 이뤄졌으면 합니다.

           당산할아버지에게 제를 지내면서 내소사 스님들이 불경을 하기도 하고 바라춤과 나비춤을 춥니다.
 당산할아버지에게 제를 지내면서 내소사 스님들이 불경을 하기도 하고 바라춤과 나비춤을 춥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내소사 석포리 당산제, #입암내소사 당산제, #나비춤, #바라춤, #정월 보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