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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에 대해 "수소탄일 가능성은 적지만 그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습득했을 핵기술의 향상이라고 지적했다.

서방과학자로는 가장 최근인 지난 2010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직접 탐방했던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 연구원은 북한 핵에 관한 세계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사람이다.

헤커 교수는 8일 센터 사이트에 게재한 북한 핵실험에 대한 Q&A를 통해 이번 실험을 통해 북한 핵의 소형화 기술 향상을 최우려 사안으로 지목했다.

다음은 문답내용.

-- 북한이 이번 4차 핵실험에서 실제 수소탄을 터트렸다고 믿는가?

▲ 진짜 수소탄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진짜 수소탄인지 여부 보다는 그들이 어쨌든 실험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실험이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그들은 폭탄 설계에서 더욱 뛰어난 정교함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측면이다.

--수소탄이 기존의 원자탄보다 위협적인 무기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소탄은 핵분열탄(원자탄)보다 100배 또는 1천배 이상 강력할 수 있다. 1메가톤(MT)의 폭발은 히로시마 폭탄보다 파괴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훨씬 넓은 파장 범위와 정확성이다. 그들이 이미 과시한 핵폭발 규모로도 동맹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백악관은 최초 인접 감시센터 데이터들이 수소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소탄인지 아닌지 여부는 어떻게 확인하게 될 것인가?

▲간단한 대답은 아마 영원히 알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깊이 매몰된 실험의 경우 수소탄 특유의 징표를 수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통상 수소탄은 훨씬 더 큰 폭발력을 갖는다. 이번 실험은 리히터 지진계상에서 규모 5.1을 기록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2월 실시한 3차 실험과 대략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소형화된 원자탄을 실험했다고 주장했으며 수소탄 언급은 전혀 없었다. 내가 추산한 2013년 폭발력은 대략 7-16킬로톤(kt) 규모였다.

13kt 규모였던 히로시마 폭탄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폭발력에 관한 한 히로시마 규모의 폭발은 아주 충분한 것이다. 맨해튼에서 폭발한다면 최대 25만명을 죽일 수 있다. 2013년과 이번 핵실험 폭발력은 수소탄보다는 원자탄에 보다 부합되는 것이다.

--수소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가?

▲북한이 진짜 수소융합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설계 및 실험 결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것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식 수소탄은 원자탄이 2단계 융합 과정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2단계 구조로 돼있으며 2단계 장치의 설계와 제조가 매우 어렵다. 2단계 과정은 아직 북한의 현재 능력 밖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초기 핵무기 프로그램은 빠른 진전을 보였다. 1964년 첫 원자탄 실험에 이어 3년도 안돼 수소탄을 선보였다. 이것이 50년 전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핵실험 과업에 관여해 오고 있는만큼 어느것도 확실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수소탄이 아니라면 어떤 종류의 폭탄일 수 있는가?

▲2단계 구조의 수소탄보다는 그 중간단계로 원자탄의 폭발력을 높이기 위해 수소연료(실제 수소동위원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터보차징(엔진의 출력강화장치)과 같은 것이다.

이 같은 장치는 융합과 수소라는 구성 요소를 갖고 있으나 진짜 수소탄은 아니다. 이를 통해 소형화가 가능하며 폭탄을 보다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궁극적으로 2단계 수소탄을 완성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원자탄이건, 강화된 원자탄이건, 수소탄이건 가장 중요한 측면은 소형화이다. 나가사키 원자탄은 5천kg 이었고 특수 장비를 갖춘 B-29 폭격기에 의해 운반됐다.

북한은 그들이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과시하길 원한다. 그러려면 그들은 미국 본토나 해외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믿을만한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폭탄(정확히는 탄두)을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도록 충분히 소형화해야한다. 소형화될수록 가볍고 사정거리가 늘어난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핵전력을 보다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폭탄의 폭발력 보다는 그 크기와 무게 및 미사일 운반 능력이다.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실제 핵공격 능력은?

▲ 미 본토를 타격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단 한차례 우주공간 발사에 성공했을 뿐이다. 더욱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이 방향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이 정치적, 기술적 이유로 이번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보는가?

▲북한은 핵실험에 아주 강력한 기술적, 군사적 동인(動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정치적 환경에 의해 실험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북한이 이번 실험이 초래할 정치적 폭풍을 기꺼이 감내할 의사가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전의 모든 실험에서도 그래왔다.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재고에 대한 추산은?

▲핵폭탄 정교화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북한의 실제 핵 재고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최선책은 그들이 생산했을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 등 핵폭탄 연료를 추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연료로부터 그들이 얼마나 많은 폭탄을 제조할 수있는지를 추산하는 것이다. 현재 나의 최선의 추산은 북한이 18개 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핵연료를 갖고 있으며 연(年) 6-7개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실험을 얻게될 것이 확실한 개선된 정교화를 추가하면 골치아픈 그림이 그려진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지금까지 별 대처가 없었던데 우려한다. 지난 2003년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시작한 이후 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미 정부는 이를 놓쳐버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성의한 외교, 통첩, 제재 등 지금까지 미국과 나머지 국제사회가 해온 것들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해답이 아니다.

나는 앞서 핵폭탄의 추가 생산 금지와 추가적인 성능 향상 금지(실험 금지), 그리고 수출 금지 등 '3 NO' 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에대한 반대 급부로 북한의 안보 우려와 에너지 부족, 경제적 고민을 해소하는 '3 YES' 를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북한을 방문한 후 내가 처음 제안했을 때는 이 방안이 성과가 있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더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헤커 박사, #수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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