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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에게 있어 2015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조합원들의 삶도 그러했습니다. 어떠한 사장은 알바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고, 산재가 일어나도 외면했습니다. 떼인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 진정을 하지만 어떠한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알바노조가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사건들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요? 2015년을 정리하며 세 건의 기자회견 이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기자 말

용설란(필명) 조합원은 올 가을 <오마이뉴스>에 '도둑들' 공모전에 만화방과 관련한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체불임금을 주지 않는 사장이 바로 도둑이었는데, 공모전에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만화방의 체불임금에 대해서 알린 소중한 기록이었다. (관련기사 : 만화방에서 알바, 700만원 '도둑'맞았습니다)

그녀가 3년간 주말 야간에 일하던 만화방에서의 체불임금은 약 780만 원. 3년간 받지 못한 각종 수당과 퇴직금이었다.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이 맞다고 판정을 했는데 사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체불임금을 주지 않았다.

체불임금 들어오던 날의 기분을 용설란 조합원은 "아싸 다 받았다 싶어서 시원하면서도 한 편으로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그녀를 만나 진정 그 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동의 없이 근로감독관의 사건 연장, 75일간의 조사기간

- 체불임금 진정 후, 처리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5월 말 진정해서 11월 중순에 체불임금을 받았어요. 체불임금 판정은 9월 말 추석 즈음해서 받았는데요, 체불임금은 늦게 들어왔죠.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도 오래 걸렸어요. 두 번째에는 연장 동의도 안 했는데 또 (사건 처리가) 연장되었어요. 근로감독관에게 "어떻게 또 연장이 될 수 있냐"고 물으니 근로감독관은 "감독관이 조사가 끝나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얼버무리더라고요.

동의절차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리 기한이 75일 기한이 되어버린 거죠(체불임금 사건의 경우 통상 25일 내 처리하게 되어 있는데, 통상 첫 번째 연장은 근로감독관의 재량에 따라 가능하지만 두 번째 연장은 진정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월권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어요. 감독관이 사람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우울한 감이 많이 들었고…. 근로감독관도 많이 지쳐있어 보여 뭐라고 하지는 않았죠.

결국에는 근로감독관이 '진정 취하서를 주면, 사장이 체불임금을 주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제 통장에 체불임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가 취하서를 근로감독관에게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어요. 저도 이게 가능한 건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반면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은 별개인지, '형사사건으로 넘어갔다'고 근로감독관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장과 3자 대면을 불편해 했잖아요.
"조사과에 가면 심장이 좀 떨리죠. 뭔가 쌈박질 기운도 있고 싸한 기운도 있고, 심장이 떨리기도 하고, 감독관 앞에서 말도 잘 못하겠고요. 그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화도 잘 못내겠고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내 체불임금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요.

진정할 때는 혼자 하고, 사장과 대면하는 것이 히스테리적으로 싫어서 당시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지금은 비대위원장)과 동행했어요. 체불임금 판결이 난 이후에는 체불금을 받기 위해서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사장에게 대신 전화도 해주셨고요."

당당하게 받아야 하는 임금, 왜 내가 가해자가 되어야하나?

- 진정하면서 주변 반응도 궁금해요. 체불금이 780만 원으로 워낙 크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일하면서 사장이 돈을 제대로 안 준다고 했을 때는 다들 제 편이 되었던 사람들이 체불임금 진정을 하자 (그 액수를 듣고는) "알바가 그 돈을 받아도 되냐", "법은 최후 수단인데 꼭 진정해야 하느냐", "니가 가해자 아니냐" 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한 달에 13만 원 정도 3년 체불인 데다가 퇴직금까지 하면 그 정도 돼요. 주변에서 내 편을 들어주던 사람들이 사장 편을 들기도 하고, 아버지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설득하면서 체불임금 받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셨죠."

- 받은 임금은 어디에다가 쓰실 예정인가요?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이렇게 큰 금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체불임금은 아버지에게 용돈으로 좀 드렸고요, (제가 선천적으로) 이가 2개가 없어서 치과 시술을 받을까 생각 중이에요."

-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신입조합원의 날 때 백수라고 하셨는데(용설란 조합원은 체불임금을 받는 과정에서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스무살 된 이후로 용돈은 받은 적이 없어요. 생활비, 의료비, 할부금, 학원비, 책 값 등을 제가 내고 있어서 아르바이트는 계속하고 있어요. 편의점에서 하고 있는데 딱 최저임금 받고 일해요. 하지만 그 편의점이 어딘지는 안 알려드릴래요. 혹시 갑자기 오시면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태그:#아르바이트, #알바노조, #만화방, #퇴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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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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