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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변호사들의 '무더기 기소'로 화제였던 2013년 쌍용자동차 사태 관련 대한문 집회를 둘러싼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경찰의 불법 체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정용석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류하경 변호사의 5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류 변호사는 2013년 7월 25일 대한문 집회에서 경찰에 항의하며 질서유지선을 무너뜨리고,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였다며 한꺼번에 피고인이 된 민변 변호사 6명 가운데 마지막으로 기소당한 인물이다. (관련 기사 : 검찰, '대한문 집회' 건으로 민변 변호사 추가 기소).

이날 법정에는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으로 류 변호사를 검거했던 김아무개 팀장 등 경찰관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런데 김 팀장은 뜻밖의 '자백'을 했다.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류 변호사는 김 팀장에게 자신을 체포할 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냐고 물었다. 피의자를 체포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알려줘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200조의 5를 지켰냐는 얘기였다. 김 팀장은 "현장에서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못하고 (호송)버스 안에서 고지했다"고 답했다.

류 변호사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버스에 탄 후 30분 정도 지나서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용석 판사도 거듭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버스에 타고 바로 했다"던 김 팀장은 말을 바꿨다.

- 버스에 탑승한 이후에 미란다원칙 고지는 언제 했나요?
"류하경 변호사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와 동료 순경이 그를 버스에 태운 다음 저는 내렸다가 다시 탔는데, 그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습니다."

- 그러면 (체포하고 나서) 약 20~30분 이후에 고지한 것인가요?
"그렇게 길지는 않고, 금방 다시 올라왔습니다. 그때 아직 미란다원칙을 고지 안 했다고 해서 제가 알려줬습니다."

대법원은 그동안 여러 번 미란다원칙 고지는 체포 절차에 들어가기 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피의자가 달아나거나 저항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를 붙들거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알려주는 것까지는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조차 어렵다면, 적어도 체포하자마자 알려줘야 한다고 정했다(☞ 대법원 판례 바로가기).

이 일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까? 류 변호사의 변호인, 윤성봉 변호사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는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 자체가 불법이라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불법체포는 위법한 공무집행의 하나"라고 말했다. 먼저 기소된 다른 민변 변호사들의 1심 재판부가 8월 20일 경찰의 대한문 집회 대응을 집회 방해로 판단해 이 대목에는 무죄를 선고한 일 역시 류 변호사에게는 유리한 정황이다(관련 기사 : '대한문 집회 무더기 기소' 민변 변호사들 무죄).

윤 변호사는 "경찰이 대한문 집회 때만 미란다원칙을 고지 안 했겠냐"고도 했다. 그는 "변호사를 체포할 때조차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는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어땠겠냐"며 "박근혜 정부 들어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태그:#민변, #미란다원칙, #대한문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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